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일은 한-EU FTA의 효력이 실행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브뤼셀에는 7월 첫째주에 한-EU FTA 1주년을 맞아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 김창범 주벨기에 대사, KITA 한덕수 회장, 카를 데 휘흐트 EU 통상장관, Hosuk Lee-Makiyama ECIPE 소장 등이 참여한 무역협회 주최 라운드 테이블에 한국-유럽 양측간이 각각 1년간 FTA의 파급효과를 조명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한-EU FTA가 발효된지 1년이 된 시점에 던져지는 몇가지 시사점에 대해서 조명하도록 하겠다.
한-EU, FTA, 국제 정세에 대한 양측의 대응수
사실, 한국인으로서 한-EU FTA에 대해 쓰는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아무래도 한국이 동아시아 경제권에선 전례가 없는 무역 협정을 성공적으로 맺었다보니 객관적인 시각보단 상대적으로 주관적인 시각이 들어갈 수 있어서이다.
따라서, 한-EU FTA를 조명하기 전에 먼저 시장 크기, 무역량, 산업구조가 판이하게 다른 한국과 유럽이 왜, 그리고 어떻게 무역 협정을 맺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첫번째로, 양측은 자유 시장주의 경제로서, 자유 무역에 대한 사상적인 바탕이 이미 있었다.
일례로, 한국과 EU 둘 다 GATT에 60년대 후반부터 참여를 했었다. 유럽 경제공동체가 대표로 참여한 유럽은, 57년 로마 협정 이후 초기 참여국 6개국이 경제공동체를 이루며 자유 무역에 대한 사상적인 바탕이 있었던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60년대에 아직 개발도상국이었고, 독재주의 정치아래 있었던 한국의 GATT 참여는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사실, 한국식 수출지향형 경제 성장모델을 적용시켜왔던 한국은 자유 무역을 통한 국제시장 진출이 절실했다. 이렇듯, 상대적으로 시장경제였던 한국은 1967년 케네디 라운드에 참여를 하는 등, 자유 무역에 대한 사상적인 바탕을 키워왔다.
두번째로, 두 경제권 모두 WTO의 최혜국 대우를 기본으로 하는 `무역 무차별 원칙`을 시장 진출의 핵심으로 삼았었다. 1995년 WTO의 설립은 123개국의 참여로 세계 상품 시장의 80%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도하라운드 및 중국의 2001년 WTO 가입국 승격으로 인하여 WTO체제는 세계 상품 시장의 90%를 점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도하라운드에서 비롯된 다자간 무역 자유화의 급냉화로 인하여 비롯된 자유 무역 협정들의 증식은 무역 무차별 원칙을 고수했던 한국 및 EU에게 민감한 도전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한국 및 EU는 2000년 중반까지 양자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면에 대해선 사실상 늦깍이 학생이었다.
주어진 사실로 비추어 볼때, 한-EU FTA는 도하라운드의 멈춤으로 인하여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한국 및 유럽의 대응수라고 보는게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한국 및 유럽이 양측간 중요한 대응수를 두기 위하여 전례없는 ‘기념비’적인 FTA를 체결했다는 사실에 있다.
한-EU FTA의 정치적, 지정학적, 경제적 의의
그렇다면, 한-EU FTA가 왜 ‘기념비’적인 대응수인가? 이 질문은 정치적, 지정학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대답을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유럽연합으로선 2009년 리스본 조약을 체결하고 현 유럽의 외무 장관 캐서린 아슈턴이 수장으로 있는 EEAS라는 유럽 외무부를 조직한 이후 처음으로 맺는 자유무역 협정이 한-EU FTA였으며, 한국으로선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권인 EU와 자유무역 협정을 맺음으로서 `FTA 늦둥이`였던 기존의 한국의 자유무역 협정 체결 상황을 역전시켰던 것이 한-EU FTA였다.
한마디로, 유럽은 새로운 외무부의 힘을 시험하는데 한-EU FTA라는 중요수를 두었고, 한국은 `FTA늦둥이`였던 한국의 무역 지도에 한-EU FTA라는 대응수를 두었다. 더욱 나아가, 외교부 특채 사건 및 여러 스캔들로 인하여 정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외교통상부에게 EU-FTA는 더 바랄 수 없는 결과물이었다고 분석된다.
한-EU FTA를 단순히 두 정치권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것에서 더욱 더 나아가 지정학적으로 분석을 했을 때, 유럽은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EEAS 조직 후,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경제권과 더욱 더 긴밀한 경제적인 관계를 성사시킬 교두보를 얻었으며, 한국은 아시아 국가로선 전례없는 유럽과의 FTA를 체결함으로 인하여 후에 따른 한-미 FTA 및 현재 교섭중인 한-중 FTA 등 세계시장에서 ‘FTA 허브’가 될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무역 협정 내용상으로만으로 보아도 한-EU FTA는 `모델 FTA` 라고 불릴만큼 섬세하고 완전한 무역 협정이다 (Lee-Makiyama, 2012). 통상적으로, 현대의 무역 협정을 계량경제학적 모델을 통하여 분석할 때 관세장벽보다는 용역 거래, 및 새로운 무역 이슈인 비관세장벽에 더 큰 중요성을 두는데, 이는 비관세장벽이 관세장벽보다 무역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이유에서이다.
일례로, 한국의 경우 비관세장벽의 수준이 76%, EU의 경우 46% 수준에서 동일한 보호 효과를 갖는다 (CEPII/ATLASS, 2010). 한국의 평균 관세가 12.2%에 불과하고, EU의 평균 관세가 5.6%에 불과한것을 고려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라 볼 수 있다 (WTO, 2012). 이러한 면에 있어선 한-EU FTA는 두 경제권의 `심화된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한 FTA로서, 비관세 협정 및 용역 거래에 많은 진전을 이룬 FTA다.
한국 및 EU가 나아갈 방향
한-EU FTA는 두 경제권에게 서로에게 전례없는 시장 진출성, 및 경제적, 지정학적 변화를 가져왔다. WTO의 DDA가 그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시점에 한-EU FTA는 두 경제권에게 관세/비관세장벽 감소, 및 시장 확대를 통한 성장률 재고 등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임에는 의심이 없다.
하지만,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는 한-EU FTA의 파급효과를 현시점에서 분석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긴 시간을 통해 지켜봐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 및 EU는 무역 뿐만이 아닌,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더욱 더 긴밀한 교류를 통하여 서로를 더욱 더 잘 알아가는 경제적인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Top-down식으로 FTA가 양측의 대표간 체결이 되었으니, bottom-up식으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통합이 되어야 한다고 보며, 그 어느때 보다 시민 사회의 역할이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