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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고 있는 글이 인쇄가 되어 지면신문으로 발행되는 날짜는 돌아오는 수요일 9월 26일, 그리고 정확히 7년 전이었던 그렇다, 이제 어느덧 영국 8년차가 시작된다. 흔히 우리는 한 치 앞의 미래도 알 수 없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영국행을 결정하면서 나의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부모 돈을 마냥 가져다 쓸 수 있는 부잣집 유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세울 만한 경력이나 변변한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저 영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보겠다는 꿈과 통기타 하나를 달랑 들고 온 보잘 것 없는 20대 청년이었다. 물론, 7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어쩌면 나는 여전히 행복한 삶을 살아보겠다는 꿈과 통기타 하나를 들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저 달라진 것이라면 이제 30대라는 것뿐.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는 누군가에게 내세울 만한 부와 명예를 축적하지도 못했고, 내 또래 누군가와 견주어서도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7년이라는 세월의 흔적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정말 하늘의 도우심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기적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여전히 나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만, 그 보잘 것 없는 내가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서른 즈음에’에 ‘영국 ~년차’를 써왔는데, 그 때마다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감사’다. 평소에는 바쁜 일상에 쫓겨서, 또 삶의 이런 저런 고민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잊고 지내지만, 이렇게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 내가 지나온 날들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면서, 정말 그 어떤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을 게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러면서 평소 내가 불평했던 순간들, 다른 이들에게 좀 더 너그럽지 못했던 순간들, 다른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저했던 순간들이 너무나 부끄러워진다, 나는 하늘로부터도,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늘 받기만 하고 준 게 없다는 사실에. 부디 내년 이맘 때 ‘영국 9년차’를 쓸 때는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영국 8년차가 되길 바래본다. 오래 전 ‘영국 2년차’를 쓰면서 언급한 바 있지만, 2005년도에 영국행을 준비하면서 학생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좀 있어서 신청하고서 무려 27일이나 기다렸다가 비자를 받았다. 기다리는 그 27일 동안 얼마나 애가 탔던지, 그렇게도 간절히 오고 싶어했던 영국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영국 초창기 때는 한국에 있는 꿈을 꾸면 ‘나는 영국에 살고 있는데,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면서 안타까워하다가 꿈에서 깨어 내가 영국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했다. 요즘도 이런 꿈을 여전히 꾸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 반대로 한국에 가서 부모님과, 혹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너무나 행복해하는 꿈도 꾸게 된다. 영국 초창기만 해도 새로운 환경의 그 모든 것들이 마냥 신기하고 즐거워서 한국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을 느낄 틈이 없었는데, 이제 어느덧 고향에 대한,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의 무게가 제법 무거워진 것이다. 해외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한국이 전혀 그립지 않다는 분들도 계신다. 오히려 한국에 가면 불편하고, 이제는 한국에서 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이 몹시 그립다. 40대 중후반에는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도드라진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영국이 좋고, 이렇게 해외에서 사는 것 자체가 너무나 좋다. 또, 한국의 답답하고 치열한 현실을 보면 한국에서 사는 게 마냥 좋아 보이는 것도 아니다. 과연 내가 저 속에서 살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이가 들어서는 고향에서 남은 인생을 사는 게 여러모로 더 행복할 것 같다. 스무 살이 넘도록 살았던 고향 한국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너무나 소중한 추억들이 남아있기에, 그리고 그것들이야말로 지금 내가 이렇게 영국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는 원천과도 같은 것이기에, 남은 평생 그것들을 떠나 있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참 역설적인 얘기다. 한국의 답답하고 치열한 현실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왔지만, 또 이렇게 내가 영국에서 열심히,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는 원천이 한국이면서, 그렇다고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누가 타향살이 하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내가 선택해놓고 내가 갈등하는 꼴이라니... 어쨌든, 이제 곧 시작되는 영국 8년차, 또 어떤 만남들이,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더욱 감사하고 더욱 사랑하며 살아가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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