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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나,세 치 혀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옛말이 무섭도록 실감이 가는 요즈음이다.

 

그 말을 뱉고 난 뒤에 생각이나 가치관이 급격히 바뀌었을 지라도, 이미 뱉고 난 말은 바뀔 수 없다. 결국, 그 말을 내뱉은 당사자가 더 이상 그 말에 본인 자신조차 동의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본인이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말 한 마디로 인해 인생의 파도를 경험하는 이들은 결국 말을 잘 하는 이들, 또 많은 이들이 그 사람의 말에 귀를 많이 기울여주는 경우다.

 

원래 말이 없거나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 한 마디로 인해 삶에 어떤 영향을 받을 기회가 없다.

 

그러나, 말을 잘 하는 사람들,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이들이 많은 경우는 말 한 마디로 부와 명예, 그리고 인기도 얻을 수 있다. 말을 잘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하늘이 주는 재능과도 같기에.

 

하지만, 그런 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잘 하는, 또 많이 하는 일에서 실수가 나오는 법이기에.

 

아예 못하는 일, 혹은 거의 하지 않는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하는 경우는 없다. 그 만큼 시도 자체를 거의 안 하고, 어쩌다 시도를 하더라도 극도로 조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 잘 한다고 여기는 일, 또 남들로부터도 잘 한다고 인정을 받는 일, 그래서 자주 하는 일을 하다보면 오히려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잘 하고, 또 자주 하는 일이기에 조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주변 분위기에 도취되거나 스스로 감정조절이 안 되어서 적정 수위를 넘는 말을 내뱉게 되면, 그리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기록으로 남게 되면, 그 말은 이제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의 인생에 본인 스스로 묻어둔 지뢰가 된다.

 

그리고, 언제,어떤 상황에서라도 그 지뢰를 밟게 되어 터지는 날에는, 즉 자신이 내뱉은 적절치 못한 말 한 마디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공개가 되는 날에는 그야말로 한 방에 훅 가는 셈이다.

 

그렇게 말 한 마디로 한 방에 훅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지금 이렇게 내가 쓰고 있는 글도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결국 말 실수를 하는 것처럼, 나 역시 글을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래 썼기에 분명 글 실수를 할 위험성이 높다.

 

물론,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렇게 공개된 경로를 통해 글을 쓰는 만큼, 비록 단 한 명이 내 글을 본다고 해도,어쨌든 나 역시 내가 쓴 글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벌써 5년이 넘도록 쓰고 있는 ‘서른 즈음에’ 지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또 그 외에 이렇게 저렇게 쓰게 된 나의 글들을 보면 크게 수위를 벗어난 것은 아니더라도, 솔직히 고치고 싶거나 지우고 싶은 글들이 있다.

 

어줍잖은 지식과 의견으로 무언가,혹은 누군가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거나 비판한 글들, 혹은 내 감정과 기분에 사로잡혀 그 순간의 속마음만 토해놓은 글들...

 

글을 쓰면서 아무리 나름대로 수정을 하고 검열(?)을 한다고 해도, 결국 스스로를 냉정하게 조절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기에 지금 보면 부끄러워지는 글들을 당시에는 깨닫지 못한 채 써버린 것이다.

 

게다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서른 즈음에’에는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쓴 당시의 내 생각이나 감정들이 여과없이 묻어있다.

 

때로는 내 속에서 고민이,갈등이, 슬픔이 요동을 치는데, 아무 일도 없는 척 다른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미 서른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도 마치 사춘기 청소년처럼 내 속에서 파도가 칠 때 어쩔 수 없이 나는 ‘서른 즈음에’에 그 철 없는 방황의 흔적을 남기곤 한다.

 

누군가는 그런 내 글을 보면서 철 없다고,한심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지난 시절 비슷한 방황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를 귀엽게(?) 봐주실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동년배의 그 누군가는 내 글을 읽는 순간 나와 같은 방황을 하고 있었기에 공감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혹시나 내가 글을 통해 나도 모르게 수위를 넘는 발언을 하거나, 그야말로 훗날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면, 정말로 그렇게 한 방에 훅 가기 전에 먼저 여러분들로부터 따끔한 지적과 충고를 받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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