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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 글로벌화 (2) 깨끗한 화장실 문화


“ 왜 한국사람들은 ‘똥’을 좋아하지요?” 갑자기 들어온 엉뚱한 질문에 나는 무엇이라 언뜻 대답할 수 없어서, “아니, 무슨 말이야?” 라고 되물으니, 막내 딸 한나의 친구인 셈은 여기저기 간판들을 둘러보며 ‘똥’자가 들은 음식점을 찾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셈과 우리는 영국에서부터 서로 알고 있었는데 여자친구를 인터넷을 통해 만난 셈이 한국에 와서 여친 집에 거주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이제 한글을 조금 읽게 된 셈은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도 간판에 쓰여있는 문자들을 읽으면서 읽기연습을 하고 있던 중 좀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을 발견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단어가 왜 음식점간판에 쓰여지는지를 너무나도 궁금해 했었는데 누구 한 명 속 시원히 대답해주지 않아 답답했었는데 반갑다는 듯이 나를 만나자마자 문득 묻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나도 그 이유가 뭐라고 적당하게라도 대답해줄 말이 생각나지 않아 글쎄...하며 꽁뿌리 빼듯 그 어색한 주제를 빠져 나와 다른 이야기로 들어갔었다. 그런 후 나도 '똥'자가 들은 간판들을 찾아 보았는데 똥집튀김, 똥집요리, 닭 똥집 등 똥이라는 말이 음식점이름으로 당당히 간판에 쓰여있다. 영어권 나라에서 똥이라는 말은 상스러운 표현이나 욕으로 쓰이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문화 속에 살던 사람들이 상점을 소개하는 얼굴과 같은 간판에 자랑스러운 듯 쓰여있는 '똥'의 한국문화가 이해는커녕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이 당연하기도하다. 

toilet.jpg

똥과 음식은 음식이 입구인 입을 통해서 들어가 출구인 항문을 통해서 몸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커다란 차이를 갖고 있다. 우리가 화장실을 갈 때는 반듯이 필요하니까 가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을 참다가 찾아가지만 음식은 다르다. 음식은 눈과 코와 입으로 즐기게 하는 것 이므로 어느 것을 먹을까 하는 생각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즐거움을 느끼고 그 행복한 시간을 친구나 가족들과 같이 즐기려 함에 반해 몸에서 소화되지 않고 남은 음식의 찌꺼기를 밀어내야하기에 나오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지만 향기롭기는커녕 불쾌한 냄새를 내는 똥을 남모르게 홀로 쏘고 나온다. 그러기에 방구 뀌는 것조차 "실례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예의가 되었건만 어떻게 해서 그 똥에 대해서는 정다운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고마워서일까? 더럽지만 필요한 일을 해주니까? 

아무튼, 음식상에 화장지가 올라오는 것 만으로도 밥맛 없어하는 외국인들한테는 그런 간판에 대한 이해가 좀 어려울진대 키친롤이라는 부엌용 휴지는 한국에 아직 없는지 대개의 포장마차 주인들은 아직도 돌돌 말린 화장지를 걸어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우리가 쓰는 단어 중에 똥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을 찾아보니 똥집, 똥 꿈, 똥개, 똥파리, 똥 침, 똥꼬치마, 똥집, 똥집튀김, 똥집요리, 똥집영어, 똥집이모 등등하며 널려진다.하지만 우리에게는 정겨웁게 받아들여지는 이름일지라도 이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외국인의 수가 계속 늘고 있고, 더욱더 한국음식을 세계에 소개하고 싶은 이때에 공연히 이해 되지 않는 용어를 간판에 올림으로 손님을 끌기는커녕 한국음식 더럽다는 잘못된 인상을 주게 될까 두렵다. 

한번 받은 나쁜 인상은 그 후에 받은 많은 좋은 경험 보다 기억에 오래 남게 되므로, 행여나 한국음식 하면 그 '똥'이 연상될까 염려되니, 이제 그 음식점 간판들도 바꾸어보자고 말하고 싶다. 입맛이 도시게 하는 이름, 가보고 싶은 이름, 짧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똥 얘기가 나왔으니, 화장실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외부 손님이 우리 집 방문을 한다면, 제일먼저 깨끗이 정리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현관, 거실? 물론 중요하지만 서양에서 살면서 보고 배운 것은 화장실 정리를 신경 써서 깨끗이 하는 것이다. 헌데 한국 음식점에 가보면 여러모로 부족한 화장실위생시설이 보인다. 어쩌면 많은 음식점들이 그렇고 그런 시설을 갖고 있기에 익숙해진 손님들이 불평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제 화장실 환경과 위생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에 못지 않게 손님들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안식처의 여유를 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화장실이 있는 우리 대한의 음식점들이 되었으면 한다.


kyunh-hee.jpg 

박경희 비톤
아동교육 동화 작가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www.childrensboo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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