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역할; 신디 셔먼 5

유로저널 365

예술가의 역할; 신디 셔먼 5

5. 예술가의 역할

1) 창조에 동참하게 하라

고흐나 피카소만이 걸작을 남길 수 있는 예술가가 아니다. 독일 예술가 요셉 보이스의 “내 삶이 예술이다”라는 말처럼 예술은 우리 자신이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또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열정을 쏟아 붓고, 진심을 쏟으면서 예술가로서 삶을 창조하고 또 재창조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의 사건, 즉 에너지와 의미가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다. 스토아 학파도 사건을 어떻게 표상할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원하고 또 선용할 것인가를 사유했다. 그런 사유를 통해서 ‘운명에의 사랑’(아모르 파티, amor fati)을 가르쳤다.

이런 삶 속에서 우리의 액션와 리액션으로 수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가 반복되면서 ‘되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개성화를 이룬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분화하는 잠재성인 주름이 안으로 접히면서 더욱 깊어진다. 이것이 바로 예술가들의 창조 행위다.

셔먼의 액션과 리액션은 어떤가? 셔먼은 항상 카메라 앞에서 의도적으로 우리들의 시선을 따라하게 하는 자세를 취한다. 왜냐하면 이는 우리들로 하여금 그녀의 정체성 탐구에 동참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다. 그 탐구의 시선은 타인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이것이 창조, 재창조의 과정이다.

Cindy Sherman, Untitled Film Still #58, 1980 (사진출처:Artforum)

2) 변화를 일으키라

Cindy Sherman, Untitled #92, 1981 (사진출처:MoMA)

셔먼은 항상 대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서, 열정을 쏟아 완벽한 연출을 구현해낸다. 또한 한 장면을 연출할 때 작품 속 캐릭터가 지닌 감정을 배우처럼 진심을 다해 완벽하게 표현해 드러낸다.

Cindy Sherman, Untitled #574, 2016. (Credit: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그런데, 셔먼은 이것에 드러나는 ‘인위성’을 진짜인 척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즉, 분장을 하거나 연출을 할 때 의도적으로 작품이 연출된 상황임을 드러내는 지점을 남겨둔다.

Cindy Sherman, Untitled #228, 1990 (사진출처:MoMA)

그러면서, 셔먼은 끊임없이 개인 및 집단의 기억에 질문을 던지면서 진실과 거짓 사이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한다. 사실 셔먼이 구현하는 방대한 작업에는 무엇 하나 고정적인 것이 없다. 이것이 우리들로 하여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대중매체를 통해서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온 이미지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은 허구다. 그리고 항상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변화를 거듭해야 한다. 

400만 달러에 작품을 판 셔먼은 지금도 자신은 성공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셔먼은 40년 전처럼 스스로를 아직 초짜라고 여긴다고 했다. 우리가 말하는 초심을 늘 가지고 고민과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신디 셔먼은 “예술가의 궁극적 목표는 변화를 일으키는 거예요.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고, 남성이 여성을 보는 방법을 바꾸고…남자들이 우리 위에, 그리고 우리가 세상에 드리우는 이 시야를 가리는 장막을 찢어버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건 정말 거대한 목표죠. 너무 거대한 목표라서 관람객을 즐겁게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즐겁기라도 해야죠!”라고 말했다.

3) 너만의, 너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라

마이클 키멜만의 ‘우연한 걸작’ 중에는 “멋있는 걸 만들 생각은 버려. 너만의 교유한 ‘볼품 없음’을 창조하라고. 너만의, 너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라고!”라는 말이 있다.

중국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는 “표현을 하는 것은 사람의 특권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권리를 포기하고 산다”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도 포기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우리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표현해보면 어떨까?

조셉 캠벨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삶에 대한 묵상은 정확한 모방에 이르는 전주곡으로서가 아니라 자기의 내재적인 신성에 대한 명상의 형태여야 한다고 했다. 즉, ‘이러저러하게 행동해서 선함을 얻는’ 것이 아니고, ‘이를 앎으로써 신이, 그러니까 영웅이 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을 알자. 그리고 우리의 우리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자.

이것이 바로 예술가의 역할이고 또 신디 셔먼이 하고 있는 작업이다.

신디 셔먼 Artist portrait (사진출처: Artsper.com)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