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인해 경제 성장에 많은 타격을 입고 있는 세계 각국들이 엄청난 매장량뿐만 아니라 높은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는 셰일가스(shale gas)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셰일가스가 제조업의 단가를 낮출 수 있어 세계 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과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오염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셰일은 우리말로는 혈암(頁岩)이라고 하며 입자 크기가 작은, 진흙이 뭉쳐져서 형성된 퇴적암의 일종으로 셰일가스는 이 혈암에서 추출되는 메탄가스를 말한다.
전통적인 가스전과는 다른 암반층으로부터 채취하고, 셰일가스를 비롯해 퇴적암층에서 추출되는 치밀가스, 석탄층 메탄가스 등은 유정에서 추출하는 일반 천연가스와 구분하기 위해 비전통적(unconventional) 가스로 분류된다.
셰일가스가 발견된 지는 오래됐으나 최근까지만도 흙층에서 이 가스를 추출해내야만 하는 기술과 경제적 이유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섞은 혼합액을 고압으로 분사하는 수압파쇄법과 수평으로 가스를 시추하는 방법 등이 상용화되는 등 기술적 혁신으로 활발한 개발과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
활용도면에서도 셰일가스가 기본적으로 천연가스의 일종인 만큼 난방연료와 발전용, 에탄 등 석유화학원료, 액화천연가스(LNG)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많다.
또한, 세계각국이 셰일가스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엄청난 매장량에 있다.
현재 확인된 매장량만 해도 187조㎥로 세계 인구가 59년간 사용할 수 있다. 석유 매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화석연료의 확인 매장량은 석유가 1888억TOE, 석탄이 4196억TOE 수준이다. 전통 천연가스의 경우도 1684억 TOE임에 비해 셰일가스는 1687억TOE로 이보다 매장량이 많으며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가격경쟁력 또한 높은 편이다.
미에너지정보국(EIA)에 의하면 미국은 현재 셰일가스 최대 생산국이며, 2010년 기준 미국 전체 천연가스 생산량에서 셰일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3%(1억1천만 톤) 이었으나 2035년에는 그 비율이 49%(2억9천만 톤)로 확대될 전망이다.
셰일가스는 중국이 36조m³ 매장량을 보유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량을 보유했으나 매장지역이 대부분 사막지대에 분포돼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한 수압 파쇄법을 사용해 셰일가스를 생산하는데 현재로서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24조m³ 의 셰일가스 매장량을 보유하며 중남미 지역에도 아르헨티나와 멕시코가 각각 22조m³와 19m³의 매장량이 추정되고 있지만, 한국은 매장량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자원별 미국의 에너지 생산량은 2010년 기준 석유가 37%로 가장 높으며, 그 뒤로 천연가스(25%), 석탄(21%), 핵발전(9%), 재생에너지(7%), 액화 바이오 연료(1%)로 이루어진다.
점차 석유 의존도는 줄지만 신재생 에너지원의 의존도는 높아져, 전체 에너지원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5년에도 25%를 유지하며 큰 변화가 없을 것이나 천연가스 중 셰일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가스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에너지의 50%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셰일가스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석유 메이저들이 생산에 가세하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지난 1998년 하루 2800만㎥ 미만이었다가 지난해 1억4100만㎥로 5배 넘게 늘었다. 셰일가스 생산이 늘면서 미국은 2009년 이후 러시아를 제치고 천연가스 세계 1위 생산국에 올라섰다.
한편, 지난 2010년 중국석유공사는 에너지기업 셸과 손잡고 30년 동안 중국의 셰일가스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최근에는 중국 에너지기업들이 미국의 소규모 셰일가스업체들을 인수합병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에너지업체의 한 관계자는 “셰일가스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2020년쯤에는 양국이 천연가스 시장에서 최대 생산국이자 수요국으로 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스 수요의 상당수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도 셰일가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수급 의존도는 30%에 이른다.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로열더치셸, 노르웨이의 스타토일, 프랑스의 토탈 등 유럽 메이저 에너지업체들은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셰일가스 시추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의 셰일가스 붐으로 천연가스 단가가 저렴해졌으며, 이는 세계 각국 제조업의 생산단가 하락을 통한 기업의 소득 증대를 이끌어 제조산업이 회복할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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