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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바람이 있습니다. 월척 붕어 한 수를 낚는 것입니다. 또 월척을 낚아본 낚시인은 월척을 낚을 ...

by eknews15  /  on Jun 14, 2012 17:06

민물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바람이 있습니다. 월척 붕어 한 수를 낚는 것입니다. 또 월척을 낚아본 낚시인은 월척을 낚을 때의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하여 다시 한 번 월척 낚을 날을 기다립니다.

한 낚시꾼이 있었는데 월척의 꿈을 간직하고 언젠가는 월척 낚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월척에 미달하는 붕어를 낚을 때면 행여나 붕어가 다칠 새라 낚시 바늘을 조심스럽게 빼 내고는 부드럽게 붕어를 감싸 안으면서 ‘나중에 월척이 되어서 다시 만나자’하고는 붕어를 놓아주었습니다. 이렇게 일념으로 월척을 그리다 보니 가끔 월척의 꿈을 꾸기도 하였습니다. 붕어가 너무 커서 낚싯대가 부러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낚싯대를 손에 쥔 채로 물속으로 끌려들어가서 한 참을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물에 빠져 죽을뻔 한 꿈을 꾼 적도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이한 꿈을 꾸었습니다. 선경처럼 아름다운 계곡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아담한 못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적이 드물고 물이 수정처럼 맑았습니다. 못 주위를 둘러싼 기기묘묘(奇奇妙妙)한 연봉(連峰)들이 깊숙하게 그림자를 드리운 물 위를 바람이 산들산들 쓰다듬고 지나갈 때마다 반짝이는 물결이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천상의 소리로 노래하는 이름 모를 산새가 못 위를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자 숲속을 뚫고 물위에 내리꽂히는 영롱한 햇살이 못 위를 맴돌며 회오리바람처럼 휘돌아 오릅니다. 휘돌아 오르는 햇살을 따라 하얀 물안개가 피어오르면서 못 위를 휘돌아 오릅니다. 이렇게 오색영롱한 빛이 골짜기를 찬란하게 비추고 있는데 갑자기 물속에서 눈부시게 환한 선인(仙人)이 길고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불쑥 솟아오릅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얼이 빠진 낚시꾼에게 선인이 서서히 다가오더니 ‘언젠가 내가 다시 나타나서 네 꿈이 이루어지게 할 것이다. 지금은 때가 되지 않아서 월척 구경하기가 어렵지만 그 때에는 이 못이 낚시 천국이 되어 월척이 쏟아질 것이다. 그 때가 올 때까지 늘 바른 마음으로 낚시를 하라’고 하면서 ‘내가 너에게 낚시훈(訓)을 줄 테니 반드시 지켜라’고 하였습니다. 선인이 준 낚시훈은 ‘첫째 이 못의 주인인 나를 공경하고, 둘째 함부로 살어(殺魚)하지 말고, 셋째 탐욕(貪慾)으로 낚시하지 말고, 넷째 상생(相生)의 낚시를 하고, 다섯째 해마다 날을 잡아 방생(放生)을 행하고, 여섯째 네 낚시터를 내어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내어주고, 일곱째 조도(釣徒)를 바로 깨쳐 행하고, 여덟째 천지 만물을 너보다 더 사랑하고, 아홉째 한 달에 다섯 번씩 낚시하지 않는 날을 정하여 쉬고, 열 번째 나에게 제물을 바쳐라’고 하였습니다.

낚시훈을 말하고 나서 홀연히 선인이 물속으로 사라지자 휘황찬란한 광채와 물안개도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못은 일상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낚시꾼은 오래 동안 깊은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꿈속의 일들이 생시보다 더 생생하였습니다. 낚시꾼은 선인이 준 낚시훈을 철저히 지키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낚시훈을 지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낚시훈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낚시꾼은 죽을 때까지 낚시훈을 지키려고 노력하자고 스스로 다짐하였습니다. 낚시꾼은 낚시훈을 다른 낚시꾼과 자손들에게도 전파하였습니다. 여러 세대가 지났지만 아직 낚시천국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낚시꾼들은 전설처럼 전해오는 선인이 나타나 월척이 쏟아지는 낚시 천국을 이루어줄 날을 꿈꾸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인님, 간절히 비오니 낚시훈을 지키지 못하는 저희를 용서하시고 하루빨리 낚시천국을 이루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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