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영토 획정에는 수많은 요인이 개입한다.
지리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역사적 요인, 정치·경제적인 이해관계와 상대국과의 관계 설정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멀게는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한 섬의 영유권을 두고 지금도 다투고 있고 가까이는 한, 러, 중, 일 4개국이 각각 섬의 영유권을 외교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는 바로 ‘독도’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독도는 일종의 노스텔지아다. 사람이 살지도 않지만 저 동단 끝에 있는 민족적 표상으로서 우뚝 서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헤엄을 쳐서, 또 누군가는 주민등록을 옮겨서 그 땅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하지만 독도의 중요성은 다른데 있다. 바로 동해바다에 깔려 있는 수많은 해양자원이 그것이다. 일본이 독도에 계속 분쟁지역을 만드는 것은 실상 오래전부터 내려온 영토 확장 야욕이다. 2차대전을 거치면서 부존자원의 중요성을 일치감치 깨달은 일본은 패전 후 자국의 영토를 한 뼘이라도 넓히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으로 불거진 한·일 간의 외교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일본은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이어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이 대통령 앞으로 독도 방문에 유감을 표명한 서신을 보냈다. 거기다 오늘 열린 총리 주재의 독도 관련 각료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와 교환 공문에 의한 조정절차에 들어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과의 통화 스와프 규모 축소, 한국 국채 매입 철회, 정부 간 교류 중단 등 전방위 공세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 것에 비해서는 공세수위가 낮지만 언제라도 다시 논의가 되도 이상할 일이 없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회로 끌어내기 위한 일본의 ‘뻔뻔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시마네 현에서 매년 열리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정부행사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이성을 잃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덥지 못하다는 점이다. 일본이 예상보다 강경하게 나오다 보니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는 일본 총리서신 등에 대해 대응책을 장시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또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막판까지 성명인지 논평인지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결국 급이 낮은 대변인 논평이 나왔지만 일본을 자극하는 문장이 청와대의 요구로 빠지기도 했다. 대통령의 독도 깜짝 방문과 일왕의 사과 요구로 한껏 기세를 올리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말로써 상대를 자극하기보다는 국익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예상되는 일본의 공세에 국내·외적으로 확고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대응책을 차분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양국 정부가 독도를 국내정치용으로 악용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양국 정부 모두 20% 안팎의 낮은 지지율에 연말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강경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들과는 별도로 양국 국민들의 원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