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바짝 졸라매는 유럽, '잃어버린 10년 맞을 준비' 실업률 급증과 제조업 부진에 글로벌 기업마저 유럽 탈출 행진 이어져
유럽이 사상 최악의 실업률의 기록과 제조업의 부진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유럽에서 재연될 것”(FT)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2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실업률은 10.8%로 1997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본보 40면).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유로존 17개국에서 실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700만명을 넘어섰다”며 “유럽연합(EU) 전체로는 실업자가 2500만명에 이르고 앞으로도 매달 최소 수십만명씩 실업자가 늘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유로존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8개월째 50을 밑돌며 위축됐다. 2월 유로존의 PMI는 47.7에 불과했다. 유럽 최대 제조업 국가인 독일의 PMI가 1월 50.2에서 2월 48.4로 악화되며 불안을 키웠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은 긴축과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따른 소비 부진 등으로 연말에 실업률이 11%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재정위기 우려가 재발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채 금리가 오름세(본보 40면,41면)를 보이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든 가운데 긴축정책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이탈리아에 대한 우려도 다시 불거졌다.
지난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회람된 비밀 문건에선 “유럽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이탈리아가 당초 계획했던 긴축정책이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 유럽 철수 이어져
이와같은 실업률 급증으로 재정위기 여파와 고유가 등으로 경기침체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자, 글로벌 기업들의 탈출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생산비용과 다양한 규제도 부담이다. 공장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실업률이 올 상반기 안에 11%를 넘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미국 최대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컬은 유럽 경제 위기를 이유로 포르투갈과 헝가리의 스티로폼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네덜란드 공장은 당분간 운영을 중단해 900 명을 감원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독일과 영국의 생산공장 일부를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GM측은 "적어도 오는 2014년까지는 공장 문을 닫지 않고 회생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전격철수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인 미쓰비시는 소형차 '콜트' 등을 생산하는 네덜란드 공장 운영을 올해 말 중단한다고 발표해 1500명의 실업자가 증가된다. 특히,미쓰비시는 "직원 고용을 승계할 경우 공장을 단돈 '1유로'에 넘기겠다"고 밝혀 네덜란드 경제계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세계 휴대폰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는 핀란드 공장(직원 1,000명)을 폐쇄하는 한편 헝가리 공장(직원 2,300명) 문도 닫겠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또한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부터 유럽 공장의 구조조정을 시작해 프랑스 공장의 감산을 단행하는 한편 연간 50만톤 규모의 용광로를 폐쇄했다.
이와같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해고하고 있어 실업자 수가 더욱 큰 폭으로 증가가 예상되면서 유럽이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유로저널 국제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