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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약속부터 어긴 19대 국회


'폭력'과 '무능',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만 남긴 18대 국회가 4년간의 임기를 마감하고, 새로 선출된 19대 국회가 개원하는 날이다. 지난 4년은 투쟁과 대립으로 점철된, 철저하게 민생을 외면한 시간이었다.

제출된 법안 가운데 45%, 6천400여 건이 폐기됐다. 임기 개시일 이후 원구성까지 걸린 기간이 무려 89일이었다. 특히 오죽하면 임기가 시작된 지 한참 지나고서야 개원하는 잘못된 관행을 깨고자 국회 스스로 국회법에 '임기 시작 7일째 되는 날 개원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회가 제 날짜에 개원한 일은 없다. 당시 3달 가까이 국회 문을 열지 못했던 까닭은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의 탐욕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이 관행적으로 야당 몫이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게 주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이번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는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을 거쳤다. 그러나 초장부터 싹수가 노랗다. 이미 30일 임기는 시작했지만 여야의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당초 개원하기로 한 5일 개원이 불발된 것이다. '늑장 개원' 이라는 해묵은 구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되었다. 

상임위원장 배분과 민간인 사찰 관련 국정조사 등의 쟁점 사항을 놓고 좀처럼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천억 원에 육박하는 세금으로 호화판 의원회관을 지어놓고 국회를 공전시키려는 추태는 도대체 무슨 배짱인가. 

지난 총선과정에서 유권자에게 수없이 약속했던 '환골탈태'는 온데간데없다. 여전히 밥그릇 싸움이다. 국회몸싸움방지법 통과 이후 처음 개원하는 국회여서'혹시나'하는 기대를 가져보지만 타협과 양보를 통한 정치선진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번에도 새누리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탐내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하는 관행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 때 관철시켰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자신들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4년 전에도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려다 결국 못하고 국회 개원만 늦추었는데, 또다시 같은 행태를 되풀이할 것인가? 상임위원장직은 교섭단체별 의석 비례에 따라 원칙대로 하면 된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 자리라도 더 많이, 그리고 '힘 있는 상임위'를 차지하려는 여야의 욕심이 문제다. 대선 주도권 싸움까지 겹쳐지면 국회가 실질적 활동을 시작하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번 국회는 임기 초반부터 국가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에다 일명 'R의 공포'라 불리는 세계 경기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위주의 우리 경제에는 치명타다. 초국가적, 초당적 대처가 시급한 시기임에도 국회는 연말 대선을 앞둔 각종 정치적 이슈로 헤매고 있다. 

새누리당은 때아닌 이념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고, 대선을 겨냥한 종북바람을 불러일으키려 애쓰고 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이 마치 이석기, 김제연 의원 제명인 양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19대 국회를 바라보는 민심은 싸늘하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호화판 의원회관 문제까지 불거진 데다, 올해 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를 중심으로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겠다고 한 약속도 감감 무소식이다. 19대 국회는 정말 민생을 좀 헤아렸으면 한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정활동을 펼쳐보이는 것이 국민의 마음을 얻고 대통령 선거에도 유리하다. 

아울러 국민의 국회로 거듭나려면 '염치없는' 특권도 내려놔야 한다. '월 120만 원 종신 연금' 등은 포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것들은 누가봐도 국민을 위한 봉사에 필요한 특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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