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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10

사가독서(賜暇讀書, 출근하지 말고 책을 읽으라)

 사가독서는 조선 시대 젊은 문신들이 임금의 명으로 직무를 쉬면서 글을 읽고 학문을 닦던 제도다. 세종은 국가의 지식확대와 전문가 양성을 위해 문신들에게 출근하지 않고 휴가를 주어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글을 읽던 곳을 독서당(讀書堂) 또는 호당(湖堂)으로 불렀기 때문에 독서당 제도 또는 호당 제도로 부르기도 한다.

세종 2년(1420) 3월에 집현전을 설치한 뒤 집현전 학사들 가운데 재행(才行)이 뛰어난 자를 뽑아 휴가를 주어 독서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고 그 경비 일체를 나라에서 부담하도록 하였다. 

1352-문화 2 사진.jpg

▲ 서울 성동구 옥수동 동호 독서당터

 

사가독서(賜暇讀書) 

세종 8년(1426)에 문신 가운데서 덕과 재주가 있는 사람을 뽑아 사가(賜暇 : 휴가를 줌) 하도록 하여 집에서 공부하게 한 것이 그 시초로, 집현전의 대제학 변계량이 임금의 명령을 받고 이를 행하였다. 

(집현전 부교리 권채 등을 불러 집현관으로서 독서에만 전념하라고 명하다) 집현전 부교리(集賢殿副校理) 권채(權綵)와 저작랑(著作郞) 신석견(辛石堅)ㆍ정자(正字) 남수문(南秀文) 등을 불러 명하기를, 

"내가 너희들에게 집현관(集賢官)을 제수한 것은 나이가 젊고 장래가 있으므로 다만 글을 읽혀서 실제 효과가 있게 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각각 직무로 인하여 아침저녁으로 독서에 전심할 겨를이 없으니, 지금부터는 본전(本殿)에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전심으로 글을 읽어 성과(成果)를 나타내어 내 뜻에 맞게 하고, 글 읽는 규범에 대해서는 변계량(卞季良)의 지도를 받도록 하라." (《세종실록》 8/12/11) 

사가독서제도가 최초로 실시된 것은 세종 8년 12월, 왕은 권채(權採)ㆍ신석견(辛石堅)ㆍ남수문(南秀文) 등 3인을 선발하여 공무에는 관계없이 연구에만 몰두하게 하였는데, 그 규범은 대제학 변계량(卞季良)의 지시를 받게 하였다. 이때 독서를 한 장소는 자신의 집이었다. 

사가독서제를 중심으로 근무하면서 공부하는 유연적인 제도도 있었다. 

세종 16년 1월 집현전 부제학(副提學) 설순(偰循) 등이 올리기를,

"신 등이 보옵건대, ... 우리나라 젊은 자제들을 중국에 보내어 입학하게 하시려다가, 곧 말씀을 다시 내려 국내에서 학업에 힘쓰게 하시고, 이에 일찍이 선발한 바 있는 수찬(修撰) 신(臣) 신석견(辛石堅)ㆍ부수찬(副修撰) 신 남수문(南秀文)ㆍ저작랑(著作郞) 신 김예몽(金禮蒙) 등에게 이내 사역원(司譯院)에서 그 업을 배워 익히도록 명하시니, ... 생각하옵건대, 신석견ㆍ남수문ㆍ김예몽 등은 벌써 그 문명이 비슷한 또래 사이에 뛰어난 바 있으며, 또 석견ㆍ수문은 일찍이 사가(賜暇)하심을 입어 다년간 연구를 쌓아서 자못 그 효과를 이룬 바 있사온데, 지난번에 중국에 유학시키려는 선발에 참여한 것은 장차 그들에게 견문을 넓혀 더욱 그의 향상을 구하여 뒷날 글짓기 일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요, 오로지 중국어를 습득시키려는 한 가지 목적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하온데, 지금은 다만 중국어를 습득할 뿐이니, 중국어란 배우기가 몹시 어려워서, 어려서부터 익혀도 완전하지 않은 것을 우려하옵니다. 아마도 한단(邯鄲, 중국고대 화북지역 부유한 도시)에 가서 걸음걸이를 배우게 하시려다가는 휴가를 주어 독서하게 한 본의와 어긋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옵니다. 바라옵건대, 재능에 따라 임용하시는 밝으신 단안을 내리시와, 신석견ㆍ남수문ㆍ김예몽 등을 도로 본전(本殿, 집현전)으로 나오게 하시어 그 학문을 전공하게 하시면 이보다 다행함이 없을까 하나이다."하니, 

임금이 영의정 황희와 좌의정 맹사성에게 문의하기를, 

"집현전 상서에 신석견ㆍ남수문ㆍ김예몽 등에게 주어진 중국어 수습의 과제를 그만두도록 하고, 본전의 근무로 도로 돌려주도록 청하였으나, 내 생각에는 문학 연구와 중국어를 겸해 수습하여도 학문 연구에 손실이 올 리가 없을 것이고, 또 오경과 사서를 모두 중국말로 읽는다면 국가에 보탬이 많으리라고 믿으니, 이를 논의하여 계달하라." 하였다.(《세종실록》16/1/10) 

그리고 세종 24년(1442)에는 신숙주(申叔舟) 등 6인에게 휴가를 주어 진관사(津寬寺)에서 글을 읽게 하였는데, 이를 상사독서(上寺讀書)라고 한다. 

부기 1 : 세종 이후의 독서당

그 뒤 이따금 시행되다가 세조 2년(1456))에는 집현전과 함께 사가독서제도가 중단되었으나, 성종이 즉위하여 예문관(藝文館)을 설립하고 사가독서를 부활시켰다. 1491년(성종 22) 다시 복구하였다. 중종 때는 두모포(豆毛浦)에도 독서당을 두었으나, 임진왜란 때 화재로 없어졌다. 광해군이 다시 설치하였다가, 병자호란 때 완전히 없어졌다.(출처 : 독서당길)

부기 2: 영국의 독서당

영국에서는 ‘셰익스피어 휴가제’란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고위 관리들에게 3년에 한 번 한 달 정도 집에서 쉬게 하면서 셰익스피어 작품 5편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했다는 것이다. 일반 백성들을 만나 일을 처리해야 하는 관리들이 인간의 행복과 불행, 욕망과 겸양, 오만과 굴욕을 묘사한 셰익스피어를 이해함으로써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때는 영국 빅토리아여왕 시대로 여왕의 재위기간은 1836~1901년이다. 조선의 사가독서제는 세종 6년(1624)부터 세조 2년(1456)까지 이어졌다.

** 위의 글은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에 게재된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의 글로써 유로저널이 함께 공유해 게재한다> 

한국 유로저널 노영애 선임기자

    yanoh@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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