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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나마 불편했던 점은 단 한 가지, 한국분들께서 한글로 된 문자를 보내시면 글자가 깨져서 못 본다는 점뿐이다.

 

스마트폰을 권유하는 분들께 늘 되묻는다, 스마트폰을 쓰면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대부분이 답변은 ‘한글 문자, 카카오톡, 어디서나 인터넷 사용’ 대충 이 정도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것들이 그다지 매력적인 요소로 느껴지지 않는다.

 

별로 자주 오는 것도 아닌 한글 문자는 다시 영어로 보내달라고 정중하게 혹은 애교(?)로 부탁하면 되는 것이고, 하루 일과 중 상당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나로서는 굳이 바깥에서 이동 중 인터넷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톡도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실시간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 편으로는 그닥 내키지 않는다.

 

나는 원래부터 실시간 메신저나 문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립거나 생각이 날 때면 그냥 전화를 한 통 하거나, 아니면 그리움을 가득 담은 이메일을 보내곤 한다.

 

그보다는 주변에 카카오톡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이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고 알려대는 게, 나는 그것을 귀찮게 여길 것 같다.

 

사람들과의 교류도 좋지만, 어차피 카카오톡으로 그렇게 대단하게 깊이 있는 교류를 나누지는 않는 것 같다. 결국 단순한 신변잡기가 주를 이루는데, 그게 그렇게 필요한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하거나 인터넷을 하면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역시나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나는 출퇴근 시간에 음악을 듣는다. 그저 배경음악(BGM) 삼아 대충 듣는 게 아니라, 정말 매번 음악에 흠뻑 빠져서 음악을 들으며 이런 저런 생각과 느낌들에 심취하기도 하고, 영혼의 피로를 풀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 시간이 (비록 승객들로 꽉찬 기차 안이건, 시장바닥처럼 번잡한 곳이건) 가장 고요하고 개인적인 시간이다.

 

굳이 그 시간에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을 받고 싶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하고 싶지 않다.

 

그냥 아무 것으로부터도 방해 받고 싶지 않은 그런 시간, 때로는 바깥 세상과, 또 사람들로부터도 완전히 차단된 혼자만의 시간을 우리는 하루 중 잠시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스마트폰은 우리들을 세상과, 사람들과 보다 폭넓고 편하게 연결해주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 스마트폰은 우리가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누리고 사색에 잠겨볼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수시로 이메일도 확인하고, 웹서핑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데, 사람의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법이다. 어느 순간 그렇게 인터넷에 접속하는 게 일종의 중독처럼 여겨지게 되었고, 그래서 적어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 외에는 최대한 인터넷으로부터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자각하게 되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무나 유용하고 또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는 도구이지만, 어느새 불필요하게 우리 생활의, 우리들의 시간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한국을 방문할 때면, 정말 지하철, 버스 안에서, 심지어 거리를 걷는 이들 조차도, 특히 젊은이들은 거의 99% 이상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정말 필요한 일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정말 유익한 일을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모두가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과연 그게 마냥 좋은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스마트폰은 이 시대 가장 활용도가 높은 소통의 도구이지만, 이상하게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한 소통은 오히려 편지를 주고받아야 했던 과거보다 더욱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나만의 오해일까?

 

어린 나이부터 인터넷을 접하고, 스마트폰을 그야말로 끼고 사는 한국의 요즘 청소년들, 젊은이들을 보면, 오히려 사람과 대화하는 법,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나누는 법은 오히려 과거보다 서툰 것 같은데.

 

등록금을 반값으로 깎아달라는 대학생들도, 심지어 어린 초등학생들의 손에 최신형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는 것도 과연 정상인 걸까?

 

기업들은 스마트폰과 또 스마트폰과 연계된 수 많은 비즈니스로 수익을 내야 하니, 그들은 계속해서 우리들에게 ‘스마트폰=필수품’이라는 메시지를 주입시키고,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당연히 그 신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설득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수 많은 상업적 현혹들로부터,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말과 시선으로부터 귀와 눈을 닫아버리고, 한 번쯤 스스로에게 정말 진지하게 자문해보면 좋겠다, 정말 당신은 스마트폰이 필요하냐고.

 

나는 스마트폰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을 쓰지 말자는 것도 아니며,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정말로 스마트폰이 꼭 필요한 사람은 스마트폰을 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그런 상식적인 세상을 바라는 것뿐이다.

 

어쨌든, 나는 적어도 ‘아직은’ 스마트폰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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