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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신용등급 3 단계하락에 구제금융까지 신청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이 무려 3 단계 하락한 가운데,그리스 이어 은행권 위기가 확산돼 벼랑 끝에 몰리면서 결국 유로존 17개국 중 4번째로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스페인은 유럽 4위의 경제국이지만 2008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자국 은행의 부동산 부실채권 규모가 약 3천억 유로에 달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7일 스페인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정크본드(투기등급) 한 단계 위인‘BBB’로 3단계 강등했다고 발표했다. 

장기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스페인 은행 부문의 구조조정과 재자본화에 드는 비용이 현 시점에서 국내총생산(GDP)의 6%인 600억 유로로 추산되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면 1천억 유로(GDP의 9%)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또 스페인의 경기 침체는 내년까지, 재정적자는 2015년에 최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피치는 스페인의 총공공부채 비율이 2015년 GDP의 95%로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면서 “스페인은 올해 남은 기간과 2013년 한 해 내내 경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이스 데 권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9일 “유로존 국가들에게 부실 은행의 자본 확충에 필요한 최대 1000억 유로(약 146조 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말해 사실상 구제 금융 신청을 공식화 했다. 

이에 대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스페인 정부가 자국 부실 은행들의 재자본화를 위해 구제금융 지원 요청 방침을 밝힘에 따라 스페인에 최고 10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구제금융 자금은 스페인 정부가 최종적으로 상환 책임을 지지만 은행 부분에 한정해 직접 투입된다."고 발표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10일 부실한 자국은행들에 대한 1000억 유로의 금융 지원으로 유로의 신뢰도를 확보하게 됐다고 밝히면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이 같은 합의는 유로존의 장점인 협동심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유럽 신뢰도의 승리, 유로의 미래의 승리, 유럽의 승리"라고 말했다.

스페인, 구제금융 받아도 시장은 불안

스페인 구제금융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일단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강도 높은 긴축 없는 구제금융은 '급한 불 끄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10일 보고서를 통해 스페인 구제금융안에 엄격하고 강력한 긴축재정조건이 없으면 스페인 경제가 스스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BoA는 이 경우 스페인 국채금리가 다시 오르게 되고, 1000억유로(약 147조원)의 구제금융의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이번 구제금융이 유로안정화기구(ESM)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스페인 은행구조조정기금(FROB)을 통해 스페인 은행들에 직접 자금을 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과거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제공한 구제금융을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트로이카가 집행 조건으로 제시했던 추가 긴축재정 요구를 받지 않았다. 

이와같은 스페인의 지원방식이 ‘특혜성’이라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그리스 일부정파는 ‘우리도 (스페인 같은 조건으로 재협상이) 가능하다’ 며 지지세력 규합하는 등 그리스 정국이 들끓고 있다.

지난 그리스 1차총선에서 1당이 된 신민당은 자신들의 ‘(구제금융) 부분 재협상’선거전략에 스페인 사례를 적극 이용하시작했으며, 신민당과 함께 그리스 정국의 키를 쥐고 있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도 ‘스페인을 보라, 우리도 전면 재협상 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10일 "그리스가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유로존이 요구하는 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협상을 거절하고 새로운 조건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EU 경쟁 집행위의 오아킨 알무니아 위원장과 독일의 볼프강 샤외블레 재무장관은 " 돈을 준 사람은 모두 공으로 주는 건 아니다" 면서 다른 구제 금융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및 유럽중앙은행(ECB)의 "트로이카"가 이 재정 지원을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1천억 유로는 턱없이 부족 게다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는 11일 보고서를 통해 스페인이 2014년 말까지 갚아야 하는 국채가 1550억유로이고, 같은 기간 충당해야 할 재정 예산은 1210억유로라고 밝히면서 스페인이 은행권 자금을 보강하려면 최소 134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구제금융 규모는 2500억유로 수준으로 현재 지원 예상 자금의 2.5배에 달한다. 만약 오는 6월 17일 그리스 총선결과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 연합 시리자가 승리하면 유럽 재정위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면서 스페인 역시 국채 차입 비용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구제금융의 효과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까지 총 445억유로의 국채를 상환해야하는 국채 만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유럽부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스페인의 전반적인 재정상황과 거시적인 문제점들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로 인해 스페인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상당하는 1000억유로의 빚을 더 지게 됐지만, 극심한 경기불황과 높은 실업 등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858-유럽 5 사진.jpg 


