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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6 19:54

삶의 미스테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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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의 출산


나처럼 나이를 먹어 갈수록 삶을 되돌아보면 어릴적 읽은 공상과학지나 주간 메거진의 ‘풀리지 않는 신비한 일들’이라는 난에서 볼 수 있는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살아날 수 있었을까를 궁금해 할 때가 있으리라.
이번에는 우리 남편에게 일어났던 일, 그러니까1978년 로디지아라는 나라에서 그때 당시의 테러리스트 그룹, 하지만 오늘은 당연한 새 나라로 들어선 짐바브웨에서의 긴 전쟁중 벌어진 이야기를 쓸까한다.
전쟁중 그나라의 모든 젊은이들이 동원되어 의무적으로 군인생활을 해야 했을 때 남편은 루싱가라는 시골동내의 경찰 베이스 켐프에 주둔되어 매 6주마다 주둔 장소를 바뀌는 군인들의 교체를 책임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다음날 있을 교체에 필요한 준비로 부대임원들이6주일간 거주하는데 필요한 음식및 생활용품등을 운반해 주느라고 루싱가라는 곳과 무토코라는 지역을 지프를 타고 여러 번 왕복하고 있었는데, 어느 아프리카 원주민여인이 갑자기 달려나와 손을 흔들며 도와달라고하기에 가보니 한 산모가 아기를 출산하고 있는 광경이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엄마들은 아기를 출산하기 바로 직전까지도 밭에서 내리쬐는 태양열 아래 일을 하다가 쉽게 아기를 낳고는 하는것 같은데 머리 대신 한쪽 다리를 밖으로 내놓은 문제의 아기를 본 이웃여인은 사태가 신중한것을 알고 지나가던 군인에게 도움을 부탁한것이, 이때 까딱 잘못하면 산모와 신생아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때문이었다. 


chris-army.jpg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구약의 어딘가에 쓰여 있는 쌍둥이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들의 이름은 페레즈와 제라라고 하는데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의 출산 중 한명의 손이 자궁 밖으로 빠져 나오기에, "얘가 큰애구나!” 하고 진홍색 실을 손목에 매어주었는데 곧 그 손이 다시 속으로 들어가더니 다른 아기가 먼저 태어난 것이란다. 그래서 그 조산원은 형에게, “너는 반칙으로 먼저 태어난 아이!”라며 '페레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것을 기억하는데, 남편으로 부터는 자기가 아기의 발을 다시 산모의 몸속으로 집어 넣어주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군대에 갈 때쯤의 나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청년으로 출생에 대한 경험도 아는 것도 별로 없었지만, ‘이건 아닌데!’ 싶어 밖으로 삐져나온 그 아기의 발을 다시 나온 곳으로 들여놓은 후 상태의 위급함을 알고 군용헬리콥터를 급히 불러 그 산모를 인근병원으로 데려갔다니... 참 군인들이 할 일도 많은 것 같은데, 만일 외딴 시골동내에서 이런 일이 생길 경우 우리의 군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를 할까?
군용헬기가 산모를 무사히 싣고간 후 남편은 계속해서 교체준비를하러 그 곳을 운전하며 오가기를 적어도 그날 20번은 했고 저녁에는 건강한 사내아이가 출생했다는 기쁜 보고도 들었단다.
헌데, 바로 그 다음날 그 길을 지나가던 군용호송트럭중의 한 지프차가 지뢰에 밟혀 4명의 군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 생긴것 이었다. 전날 그렇게도 오고 가던 그 길, 아기의 출생사를 막기위해, 산모의 목숨을 구하기위해 군용 헬리콥터까지 불러 위험에 처한 임산부를 급히 싣고 가게한 그 집, 바로 그 옆길에서...
인근 주민들을 통해 발생한 사건 조사를 하니10일전, 그때 당시 테러리스트로 알려져 있던 무가베군인들이 그 지역에 지뢰를 여기저기 묻어두면서 주민들 중 누구 한명이라도 그 지뢰에 대한 정보를 아군들에게 알리면 단한명도 살려놔두지 않겠다고 주눅을 놓고 갔기에 입을 봉하고 있었던 것이라고했단다.
그후 당당한 정치적 권위를 쥐어 잡은 무가베 정권이지만 아직도 그 테러리스트적인 마음가짐은 여전해서 백인정부인 로디지아를 물리치고 원주민이 주인이되어 공정한 흑인정권, 곧 그 나라 사람들에 의한, 그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가 펼쳐지길 원하던 국민들을 오히려 공포 속에 집어넣는 정치를 하고있는데…
어쩌면 그도 그럴 것이, 로디지아정부와 투쟁을 할 때 그들을 훈련시키고 무기원조를 했던 단짝 친구가 바로 주체사상을 자랑하던 북한이었으니 어련하랴! 30년이넘는 긴세월을 통치하고 있고 무가베는 가능하기만 하다면 북한의 김씨 3대처럼 그의 자손에게 정권을 넘기고 싶으리라.
“어떻게 그리 많은 지뢰가 묻힌 그길을 수십 번이나 운전하며 오가면서도 살아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귀한 새 생명의 발을 넣어주던 기억과 함께 내 남편의 마음에는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고 그렇게 살려주신 하나님께 나 또한 감사드린다.


kyunh-hee.jpg 

박경희 비톤
아동교육 동화 작가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www.childrensboo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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