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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사태 악화는 미국도 원치 않는 상황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 억제를 위해 경제적·외교적 수단을 계속 취하면서도 재정악화와 경기부진을 겪고 있어 군사적 행동 등 더 극단적인 조치로 이란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원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도 선거 유세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이란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지만, 더 강력한 경제적 제재는 주장하면서도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랬다. 이미 시리아에 군사적 행동을 은밀히 준비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이란에 대한 전쟁 준비를 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나 군사적으로 매우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재정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악화되어 지난 3년간 재정적자가 GDP의 8%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국가채무는 72.4% 늘어나 15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빠르게 악화됐다.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군비지출을 줄여야 할 미국이 새로운 전쟁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민간경제도 부진에서 뚜렷이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데, 이란사태가 심화될 경우 유가 상승이 경기 회복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란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조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역시 중동 내 최고 수준의 전력을 갖춘 이란과 정면 충돌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 기조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단독 공격이 유가를 상승시켜 국제사회의 반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바마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가 이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경우에는 현 아흐마디네자드 정부의 핵 개발 의지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번 제재가 과거 일련의 제재들처럼 이란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유럽연합 등 일부 국가들만이 제한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對이란 제재에 유럽연합은 이미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을 결정했다. 전체 원유 수입에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의 비중이 10%로 높은 편인 일본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도 등 주요 개도국들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인도는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경제성장률에 대한 석유수요 탄력성이 0.5 이상으로 높다. 

성장을 위해 석유소모가 큰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고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 의존도도 크다. 전체 원유 수입 중 이란산 원유 비중이 중국과 인도는 각 11%이며 특히 터키는 51%에 이른다. 1987년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자 이란이 다른 국가에게 저가로 원유를 수출한 사례와 같이 이번에도 이란이 원유 금수조치의 장벽을 비켜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핵 개발 억제를 위한 조치들이 현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파괴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이번에도 핵 개발을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이스라엘이 배후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로 국내 과학자가 목숨을 잃고 제재로 인한 물가상승과 환율급등 등 경제 불안정성이 서방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나타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서방 민족주의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란은 핵 개발의 평화적 목적을 인정받기 위해 IAEA의 사찰을 받고 핵 협상 재개에 노력하면서도 석유 수출 중단 위협 등을 통해 제재 동참국들의 참여 수위를 낮추려는 시도를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경제에 치명타를 날리면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이란 스스로 감행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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