크루그먼,실업자 외면한 구제금융 비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유로존이 스페인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결정과 관련해 실업자는 외면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0일 뉴욕타임즈(NYT) 기고를 통해 "유로존의 정책담당자들은 은행권 구제에만 힘을 모았을 뿐 스페인의 실업률을 25%에 달하게 한 긴축정책을 전환하려는 의사는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동결에서 긴축을 고집하는 유로존의 태도가 다시 확인됐다며 긴축을 통한 유로존 위기해결 시도를 강하게 질타하며 ECB의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이와함께 크루그먼 교수는 " 강력한 성장정책 없이는 긴축과 임금 삭감, 물가 하락 같은 정책은 효과가 없다. 전면적인 재앙 수준의 상황이 닥쳐야 은행 구제를 뛰어넘는 실질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며 유럽은 이같은 상황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 "고 경고했다.

스페인,재정적자 EU목표 2013년에 달성 불가능

스페인은 신정부 수립 이후 라호이 총리는 그간 조세·노동·금융 등과 같은 부문에서 야심 찬 개혁을 일궈내는 한편, 초강력 긴축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국가 신용도 회복에 전력을 다해오고 있다. 

  그러나 국가 재정적자 규모가 2011년 말 당초 목표인 GDP의 6%를 크게 상회한 8.5%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타 유럽 회원국과 별도의 상의 없이 2012년 목표(GDP의 4.4%)를 달성할 수 없음을 밝혀 투자가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었다. 

결국 EC는 2012년 목표를 5.3%로 재조정하는 데에 합의를 보았으나, 곧바로 이어 일부 지방정부의 결산 내역 오류에 대한 정정으로 2011년 재정적자 규모가 8.9%로 더욱 높아지며 국가재정 자체에 대한 불신이 더욱 팽배해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스페인이 2013년까지 기존 목표(GDP의 3%)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됐으며, 재정목표 시한 1 년 연장 가능성 제기도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 정부는 경제위기 발발 이후 그간 금융권의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저축은행 간 통폐합 유도, 핵심자본비율 상향조정, 저축은행들의 유상증자를 통한 민간자본 유치 유도 등과 같은 일련의 금융개혁을 이뤄냈다. 

2012년 초에도 날로 높아지는 스페인 금융권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구심 해소를 목적으로 현지 금융기업에 총 800억 유로에 달하는 지급준비금 확충을 명해 금융안정을 꾀했으나, 자산기준 4위 은행인 방키아(Bankia)의 갑작스러운 국유화 발표로 주식 및 각종 국채금리 시장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정부가 방키아의 회생을 위해 공적자금을 지원할 입장임을 밝혔으나, 극도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 시점에서 190억 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어떠한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아 투자가들의 심리적 불신을 야기했었다. 

일각에서는 방키아와 기타 부실은행의 구제를 위해 약 500억 유로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나, 앞으로 실제 필요할 자금규모는 아무도 예상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빚 GDP의 120% 달한 이탈리아도 재정 지원 가능

유럽 재정위기국인 PIIGS 가운데 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이 모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이탈리아 역시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구제금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은 "이탈리아가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및 유럽안정화기구(ESM),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영국의 통화펀드 매니저인 닉 호카트는 "다음은 이탈리아일 가능성이 높으며 구제금융 규모도 스페인보다 더 많은 2,000억~3,000억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금융의 그림자가 이탈리아로 옮겨간 이유는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부채 급증, 경기침체 등을 우려한 해외 투자가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경제 규모에 비해 정부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20%로 구제금융을 이미 신청한 포르투갈(107%), 아일랜드(105%), 스페인(68%)보다 훨씬 높다. 

한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이 스페인 구제금융을 결정함에 따라 이탈리아를 지원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경고도 나왔다. 브뤼셀 소재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대니얼 그로스 소장은 "스페인을 구제하면 이탈리아를 도울 여력이 없게 되며 상황이 악화되면 (이탈리아가) 스스로 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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