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 글로벌화 (7) 미세스 비톤
처음 만나는 남편감을 보고 너무 좋아 공중에 훌쩍 뛴 사람 손들어 보라면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신데렐라가 잃어버린 유리구두를 갖고 찾아온 젊은 왕자를 보고 그리 좋아 뛰었을까?
양 엄마가 준 빨간 독 사과를 먹다가 죽어 유리관에 안장되어 있던 백설 공주가 젊은 왕자의 키스에 의해 살아나며 좋아서 훌쩍 뛰었던가?
그런데 나는 나의 남편감 크리스를 처음 만난 순간 염치도 없이 그렇게 좋아 공중으로 높이 훌쩍 뛰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본 그도 덩달아 좋아라고 나보다 더 높이 훌쩍하고 뛰었으니 그러고 보면, 우리 둘 이는 설날에나 할 수있을 널뛰기 놀이를 만난 처음부터 같이 한 이상한 부부이다.
결혼상대자로서 내가 원하는 심플한 세가지 요소는 하나: 아프리카에서 온, 둘: 하나님을 사랑하는, 셋: 남자였는데...
사실 이 남자는 그 모든 것을 갖춘 것뿐만이 아니라 요구하지 않았던 좋은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었다. 잘 생겼지, 키도 크지, 매너 좋지, 솔직하지...
단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그 사람 가문의 성인 Beatton이었다. 그 성이 얻어맞거나 지 다는 뜻의 beaten의 발음과 비슷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우리 한국의 성씨 같지 않고 영어권 사람들의 성은 어느 지방이나 직업, 지주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자세이 알고보면 희한하고 괴상한 성씨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넘어 참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창녀라든가 똥 구더기 같은 성씨).
아무튼, 남들은 아무러치도 않게 여기는데 공연히 못 마땅해하며 살던 언젠가 조그만 베이커리를 시작하게 되면서 요리를 하지 못하는 나는 마케팅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 나라, 짐바브웨에서 가장 크던 메이씨 슈퍼에 음식구매담당 바이어를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찾아갔는데, 내가 써니데이 베이커리에서 온 미세스 비톤이라고 소개를 하니, 그 백인 여인 바이어의 안색이 온통 반가움으로 환해지면서, " 아,미세스 비톤, 어서 오세요!" 하며 음식의 셈플일랑 볼 생각도 않고, 만나서 영광이기라도 하다는듯 당장 큰 주문을 주는 것이었다.
'아니 도대체 그 미세스 비톤이 어떤 사람이길래 신중하게 음식을 구입해야 할 바이어가 그렇게 좋아라 하며 큰 주문을 하는 걸까?' 궁금해 하며 집에 와서 미세스 비톤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빅토리아 여왕의 시절,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100년 전 영국에 처음으로 음식요리책을 만든 부인으로 매우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노랑피부의 동양인인 나를 보고도 단지 미세스 비톤 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렇게 큰 주문을 주다니?’ 하며 조금은 의아해 했었고 그 일이 있은 후 나의 성에대한 텁텁했던 마음은 좀 낳아졌다.
그러다가 이러 저런 이유로 그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영국에 와서 살면서 사업을 한답시고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조금만 머리쓰고 노력하면 성공의 가능성이 많던 조그만 나라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왕 노릇하다가 영국에 와서는 눈을 크게 뜨고도 매번 잡아 먹힐듯 무언가 사업을 한다는 것이 너무도 어려워 고생을 하던 어느 날 남편에게 한탄하듯 한말이...
'아이고, 당신이나 나나 어느 한 사람이 요리라도 잘 할 줄 알았다면 그 유명한 미세스 비톤 부인의 이름이라도 써먹으며 카페나 음식점 하나 차릴 수 있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하며 혀를 끌끌 차던 날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그 유명한 미세스 비톤의 요리책도 자신의 요리법을 쓴 것이 아니라 인기 좋은 음식 요리법을 여기저기에서 모아 편집해서 내 논 책이 바로 그 책이라고 하니... 어쩌면 나도 그런 끼를 조금 전수받았는지 음식에 대해서 글을 쓰려니까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도 많고 쓸 것도 많아 이렇게 이것 저것을 겁도 없이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행여나 까불었던 점이 있었다면 용서해 달라며...
그런데, 나는 그 끼를 결혼하면서 물려받은 것일까? 도대체 알수가 없다. 내가 번번히 말했드시 내가 잘하는 것은 잘먹어주는 일이지 하는것은 아닌것 같은데…
아무튼, 용감하고 현명한 사람은 고쳐야 할 것은 그것이 청순한 어린이한테 지적을 받은 것일지라도 용감하게 고쳐나가리라 믿으며K-Food, 한국음식 글로벌화에 쓰던 시리즈를 몇호 더 쓸 예정인데 내가 뭘 잘못 알고 실수를 하는점이 있으면 용감하게 지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근데 뭐를 써야 할까?
박경희 비톤 아동교육 동화 작가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www.childrensboo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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