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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16:52
삼성과 애플의 혈투
조회 수 3282 추천 수 0 댓글 0
미국의 사법제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바로 오제이심슨 사건의 평결이다. 1994년 6월 13일 미국의 유명 여배우 니콜 브라운 심슨과 그녀의 애인인 론 골드먼이 로스앤젤레스의 고급주택지 브렌트우드 저택에서 피투성이 시체로 발견되고 용의자로 그녀의 남편인 오제이 심슨이 지목됐다. 당시 심슨의 유죄임을 믿는 여론이 80%에 달해 이 사건은 금방 종결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형사사건으로 진행된 이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인종차별 이슈를 제기한 심슨의 변호인단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었다. 오제이 심슨이 흑인이고 살해당한 부인이 백인인 점을 들어 흑인에 대한 부당한 편견으로 심슨이 혐의를 받고 있다는 변론을 펼쳤고 흑인이 다수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이다. 재판 후 니콜의 유가족들은 분노했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민사소송에서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민사 재판에서 심슨은 유죄판결을 받고 850만달러의 피해 배상금과 2500만달러의 징벌적 배상금 지급을 명령받아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이렇게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결과가 극명히 갈리면서 미국의 사법제도가 가진 특징들이 논란으로 대두된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삼성전자가 패소한 사건 역시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사실만을 따지고 보면 미국 새너제이 법원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반면 애플은 삼성의 특허를 단 한 건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평결했다. 먼저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복잡한 특허 문제에 대해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의 판단력으로 옳고 그름의 판단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일견 느낌과는 달리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다. 인간의 인지능력과 판단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전문가가 특정한 기술을 판단한다는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오류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기술의 전문가는 이해관계에 좀 더 밀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배제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반면 이번 사건과 같이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의 법적 관계가 충돌할 때 그 판단자가 모두 '미국인'이라는 것이 과연 옳으냐의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앞서 언급한 심슨의 형사사건 배심원은 흑인이 다수였던 반면, 민사사건의 배심원은 백인이 다수였다. 이런 점에서 과연 배심원들은 순수하게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평결을 내리리라는 보장은 차라리 누구 말마따나 주사위를 던지는 것보다 확률이 떨어질 것이다. 이번 평결이 시사하는 바는 많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의 발단을 냉정하게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스마트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은 혁신적이었고, 삼성은 한 발 뒤쳐져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기기와 운영체계, 모바일 생태계의 통합적인 형성을 낳은 '아이폰'과 '아이튠즈'는 구글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이런 점에서 분쟁의 당사 기업인 삼성전자는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홍보에 힘을 낭비하기보다는 쟁점에 대한 논리적, 법률적, 기술적 대응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법원이 삼성 쪽의 손을 들어준 것 처럼 한ㆍ미 양국 법원 모두 가급적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법률적 판단을 내린 것이 결과로는 상반되게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그래야 적절하고 현실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양국 법원이 각각 중시한 가치가 달랐다. 한국 법원은 국제표준으로 지정된 기술에 대한 특허 보유자의 권리를 중시했고, 미국 법원은 그런 표준특허를 기술독점 수단으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제품 차별화의 핵심적 요소라면 적어도 미국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결국은 삼성전자가 기술과 디자인 양면에서 누구도 흠잡을 수 없는 혁신선도 기업이 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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