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구상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니콜라이 마카로프(사진) 러시아군 참모총장은 3일“미국이 동유럽 MD 구상을 강행한다면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동유럽 MD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마카로프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MD 콘퍼런스에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선제 공격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언급은 콘퍼런스에 참석한 미국과 나토의 고위급 관계자들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었다고 워싱턴타임스를 인용해 세계일보가 보도했다.
마카로프 총장의 선제공격 발언은 미·러 양국의 동유럽 MD 협상이 깨진 직후 나온 것이다.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동유럽 MD 구상에 대한 미·러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면서 협상 불발을 공식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리셋(재설정) 외교’의 일환으로 동유럽 MD를 핵심 의제로 한 미·러 전략대화에 공을 들여왔다.
엘렌 타우처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차관은 전략 대화 초기만 해도 동유럽 MD 협상을 낙관했으나 이날은 “양국 모두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에는 돌파구를 찾기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마카로프 총장 발언과 관련, “러시아와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면서 직접적 대응을 삼갔다. 하지만 정부 바깥에서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러시아가 MD를 군사력 증강의 핑곗거리로 활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국방 관련 싱크탱크인 스팀슨 연구소의 배리 블레흐만 선임연구원은 “마카로프 총장의 발언은 헛소리”라면서 “그가 술에 취한 것이 분명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이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차단할 수 있는 동유럽 MD 구상을 추진해왔으나 러시아는 동유럽 MD가 자신들의 전술핵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