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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출구 전략을 조금씩 고민하던 세계 경제에 다시 폭풍우가 몰아쳤다. 이른바 PIIGS로 불리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그리스, 스페인 등의 국가 재정 부채의 증가로 유럽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국가 부도의 위기에 몰리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의 재정자문 착수로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비록 이달 초 EU의 각국 지도자들이 그리스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지만 내부적 반대와 법률적 문제에 직면하는 등 아직까지 실질적인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대처는 사실 지난 50년 간 추진되어 온 유럽연합(EU)의 위상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2005년의 헌법 조약이 폐기되고, 여전히 리스본조약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경제적 통합의 중심적 역할을 맡았던 유로화의 유효성까지 의심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1999년 출범된 유로화는 상대적으로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게 만들었다. 이는 비유로존인 영국과 스웨덴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몰린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물가, 고용의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특히 이번 그리스의 위기로 경제통합과 정치통합간 비대칭성에 대한 유럽연합의 제도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유로화의 탄생은 한편으로 유럽연합(EU) 내부의 시장 효율을 높이고 통화 불안정성을 막기 위해서였다. 경제적 상호 의존이 지난 60년간 이 지역의 평화를 유지해주었다는 자각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유로화는 일찍이 없었던 불확실하고 경쟁적인 국제환경에서 유로존 국가에 생길 수 있는 문제의 충격파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는 유럽연합의 존재를 위해서라도 절대 실패하면 안 되는 체제다. 문제는 유럽 각국이 직면하는 문제는 회원국마다 서로 상이하다는 데 있다.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젹 여건에 따라 회원국의 과세와 지출, 즉 재정정책의 조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런 정책의 결과는 회원국마다 천차만별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유럽연합에 강력한 지도력이 갖출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실상 여전히 정치적 통합의 미성숙성은 유럽연합의 지속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이다.

  유럽통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모네-슈망 플랜은 단순한 경제통합의 논리를 넘어 지역통합과 전쟁 억제, 그리고 환경보호와 사회적 안전망 강화 등 매우 깊은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여전히 미통합의 상태에 놓여 있는 유럽연합으로서는 이번 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를 통해 현재와 같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미 재정적자 3% 상한선이라는 가입시 의무조항들은 사문화되었고 EU는 회원국의 자율적 재정 정책에 관여할 장치가 없다. 뿐만 아니라 리스본 조약은 초국가적 상징 개념을 삭제함으로써 향후 미국과 같은 연방제 국가로 나아갈 수조차 없다. 이번 그리스의 재정위기 문제에서도 EU는 IMF의 개입이 있을 경우에만 유로존의 상징적 위상 저하를 막기 위해 나설 채비만 갖추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본질적으로 유럽연합이 나아갈 바는 명확하다. 미연방과 같은 강력한 국가체제를 갖추느냐 아니면 경제적으로 안정화된 소수의 회원국들 중심으로 재편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생각지도 않은 시점에 유럽연합의 미래가 걸려 있는 셈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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