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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6 00:24
지난 여름날로 떠나는 여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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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면 정릉 계곡 아래 있었던 큰 이모네 집에서 며칠씩 먹고 자면서 두 명의 사촌형들, 그리고 사촌남동생과 원 없이 놀았다. 성인이 된 지금 우리가 만나면 그저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방에 가는 게 우리가 노는 전부지만, 오히려 그 어린 시절에는 하루가 짧을 만큼 온 종일 함께 놀아도 시간이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그 시절 우리들은 무엇을 하며 그리도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어느 여름방학, 역시나 이모네 집에서 며칠씩 먹고 자던 중 하루는 밤에 우리 모두 마루에 이부자리를 깔고서 쪼르르 엎드려서 TV로 ‘여곡성’이라는 한국 고전 공포영화를 봤다. 그 시절의 나는 정말 겁이 많아서 무서운 것을 보면 밤에 화장실도 못 갔던 그런 아이였는데, 그 ‘여곡성’에서 본 여자 귀신은 정말 몸서리 쳐지도록 무서웠지만, 형들과 함께 놀란 토끼눈을 하고서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그 밤은 너무나 행복했던 것 같다. 후덥지근한 여름밤이라 창문을 활짝 열어놓아 그나마 선선한 밤 바람이 부는 가운데, 불을 붙여서 태우는 초록색 모기향을 피워놓고서, 형들과 함께 마루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봤던 그 ‘여곡성’의 여자 귀신과 매캐한 모기향의 냄새가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형들과 동생과 함께 여름방학이면 서울랜드, 드림랜드 같은 놀이공원에도 갔다. 그리고, 놀이공원을 다녀오는 길에 신촌의 유명한 고박사집 냉면을 먹었다. 지금은 비록 없어졌지만, 그 시절 고박사집 냉면은 정말 너무나도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놀이공원을 데려간 것도, 고박사집 냉면을 사주신 것도 큰 이모였다. 당시 우리집은 여유롭지 못한 형편이었기에 큰 이모가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즐거운 여름방학을 누리지 못했을 것 같다. 큰 이모에게 그 고마움을 반드시 보답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기회를 제대로 가져보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 그렇게 큰 이모네 집에서 며칠씩이나 먹고 자면서 보냈지만, 그 시간을 마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오면 그렇게 아쉽고 슬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차마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사촌동생은 늘 소리도 안 내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꾸역꾸역 흘리곤 했다. 나와 사촌동생은 둘 다 형제 하나 없는 외아들이었고, 그래서 그 외로움의 시간들이 너무나 힘겨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방학이면 큰 이모네 집에서 형들과 함께 넷이서 보낸 시간들이 그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소중한 추억들을 함께 만들었던 우리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각자의 바쁜 삶에 매진하느라 일 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고, 더 이상은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편, 떠올려 보니 그 시절 우리들은 비록 요즘 애들처럼 스마트폰도 없고, 최첨단 게임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오히려 요즘 애들보다 놀 것들이 더 많았고,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다섯 살 적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 살았던 마포구 중동의 성산아파트는 고작 5층에 총 3동밖에 없는 작은 아파트 단지였고, 당연히 아파트에 사는 또래 아이들끼리 자연스레 어울려 놀 수 있었다. 모래밭에 미끄럼틀, 시소, 그네가 갖춰진 작은 놀이터도 있었고, 아파트 곳곳에 흙과 수풀이 있었다. 지난 한국 휴가 중 당시 살던 동네를 찾아가봤는데, 비록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는 통째로 재개발이 되어서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지만, 다행히 우리 아파트 후문과 이어진 놀이터의 흔적이 약간 남아 있었고, 특히 미끄럼틀이 우거진 수풀 속에서 여전히 남아 있어서 카메라에 담아왔다. 여름방학이면 또래 아이들과 온종일 땅 따먹기, 구슬치기, 팽이치기 같은 놀이들을 하면서 보냈고, 또 그 중 누군가가 축구공이나 배구공, 아니면 당시 짬뽕공이라고 불렀던 테니스공만한 고무공 하나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공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시 여름방학 중 어떤 날은 밤에 정해진 시간에 모두가 불을 끄는 훈련(?)같은 것도 했었다. 아파트의 모든 불이 꺼지면 깜깜한 어둠 속에 달빛이 유난히 환했고, 그 시간에 아이들은 괜히 들떠서 밖에 나와 모여서 깜깜한 아파트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까닭 모를 스릴을 즐기곤 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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