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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8 02:56

삶의 미스테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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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거미가 내발에 거미집을 지었어요?” 졸아든 발의 근육을 늘려주는 수술을 하며 바느질한 흉터가 마치 거미집처럼 보이는 것을 궁금해 하던 아들이 다섯 살쯤이던 어느 날 물은 질문이었다.
아기의 연약한 발목에 무거운 깁스를 채워야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쩌면 아기의 아픔보다 더욱 컸을지도 모르겠고 그 발목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아기가 좀 더 큰 후에 해야 한다는 의사와 아직 뼈가 부드러운 어릴 적에 하는 것이 좋다는 젊은 의사의 의견 중, 우리는 스위스에서 봉사하러 온 젊은 의사를 통해 수술을 했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그 굽은 발목의 모든 근육을 모두 늘려줄 수는 없어 훗날 제2차 수술을 하기로 하고...
수술을 한 젊은 의사가 본국으로 돌아간 후 우리는 그때당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 중에서 경제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앞서가던 남아공화국에서 제 2차의 발목근육연장 수술을 받기 위해 아들의 여권 준비를 하고 기다리던 중 막내를 낳은 우리 부부는 겸사겸사 해서 막내의 여권 신청도 했다. 그런데 그때 그 이유로 우리 아이들의 여권을 준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 가족은 그 나라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놓쳤으리라 생각되니, 그렇게 불행스럽게 생각되었던 일이 되돌아보면 행운이자 우리가정을 살려준 축복이 된 것이었다.
여권을 받은 며칠 후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속해 있던 단체를 떠나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프리카에 가고자 했을 때,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봉사자의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어느 단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던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제는 우리 아이들마저 이 단체의 일원으로 자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떠나자는 용기가 생겼고, 남편도 나의 제의에 동의해서 남몰래 떠나기로 한 것이다.
거리의 청소부가 된다 할지라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고 했다. 글쎄, 만약 우리의 소유물들을 더 중요하게 여겼더라면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정원사와 가정부가 있는 편한 한 삶을 살고 있었으니, 육신의 안락을 원했다면, 설사 그런 생각은 했을지라도 실천은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우리 부부는 마치 공중을 날고 싶어 하는 새장의 새처럼, 우리의 삶의 자유를 막고 있는 철창문을 대담하게 뛰쳐나오기로 한 것이었다. 


andy-foot.jpg


언젠가 그 일에 대해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우리는 아들의 수술을 받기위해 남아공화국으로 가는 대신 어느 날 급작스럽게 영국으로 도망치듯 떠나오느라 큰딸의 발에는 신발조차 신겨지지 않았었다.
내 생각속의 영국은 아프리카와는 비교 못할 대단한 선진국이어서 우리 둘째의 굽은 발목은 그들의 발달된 의학 술에 의해 감쪽같이 다 고쳐지리라 믿었는데, 병원에서는 수술 대신 물리치료요법으로 교정신발을 만들어주며 마사지를 해주었지만 그 효과는 별로 없어서, 아들은 아직도 크기가 다른 짝짝이 신발을 신어야 했고, 이제는 걷는데 익숙해져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달음박질을 할 때는 약한 근육으로 내려지는 발목 때문에 곧잘 넘어져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는 항상 골키퍼역할만 해야 했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 그렇게 사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었는데 믿지 못할 기적이 어느 날 일어났다.
그러니까 아들이 아홉 살이던 어느 해에, 아이들을 친구들에게 맡기고 남편이랑 같이 유럽의 작은 나라로 선교를 다녀온 며칠 뒤, 이른 새벽에 우리 침실로 들어온 아들은, “엄마 아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정말 모르겠는데 어젯밤에 예수님이 와서 내 발을 고쳐줬어요, 여기 봐요, 봐!” 하며 두 발을 나란히 내 놓는 것이었다. 어머나, 세상에...
그 후 거미집 같은 수술자국은 아직도 남아있지만 짝짝이 신발과는 작별인사를 한 아들은 축구도, 달리기도 신나게 했다.
왜 당신에게는 그렇게 희한한 일들이 많이 생겼느냐고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냐며 남편의 증언도, 아들의 수술자국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기도 하는데, 달리고 싶어하는 아들의 마음이 신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어쩜 이것도 미스테리이다.


kyunh-hee.jpg 

박경희 비톤
아동교육 동화 작가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www.childrensboo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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