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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해외 출국은

윤 대통령이 사건의 몸통임을 인정하는 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수사 방해’ ‘범죄인 도피’라는 들끓는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주호주대사직을 빌미삼아 호주로 출국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월초에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이 전 장관을 포함해 6 명을 출국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사 임명, 공수처의 4시간짜리 면피성 약식조사, 법무부 출금해제,  대사 출국까지 면밀하고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엿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것도 1급 공무원이 부임하는 주호주대사 자리에 전 국방부장관이 범죄의혹을 받아 자존심도 버리고 기자들의 눈을 피해 헐레벌떡 출국하는 신임대사에게 호주 정부가 신임장 제정을 제대로 할 지, 당당하게 나라를 대표해 국익을 챙길 수나 있을 지, 10만 호주 한인동포들로부터 비웃음을 사 대사 대우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조차도 의문이다.

또한 범죄 혐의를 받는 신임 대사의 아그레망(당사국 동의)을 미리 받아놓고 외교관 여권까지 발급한 외교부는 의혹투성인 피의자인 대사 부임 일정을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야반도주하듯 전임 대사가 귀국도 하기 전에 부임시키는 것 자체가 국격 추락이요, 외교적 망신이다. 

수사기관에 의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금지 상태였던 인사가 대사로 임명된 사례가 처음이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난무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수사를 지연시키고 진실을 가린다 해도 반드시 법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법무부의 출금 해제는 수사기관(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특혜로 대단히 부적절하며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점점 더 키우는 역할을 했다.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하급자’에 대한 조사를 다 끝낸 뒤 이 전 국방부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조사할 계획이었다. 

공수처는 그가 출국금지 해제 명분 쌓기위해 자진 출석해 고작 반나절 동안 조사받은 것은 수사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출금 해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법무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그의 출국 금지를 해제했다.

결국,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수사를 방해해서 채 상병 죽음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대한민국의 법치와 공정과 상식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은 대통령실까지 거론되는 ‘수사 외압’ 의혹도 중차대하지만, 그 후 정부의 은폐·축소 행태는 그 자체로 총체적 국정난맥이라고 할 만하다. 

이 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이자 외압 의혹 당사자다. 

이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 탄핵소추가 임박하자 사의를 표명하고 이를 대통령이 재가함으로써 한차례 책임을 회피하고 관심을 흩트려놓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군 수사기관 사이의 연결고리인 이 전 장관일야말로 공수처가 가장 공을 들여야 할 핵심 피의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공수처의 수사와 언론의 취재로 대통령의 노골적인 수사 개입에 대해 말과 명령을 전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음이 속속 밝혀진 상태다. 

공수처에 고발되고 출국이 금지된 다른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 전 장관 외에도 이 사건의 지휘·보고선상 인물들이 속속 영전하거나 국외로 나가는 의문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국민의힘 총선 후보로 단수공천됐다.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임기훈 전 안보실 국방비서관은 지난해 말 진급했고, 임성근 사단장은 정책 연수를 떠났다. 대통령과 여당이 작심하고 관련자들을 두둔하고 빼돌리는 모양새다.

수사외압 의혹의 가장 윗선으로 의심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이자 외압 의혹 당사자를 대사직을 빌미삼아 해외로 내보낸 것은 대통령 자신이 사건의 몸통이라는 국민의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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