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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무형문화재 6호 고천(古泉) 조정형(趙衡鼎) 선생 인터뷰

 

Leegangju Photo (Interview article).JPG

 

안녕하세요?

이강주 유럽진출을 맞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강주는 조선중엽부터 5대 명주이자 상류사회에서 즐겨 마시던 고급 약소주로 알려져 왔는데요, 그 역사 및 이강주 제조를 시작하시게 된 배경을 먼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이강주는 300년 전부터 우리 고장(전주 일대)에서 빚어내려오던 술이고, 저희 집안이 고을의 원님 집안이었기 때문에 6대 선친 때부터, 그러니까 약 180년 전부터 이강주를 손님 접대용 가주(家酒)로 빚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저도 역시 전북대 발효학과 졸업 후 주조사 1급자격증을 보유하고 술 공장에서 30여년 근무하면서 꾸준히 민속주 연구를 병행하는 동시에 가용으로는 이강주를 만들었지요.

엄격한 유교적 가정에서 자라난 배경도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조상대대로 이어오며 빚은 가양주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술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전국의 도서관을 돌면서 민속주에 관한 문헌자료를 수집하였고 시간만 있으면 산골 오지나 조그마한 섬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특이한 민속주가 있다고만 하면 찾아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민속주 연구에 매진하던 중 1987년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었고, 이를 계기로 1990년 전주이강주 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국가의 명을 받고 민속주의 상용화에 발을 딛게 된 것이라 볼 수 있지요.

 

주조 연구자·기술자에서 갑자기 사업가로 변신하게 되신 거네요. 현재는 당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주로 손꼽히고 있는데, 지금의 이강주가 있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입니까?

 

경영 지식이나 경험도 없으면서 술장사 하려고 안전한 길(직장)을 버린다고 주위의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특히 초기에 자금부족으로 인해 판촉에 애로가 많았지요. 지금 돌이켜 보면, 아무리 역경이 있어도 믿음과 의지, 끈기로 버텨냈기에 좋은 결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반대도 했지만 결국 저의 의지를 믿어주고, 고통을 함께 감내하여주고,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던 아내야말로 가장 고마운 사람이고요.

 

이미 다년간 미국 및 아시아 수출을 해오고 계시고, 2012년부터는 유럽지사를 두고 본격적으로 유럽 수출활로를 개척하고 계신데요. 특별히 유럽진출 전초지로 네덜란드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네덜란드는 지리적으로 유럽의 물류센터 역할을 하고 있어 진출환경을 가늠하기에 적절한 곳으로 여겨왔습니다. 마침 딸과 사위가 네덜란드에 자리를 잡고 있어 더 가까운 나라가 되었지요. 시작은 네덜란드이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으로의 진출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유럽시장에서의 이강주라... 마침 유럽대륙에도 드디어 한류의 물보라가 잔잔히 일고 있는데, 한국의 술맛은 유럽에서 과연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이강주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다른 민속주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입니까?

 

이강주는 민속주 중에서도 (타 민속주에 비해) 보다 여러 단계의 제조과정을 거치게 되는 술입니다. 그만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점, 특이한 원료 배합으로 독창적인 맛과 향을 자랑한다는 점이 특징이요. 오래 둘수록 더욱 둥근 맛을 뽐내고요.

이강주는 누룩·쌀로 약주를 만든 후 이 술로 토종소주를 내리고 여기에 배, 생각, 울금, 계피, 꿀을 넣어 장기간 후숙시켜 마시는 술입니다. 직접 만든 소주에 배(梨)와 생강(薑)이 들어간다고 해 이강주(梨薑酒)라 칭해지게 된 거지요. 왕실에 진상품으로 올리던 울금이 전주지방에서 재배된 것도, 이강주가 전주에서 빚어질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이강주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숙취를 보완하는 재료들을 넣어 빚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향과 맛이 독특하고, 특히 마시고 난 후 뒤가 깨끗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나에게 이강주는 ...다' 라는 명제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표현하시겠습니까? 또한 이강주 사업을 시작하시지 않았다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되세요?

 

저는 50년간을 술과 함께 살아왔던 사람이고, 이강주는 저의 '분신'입니다. 사람들은 '조정형'이라는 제 이름 석자는 기억 못해도 '이강주'라는 이름을 기억해주고, 아예 저를 '이강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웃음). 한평생 '술' 말고 다른 분야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어 이강주 제조가 숙명과도 같이 느껴집니다. 솔직히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상상은 하기 힘드네요.

 

한편으론 숙명을 이루신 행운아라는 생각도 드네요. 혹시 앞으로 남은 꿈이 있으신가요?

 

사실 하나 있습니다. 그동안 모은 1300여점의 술 관련 물품을 전시한 전시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여 술 박물관으로 확장하는 것이 저의 꿈이랍니다.

 

술박물관이라, 저도 기대되는데요. 꼭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이상 고천(古泉) 조정형(趙衡鼎) 선생 인터뷰 -

* 고천(古泉) 조정형(趙衡鼎) : 「이강주」로 87에 무형문화재 지정, 96년에는 명인칭호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다시 찾아야 할 우리 술」, 「우리땅에서 익은 우리 술」 등이 있음

 

 

 868-이강주 copy.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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