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하모니 앙상블 정기 음악회: „사랑은 아름다워라“
가을 하늘이 차분한 2024년 9월14일 토요일 오후 4시, 프랑크푸르트 Gallus에 소재한 라인-마인-한인교회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10 년째 활동 중인 프랑크푸르트 하모니 앙상블이, 코로나로 인한 4년간의 중단 이후 처음으로 다시 대중과 노래로 만나는 날이었다.
한국인과 독일인이 골고루 교회의 관객석을 가득 채웠고, 17 시 정각이 되자 임소희 단장이 관객을 향한 깊은 인사로 장을 열었다.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대표로 참석한 정승수 부영사가, 음악으로 한국과 독일의 문화 및 정서적 가교 역할을 해오는 하모니 앙상블에 대한 감사와 이 문화의 장터에 온 관객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지휘자 이은주의 지휘봉이 올라가자 실내가 순간 팽팽한 고요에 잠겼다. 헨델의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를 이태리어로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장내는 곧 중창단이 발산하는 열정으로 가득 찼다. 곧이어 미국 곡과 더불어 러시아의 민요 <검은 눈동자>, 그리고 멕시코 노래 <베사메무쵸>를 한국어와 영어로 불렀다. 어느새 고요를 대신한 흥겨움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전반부를 마치고, 김윤자 단원이 각각 한국어와 독일어로 중창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였다. 또한 후반부에 부를 한국 노래 4곡에 대한 소개와 함께, <아리랑>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민요임을 설명하자 독일 관객들 사이에서 서로 호기심 어린 눈빛을 교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첫번째 솔로로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Deh vieni non tardar>를 부른 소프라노 임소희는 맑고 감미로운 음색으로 관중들의 많은 갈채를 받았다. 또한 솔로로 H. Wolf 의 <산책>을 부른 바리톤 박준의 깊고 풍성한 울림에 관중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후반부의 4곡은 <첫사랑>, <숨바꼭질>, <옹해야> 처럼 귀에 익은 곡들도 있었는데, 수준 높은 편곡으로 마치 새것 마냥 흥미와 긴장의 줄을 조였다가 놓기를 여러 번 해서, 관중들은 어린아이의 쫄깃한 심장으로 곡을 음미할 수 있었다. 어느새 마지막 곡 <아리랑>이 울려 펴지고, 지휘자가 관중석으로 몸을 돌려 관객들이 다 함께 부르도록 했을 때, 공간을 초월하여 넓게 퍼지는 그 따뜻하고도 벅찬 느낌이란…!
정승수 부영사가 불과 한 시간 전에 말한, 한국인과 독일인이 하나가 되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관객 모두가 서로 연결된 듯한 순간이었다. 힘찬 박수와 함께 „Zugabe!“라는 말이 관객들에게서 퍼져 나오자, 중창단은 오늘의 주제곡인 S. Fain의 곡 <사랑은 아름다워라>로 화답하였다.
모든 곡들은 피아니스트 황민희가 반주하였고, <검은 눈동자>와 <베사메무쵸>를 부를 때는 템버린과 전자피아노도 함께 하여 이국적인 풍미를 더해주었다. 중창단 10 명이 함께 만들어 내는 열정은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뜨거웠고, 단원들이 몇 소절이라도 한 번씩 솔로로 부른 것도 관객들에게 다양한 듣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음악회를 뒤로 하고 나오는 길에 아직도 흥이 남은 글쓴이가 무심코 아리랑을 흥얼거렸는데, 독일 지인이 금방 그 노래를 알아들었다. „그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표 민요 <아리랑>이네!“ 누구나 쉬이 부를 수 있어서 가슴이 저미도록 아름다운 노래… 노래가, 사람이, 그리고 사랑이 아름다웠다. 그렇게 하모니 앙상블의 노래가 우리 가슴에 남았고, 이제는 가을이 더 깊어져도 좋을 것 같았다. (기사 제공: 서한수)
독일 유로저널 김형렬 기사hlkim@theeuro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