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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틱 카드 교체 소동 


마그네틱 카드는 1970년 일렉트로닉쇼에서 새로운 정보 기록·정보처리 재료로서 소개된 후 광범위하게 실용화되었다. 이런 저장 방식은 일단 기록된 정보는 고치기 어렵고, 알아보기 간단하고 확실하며, 컴퓨터와의 협력관계가 용이한 특징이 있어 무인개찰구용의 특수정기권 · 유료도로 회수권·은행통장 등에 일반화되었다. 

이러한 마그네틱 카드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위조나 개조가 비교적 쉬워 자기의 영향을 받는 등의 결함 때문에 최근에는 그 효용성보다는 범죄에 이용된다는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 지난 2006년 영국에서 현금인출기에 스키밍 기술을 적용한 카드복제범죄로 7천만 파운드에 달하는 현금절취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약 2년 간 칩앤핀(chip and pin)방식의 카드로 전면 교체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이러한 IC칩을 이용한 카드로의 교체는 이미 수년 전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카드 대란을 겪을 만큼 급작스러운 카드사용의 시기로 진입했다. 그러나 카드 사용의 편리함에만 급급한 나머지 보안에 대한 세밀한 장치들은 등한시 해왔다. 그러다 최근 해외에서 수입해 온 카드 복제 장치나, 절도, 보이스 피싱등 금융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이제야 부랴부랴 IC칩을 내장한 카드로 전면 교체하는 정책을 펴게 된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지금부터다. 이번 3월부터 시행키로 했던 마그네틱 카드 사용제한 조치가 결국 3개월 뒤로 늦춰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부터 시행했던 오전 10시~오후 3시 은행 ATM을 통한 현금 인출 제한을 6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5월 말까지는 기존처럼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할 수 있고 6월부터 사용을 제한 한다는 방침이다. 고객 불만이 쏟아지자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서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금융당국의 결정으로 마그네틱 카드를 5월 말까지는 사용이 가능하다. 

대신 9월부터는 마그네틱 카드를 전면 사용할 수 없고 IC카드만 사용하는 계획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한다. 불법 복제 등에 취약한 마그네틱 카드 소유자 재산 손실 발생과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추진된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난 2004년부터 금융회사들과 협의해 왔던 내용을 정작 알아야할 고객들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전체 카드의 수는 4900만장에 달한다. 이 중 마그네틱 카드는 17.5%에 해당하는 900만장이나 된다. 금융당국의 홍보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징검다리 연휴 중간에 낀 지난 2일에는 현금 수요가 평일보다 많다는 것을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더 잘 알 것이다. 

현금 수요가 많은 날에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그네틱 카드 현금인출을 제한했다는 것은 혼선을 빚기 충분하다. 실제 고객들은 필요한 돈을 제 시간에 찾지 못해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금융회사에서는 집적회로(IC)방식의 카드로 즉시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정작 은행 창구에서는 IC칩이 부족해 1~2주일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했다. 

은행이 준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파악조차 못하고 금융당국이 예정대로 밀어 붙인 것이다. 준비 기간이 8년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된 홍보는 커녕, 기껏해야 만기된 마그네틱 카드를 IC카드로 바꿔주는 것이 전부였다.은행들은 마그네틱 카드 소지자들에게 문자메시지나 우편 통지문을 통해 안내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미흡한 홍보가 초래한 사태로 밖에 볼 수 없다.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은행들에 대해 홍보와 준비에 대해 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족한 IC칩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신용카드 재발급이 1주~2주일이 소요된다는 것도 금감원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이상 관리당국은 탁상공론만 해서는 안된다. 비단 금융권 뿐만 아니라 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행정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와 홍보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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