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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태블릿 PC 신제품 "아이패드"(iPad)를 출시했다. 스티브 잡스가 시연회에 들고 나온 아이패드는 조그만 크기에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장점을 고스란히 담았다. 모바일과 컴퓨터 기능을 놓고 고민하던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춘 셈이다. 출시되자마자 70만대가 팔려나간 것을 단순히 애플의 마케팅의 승리로 치부하는 일부 언론들과 PC제조사들은 방향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셈이다.

노트북이나 휴대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모바일 기기를 상상해 봤을 것이다. 웹 브라우징은 물론 동영상, 전자책 등 콘텐츠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단말기.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넷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그러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쉬운 인터페이스를 우리는 원했다. 즉 어떤 도구들이 분리된 시공간 속에서 따로따로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융합기술이 바로 미래를 이끌어갈 모바일 기기의 종착지였던 셈이다.

  아이패드는 단순히 동영상과 전자책, 그리고 각종 신문과 게임을 하나로 엮은 것이 아니다. 그러한 기능의 융합 정도는 이미 구현된 수많은 기기들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용자의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바로바로 런 기능들을 연결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소비자의 마음을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읽은 것이다. 해외기업이 출시한 제품 하나에 전세계 언론과 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 마음을 이해하는 작업은 비즈니스의 출발점이자 기본 원리다.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장 적절한 시기에 최대한 저렴하게 제공하려는 노력. 이 단순한 진리가 바로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가 주장한 자본주의 정신이다.

  10여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회장도 태블릿PC 시대가 올 것임을 예언했다. 이후 수많은 PC 메이커들이 테블릿 제품을 출시했지만 비싼 가격과 낯선 인터페이스, 저조한 인식률, 낮은 하드웨어 사양 등으로 인해 줄줄이 실패를 겪었다. 시장 진출 시기도 문제였지만 열쇠는 결국 소비자가 쥐고 있다. 이 엄연한 진리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이번 태블릿 PC가 성공할 수 있을 지도 소비자 마음에 달렸다. 애플이 일궈낸 IT혁신과 그 성과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을 우리나라 기업의 운명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세계 1위의 IT 강국이라 자부했던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한발 뒤쳐지고 있다. 자신들의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폐쇄적인 모바일 환경을 구현했던 이동통신사들의 근시안적 행태는 물론이고 다가올 신산업의 패러다임을 구축하지 못한 채 정보통신부마저 해체시켜 버린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과 LG 역시 단순한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에 치우쳐 사용자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 지 읽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 모두가 죄인인 셈이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 도구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에 있다. 점점 소외되는 사회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하고 다른 사람들과 조그만 시공간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현대인들의 당연한 욕망인지도 모른다. '감성기술'이라는 말 자체에 담겨 있는 함의는 이미 단절된 관계가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사람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어루만지려는 노력이 향후 모바일 생태계에서 우리기업과 정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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