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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경선 부정과 공당(公黨)


854-사설 사진.jpg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9차 개정 이후로 정당정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당이 가지고 있는 과거 불법 정치 자금 대신 국고보조금을 통해 정당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으며, 정당투표를 보장함으로써 비례대표까지 선출하고 있다. 즉 직접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진성당원만으로 정당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당의 지지기반을 확보해주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정당은 사당(私黨)이 아니라 공당(公黨)이다. 


각 당의 정당성은 공정한 선거를 통해 확보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실 혹은 부정은 이러한 헌법 정신, 즉 우리 사회의 공통적 가치에 위배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며, 가히 충격적인 일이다.


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로 내홍을 겪던 통합진보당이 지난 5일 밤 이정희·심상정·유시민·조준호 등 공동대표 4인과 1번 윤금순 당선자 등 비례대표 후보 14명이 모두 사퇴키로 했다. 대표와 비례대표 14명 사퇴라는 강수로 당을 쇄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승계되는 비선출 비례대표 의원 중 유시민 대표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표 승계권을 포기하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위의 권고는 사태 해결의 시작에 불과하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는 탓이다. 


이 수습책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특히 이번 비례대표 선거 논란의 가장 중심에 선 이석기, 김재윤 당선자는 사퇴권고를 거부하고 당원 총투표에 자신의 거취를 내걸었다.


정당의 가장 기초적인 지지기반인 '국민'을 무시하고 사당화된 자신들의 한 줌 진성당원만을 정당성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당권파는 당 전국운영위의 결정까지 거부하고 있다. 비례대표 경선은 입법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였다. 


이런 선거에서 조직적인 대규모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건 당의 존립을 좌우할 중대사안이다. 그만큼 당권파의 책임이 막중한데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어 국민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부실 혹은 부정선거의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길이다. 진보당은 총선 때 10.3%의 지지를 받았다. 비례대표 6석과 지역구 7석 등 13석을 얻어 제3 정당으로 도약했다. 


정당이 받는 국고 보조금도 크게 늘어난다. 진보당의 강점인 노동 복지 부문은 국민적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당권파는 독선과 기득권 고수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식하는 뼈저린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운영위의 수습책부터 적극 수용해야 한다.


당이 살아야 당권도 있는 게 아닌가. 


프랑스 대선에서 17년 만에 좌파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진보당이 '이념 서클'이 아니라 집권을 도모하는 공당이라면 환골탈태를 위한 통절한 자정노력이 요구된다.


내부적으로 명명백백하게 밝히면 좋겠지만 조준호 대표의 특별조사단의 시간적, 권한적 한계도 역시 존재했다.


이정희 대표는 공청회를 열겠다고 한다. 모두 임시변통이다. 확실한 것은 외부를 통한 확인이다. 확실한 칼은 검찰일 것이다.


이미 보수시민단체가 고발한 상태다. 하지만 이 단계까지 가게되면 이미 통합진보당은 제대로 존재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게 된다.


더 이상 정치적 행위 자체가 불가능한 식물정당이 되는 것이다.


정치는 국민과 밀착해 있는 한에서 결코 ‘한방에 다 먹거나 훅 가는’ 위험한 도박 게임이 결코 아니다. 


불편한 진실일지는 모르지만, 퇴출되었다 싶었던 보수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무대에 재등장하기도 하는 역사가 그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민주노동당 시절 그들과 자웅을 겨루었던 진보신당의 누군가가 말했듯이 당권파는 자신의 목표를 실현해 나갈 ‘실력을 갖춘 집단’이기도 하다. 


당권파가 스스로를 믿고 자신에게 칼을 휘두르며 시대조응적 목표를 새롭게 설정해 달려 나가면 된다는 것이고, 그럴 때 진보정치의 재활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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