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한 숟가락만 더 먹자! 어이구 잘한다 우리아기!’라던 것이 대여섯 숟가락으로 이어지던가, “아니, 먹을 것 없어 죽어가는 불쌍한 아이들도 있는데 너는 왜 아까운 음식을 안 먹고 그래?” 라며 어느 아프리카 빈민에 대한 죄의식까지 주며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억지로 먹게 하는 (나는 빼 놓고) 강포 엄마들 아래 자란 덕분인지, 우리들 가운데는 남이 싫다는 것을 재차 삼차 권유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물들은 듯하다.
그런 습관이 버릇된 우리는 그것을 ‘나누는 정’이라고도 표현한다. 그래서 한 두 번 사양하다가 겨우 받아드리는 것이 예의처럼 되었고 누군가가 권면을 여러 번 하지 않으면 ‘냉정한 인간’ 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런 생활 습관은 Yes 와 No 를 분명히 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때로 본의 아닌 “아니요, 나는 괜찮아요!” 로 No를 말하게 된다. 물론 남의 의견을 존중하는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은 두 번 다시 의견을 묻지 않고…..
때론 이렇게 마음 없이 사양해서 침만 꿀걱 삼키며 남들 먹는 것만 구경하게 될 때도 있는데, 어떨 때는 사업상 중요한 안건이 나와 의견을 물을 때도 ‘예’ 와‘아니요’를 똑바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쁜 버릇이 나오는 것을 본다.
아무튼 지금 쓰는 글은 우리음식 국제화를 위해 쓰는 것이니…
음식을 먹을 때면 특히 가뭄에 비 맞은 듯 온갖 활개를 치는 권면 문화는 아직도 변함없어, 오랜만에 한국 처갓집을 방문한 남편에게 배가 왜 그렇게 나왔냐고 꾸중을 하면서도 음식점에 대려 가서는 이것도 저것도 많이 먹으라며 권하는 친정 언니들의 모습이, 그때는 날씬했던 남편에게 근 삼십 년 전 보여주었던 모습과 별 다름이 없다.
지금은 배 부르니 고만 먹겠다고 마음 편히 말할 수 있지만 생전 처음 한국음식을 대하는 그는 말도 통하지 않는 처갓집 식구들에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순한 양처럼 그저 시키는 데로 따르다가 매번 몰래 고생하면서도 처갓집 식구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참아왔던 점이다.
헌데, 앞으로 갖다 주는 음식을 먹는 것을 봐야 좋아하는 고집스런 권면 문화를 현재 영어 원어 민 선생으로 일하는 사위 또한 견뎌야 할 어려움 이었다고 한다. 가르치는 학교의 동료와 선배 선생님들이 어쩔 때는 강제적으로 먹으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권면문화에 너무 당혹해 하던 영국인 사위가 지금은 한국음식에 푸욱 빠져있지만……
‘예’ 와 ‘아니요’ 를 분명하게 하는 서양인들에게 두 번 세 번을 권유하는 것은 ‘한다’, ‘안 한다’ 를 말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의사를 고집하며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가 되기도 하는데 우리에게 넘치는 정의 표현이 식탁을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번번히 일어나는 것이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의 불만 중에 하나라고 사위는 말해준다.
내 남편이나 사위는 그렇게 지나칠 정도의 권유를 잘 참아야 할 좋은 이유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한국문화에 아직 낫 설은 외국인에게는 의견을 묻고, 필요하다면 대답의 확신을 얻기 위해 한번 더 물어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그들의 인격과 의견을 존중함을 보여주는 좋은 매너라는 것을 알아두면 좋으리라.
한국음식을, 특히 마늘냄새가 진하고 매운 김치와 같은 음식을 처음 맛보는 외국 사람들은, 지금은 좋아하지만 내가 생전 처음으로 치즈를 대했을 때 경험했던 것과 같은 어색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 두 번하며 우리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은 곧 우리음식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을 보는데, 우리음식의 진부를 보여준다며 너무 갑자기 이것 저것 생소한 음식들을 먹어보라며 강요에 가까운 권유를 하다가 오히려 ‘한국음식 다 이런가?’ 하며 질식 시키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우리음식에 맛이 들린 외국인들은 그 본국으로 돌아와서도 한국음식을 다시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보는데, 그 기막히게 땅기는 맛도 맛이지만 영양과 다이어트 가치도 훌륭한 우리음식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라고나 할까?
그러니 외국인들의 구미를 당기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약간은 싱거운듯한 몇 종류의 음식으로 시작하여 그들이 자연스럽게 우리음식의 매혹에 빠지도록 유혹하자.
지나친 권면보다는 매혹으로 세계인의 미각과 시각을 자극해주자.
박경희 비톤
아동교육 동화 작가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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