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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01:03
학교로 돌아가는 꿈
조회 수 4080 추천 수 0 댓글 0
오래 전에 ‘예비역의 재입대 꿈’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법이 바뀌어서 제대한 사람도 다시 일정 기간을 재복무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 다시 군대로 끌려가는 그런 끔찍한 꿈을 제대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종종 꾸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군대로 돌아가는 꿈처럼 종종 꾸게 되는 꿈이 있었으니, 바로 초중고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꿈이었다. 그러니까, 군에 재입대하는 꿈처럼 내가 졸업한 초중고등학교로 다시 소집되는(?) 꿈을 꾼다는 것이다. 마치 동창회 같을 때도 있고, 혹은 학교를 졸업했지만 다시 일정 기간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인 적도 있었다. 이렇게 학교로 돌아가는 꿈은 주로 초등학교로 돌아가는 꿈 혹은 고등학교로 돌아가는 꿈이 대부분이고, 이상하게도 중학교로 돌아가는 꿈은 거의 꾼 적이 없다. 예전에 ‘서른 즈음에’에 썼던 친구들 이야기에서 밝힌 것처럼 중학교는 도보로 통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의 학교를 다닌 탓에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친구들이 그나마 여럿 남았지만, 학교가 가깝지 않았던 초등학교 친구는 단 한 명, 고등학교 친구는 단 두 명이 남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지금 돌아보면 중학교 시절은 여러 모로 즐거웠고 나름 만족스러웠는데,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은 그렇지 않기에 일종의 아쉬움으로 인해 꿈에 그것들이 반영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남자반이었던 중학교, 아예 남고였던 고등학교에 비해 초등학교로 돌아가는 꿈은 동창 여자애들도 등장해주고, 게다가 내가 짝사랑했던 여자애가 등장할 때면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설레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그 얼굴들은 초등학교 시절 그대로의 어린이 얼굴이니, 서른을 훌쩍 넘긴 나는 지금 현재의 모습이고, 동창들은 그 시절 어린이의 모습을 하고 등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그래도 초등학교로 돌아가는 꿈은 이제 이름조차 가물 가물한 동창들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 또 그들이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설레이는 행복한 꿈이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고등학교로 돌아가는 꿈은 조금 다르다. 아무래도 대학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 남고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 그리고 까닭 모를 답답함과 억압에 눌려 있었던 고교 시절에 대한 유쾌하지 못한 기억 때문인지, 고등학교로 돌아가는 꿈은 즐거울 때보다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더 많다. 특히, 분명히 나는 학교를 졸업했는데도 마치 군에 재입대해야 하거나 추가 복무를 해야 하는 상황처럼 고등학교를 역시 추가로 다녀야 하거나 하는 상황일 경우에는 꿈에서도 너무나 끔찍했다. 똥색(정말이다, 우리 학교 교복은 정말 똥색이었다) 교복에 빡빡머리를 하고서 집합해 있으면, 그 시절 가장 싫어하고 또 무서워했던 선생님들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우리들을 옥죄려 하는데, 나는 “이제 우리는 어엿한 성인인데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없다!”면서 그 선생님들한테 대들기도 했다. 아마도 학창 시절 그렇게 대들고 반항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을 꿈에서나마 실천하는 것일까? 초등학교로 돌아가는 꿈이든, 고등학교로 돌아가는 꿈이든,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것은 동창들에게 지금 내가 이렇게 영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너무나 들려주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나는 꿈 속에서 그들에게 내가 단순히 영국에서 사는 것을 넘어서, 이렇게 글도 쓰고, 음악도 하고 있는 내 삶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결코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다. 성격도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친구도 많지 않았고, 뭐 하나 드러낼 게 없었던 것 같다. 나와 같은 반이었던 동창이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본다면 나에 대해서는 “그런 애가 있었나?”싶을 만큼 나는 동창들에게 별 존재감이 없었고, 아마도 나를 기억하는 이 조차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내 또래 대부분이 어느 정도 규격화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어쨌든 이렇게 영국에서 나름대로 독특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그 시절의 동창들이 보게 된다면 그들은 분명 신기해 할 것 같다. 어쩌면 나는 그 시절 동창들에게 있는 듯 없는 듯 별다른 존재감 없이 기억되었을 나에 대한 이미지를 아쉬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꿈 속에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 “나는 영국에서 잘 살고 있었는데, 영국에서의 내 삶은 어떻게 된 것인가?”하면서 애를 태우기도 한다. 영국에서의 내 삶을 찾아야 하는데 하면서 애를 태우는 것은 군에 재입대하는 꿈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사소한 것들이 불만스럽기도 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때로는 지루하기도 한 지금의 내 환경과 삶을 (비록 꿈 속에서지만) 그렇게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될 때면 너무나 속상해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니, 나는 오늘 하루를 더욱 감사하며,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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