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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1 02:19
내 나라를 위한 무대에 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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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화요일 저녁에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에서 ‘IRPA 13 Korean Night’라는 행사가 열렸다. IRPA는 ‘International Radiation Protection Association(국제방사선방호연합회)’의 약자로, 본 협회는 방사선방호 관련 지식과 기술교류를 위해 1965년 발족 되었으며, 현재 61개 국가, 48개 학회가 회원단체로 가입되어 있다. 특히, 매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방사선방호연합회 총회는 세계적 권위의 방사선방호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회의로, 산업적으로는 원자력 및 방사선 기술 및 규제분야 등에 대한 국제 엑스포(EXPO)다. 올해 제 13회 총회는 영국 글라스고에서 개최되었으며, 2016년 14회 총회 개최지는 이미 선정된 상태였고, 한국의 서울이 2020년 제 15회 개최지가 되기 위해 호주의 도시 아들레이드, 브라질의 도시 리우데자이네루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상황이었다. 한국은 이미 과거에도 총회 개최지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한 번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개최지로 선정되기가 만만치 않다 보니, 학회 관계자들 및 총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최지 후보국들의 경쟁이 치열했고, 호주는 와인 시음회, 브라질은 삼바 공연 등을 내세웠다고 한다. 우리 한국은 대한방사선방어학회, 한국관광공사 등이 민․관 유치단을 구성하여 한국홍보관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 득표 활동을 전개하였고, 16일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는 15일 저녁 Korea Night을 개최한 것이었다. 한국에 대한 홍보 및 저녁 만찬이 마련되었던 이날 Korea Night에서 바로 내가 활동하는 가야금, 기타 듀오 KAYA가 출연하여 전 세계에서 온 관객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했다. 사실, 이번 공연은 원래 나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가 급하게 합류가 결정된 탓에,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정확히 어떤 목적의 행사인지 모르고 참여했다. 그랬는데 현장에 도착해서 관계자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중요한 공연이었다. 그 동안 KAYA는 ‘세계 소방관 경기대회’, ‘국제 우주대회’ 등 국제행사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공연을 몇 차례 해왔었는데, 그 공연들은 이미 한국이 차기 개최국으로 선정이 된 상황에서 차기 개최국 홍보 차원의 공연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아직 개최국이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정확히는 개최국 선정 발표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개최국 선정 경쟁의 승리를 위한 막판 총력전에 해당하는 공연이었다. 그런 만큼, 공연을 통한 관객들의 반응이 득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고, 이날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할 KAYA의 공연은 그 책임과 역할이 정말 막중했던 셈이다. 이런 내막을 알게 되고 나서는 상당한 부담감과 긴장감이 몰려왔다. 특히, 공연 중에는 외국인 손님들과 함께 ‘아리랑’을 함께 배워보는 순서도 마련했는데, 공연 중 인사말 및 ‘아리랑’ 배우기 멘트도 내가 (당연히 영어로) 해야 했다. 이윽고 공연은 시작되었고, KAYA의 단골 레퍼토리인 비틀즈의 ‘Let it be’를 연주하는데, 관객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2008년도에 비틀즈가 탄생한 도시 리버풀에서 공연을 할 때도 우리가 연주하는 ‘Let it be’에 노래를 부르는 관객이 없었는데, 이번 관객들은 그렇게 처음부터 호응이 너무 좋았다. 나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아리랑’을 배워보는 시간, 영어로 된 가사를 스크린에 띄우고서 원래는 노래 전체를 한 번 들려주고 이어서 한 줄씩 따라하는 식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관객들이 너무나 잘 따라 불러주시는 바람에 그냥 노래 전체를 바로 따라하도록 했다. 이어서 마지막 곡으로 ‘아리랑’을 KAYA와 함께 대금, 키보드까지 합세하여 경쾌하게 편곡된 버전으로 선사했고, 일부 관객들은 기립박수까지 쳐주시는 등 정말 좋은 분위기에서 공연을 마쳤다.
공연 다음 날, 전날 거의 한 숨도 못 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했는데, 오후에 학회 관계자분으로부터 한국이 압도적인 득표율로 개최지로 선정되었다며, 우리들의 공연 덕분이었다는 감사의 메시지가 담긴 이메일을 받았다. 나는 그렇게 유명한 음악인도 아니고, 음악을 통해 큰 돈을 벌어보지도 못했지만, 이렇게 음악을 통해 내 나라를 위한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감당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수백 명의 외국인 관객들과 ‘아리랑’을 함께 부르던 그 순간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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