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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정착해서 산다고 하면 대부분 유럽 여행을 자주 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영국에서 지내시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유럽 여행을 하신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영국 8년 차에 접어들었으면서도 나는 그 흔한(?) 유럽 여행을 정말 안 한 편이다.

지금까지 다른 유럽국에 다녀온 것은 몇 년 전 스웨덴에 다녀온 게 전부다. 그것도 정식 여행을 다녀온 게 아니라, 내가 활동하는 가야금 & 기타 듀오 KAYA의 일정 때문에 다녀온 것이었다.

사실, 이렇게 유럽 여행을 못 한게 아니라 안 한까닭은 결국 나의 의지 때문이다.

일 년에 최소 두 번은 한국을 다녀오느라 휴가를 사용해서 유럽 여행을 다녀올 휴가가 남아나질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유럽은 나중에도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에선지 다른 유럽국 방문이 그닥 절실하지가 않다.

오히려 영국에 잠시 머무는 어학연수생들이 조금이라도 유럽을 더 구경하기 위해 열심히 다니는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유럽 구경을 못 했던 나에게 드디어 두 번째 유럽 여행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바로 지난 주말(6, 7) 1 2일 일정으로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물론, 이번에도 역시 정식 여행은 아니었고, KAYA가 네덜란드에서 연주를 하게 되어서 다녀온 것이었다.

세계약학연맹(FIP: Fédération Internationale Pharmaceutique) 총회라는 국제행사가 매년 열리는데, 올해 행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렸고, 우리 대한민국 서울이 오는 2016년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관계자들을 손님으로 모시고 Korean Night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Wyndham Apollo 호텔에서 열렸고, KAYA는 저녁 7시 경 연주를 해야 했다.

항공료, 숙박료 등 여행 경비를 주최측으로부터 제공받는 것이기에 이번 기회에 며칠 더 추가로 일정을 잡고 네덜란드에 간 김에 여행을 하고 오면 좋았을 텐데, 오는 10일 수요일에 런던에서도 너무나 중요한 국제행사 공연이 잡혀서 네덜란드에서 더 머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야말로 1 2일의 짦은 일정으로 네덜란드를 다녀왔는데, 비행기를 타고서 불과 45분 만에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비행기로 최소 10시간은 걸리는 한국은 그렇제 자주 다녀오면서, 불과 45분이면 갈 수 있는 네덜란드조차 아직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다니...

네덜란드에 도착해서 호텔로 가면서 바라본 네덜란드의 첫 인상은 영국보다 좀 더 깔끔하고 평온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영국인들보다 더 무뚝뚝한 것 같다. 네덜란드어인 더치가 원래 억양이나 액센트가 딱딱해서 그런지 몰라도, 네덜란드 사람들의 영어는 너무나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공연은 무사히 마쳤고, 토요일 오전부터 강행군을 했던 탓에 공연 후 바로 꿈나라로 직행.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일요일 하루 동안 악기와 짐을 다 들고 관광을 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해서, 마침 이렇게 악기들을 갖고 네덜란드에 온 김에, 또 어차피 네덜란드 현지 교회를 찾아서 예배도 드려야 하니, 네덜란드에 있는 한인 교회에서 연주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미리 현지 한인교회를 수소문했다.

그렇게 해서 연락이 닿은 곳은 화란한인교회, 원래는 한두 곡 정도만 들려드리려 했는데, 목사님께서 대예배 중 봉헌찬양과 예배 후 30분 가량 콘서트를 제안하셔서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그래도 네덜란드에서 살고 계시는 한인분들께 KAYA의 음악을 선사할 수 있어서, 또 정말 오랜만에 교회에서 갖는 공연이라 너무나도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화란한인교회 성도분들 중 서른 즈음에를 읽으셨다는 분도 만났고, 또 내가 네덜란드 취업을 연결해드린 분도 만나서 너무나 반가웠다.

교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나면 바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려 했는데, 감사하게도 목사님 사모님께서 짧게라도 네덜란드 구경을 시켜 주시고 공항으로 직접 데려댜주신다고 하셔서 생각지도 않은 네덜란드 관광도 속성(?)으로 할 수 있었다.

사모님께서 데려가주신 곳은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풍차가 있는 풍차마을, 그리고 그곳에 위치한 치즈 농장, 네덜란드 전통 나막신 공장도 구경할 수 있었으며, 네덜란드의 멋진 바닷가도 거닐 수 있었다.

30.JPG  

네덜란드에서의 하룻밤은 어느새 추억으로 남기고, 나는 런던의 회사 사무실에 앉아 바쁜 일상으로 빨려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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