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에 몰려 있는 영화 제작사들이 활동 근거지를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크게 성공한데 이어 부산시의 영화·영상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의지가 부산영상위원회의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영화·영상 지원 사업 등과 맞물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부산시와 (사)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표적 메이저 영화제작사인 ‘명필름’(대표 심재명·이은)은 최근 부산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부산영상벤처센터에 (재)명필름문화재단 부산지부 사무실을 내고 부산에 둥지를 틀었다.
명필름은 1995년 설립된 영화 제작사로, 그간 <접속>,<조용한 가족>,<공동경비구역 JSA>,<와이키키 브라더스>,<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흥행작과 화제작을 내놓으며 한국영화의 흐름을 주도하였으며 최근 <건축학 개론>,<두레소리>등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앞선 6월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상영되었고 극장 개봉 때도 화제가 된 장편 독립영화 <혜화, 동>(감독 민용근)을 만든 제작사 ‘비밀의 화원’(대표 심현우)이 부산으로 회사를 옮겼다. 청년필름 제작이사이기도 한 심현우 대표는 <질투는 나의 힘>,<분홍신>,<후회하지 않아>,<올드미스다이어리> 등 마케팅 책임을 맡았고, 현재 민용근 감독의 <두번째 숨결>을 준비하고 있다.
중량감 있는 영화 제작사 두 곳도 머지않아 부산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상반기 흥행작으로 451만 관객을 동원한 <연가시>를 제작한 ‘오죤필름’(대표 김상오)과 인기 만화작가 강풀의 원작을 영화로 만들어 최근 흥행한 <이웃사람>의 공동 제작사인 ‘히트박스’(대표 김휘)도 부산으로 회사를 옮길 계획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오죤필름의 김상오 대표와 히트박스 김휘 감독이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한국영화 주무대인 이른바 ‘충무로’에서 제작자와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으로 성공해 회사를 부산으로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출향 인사의 귀환이라는 화제보다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 영화산업이 부분적으로라도 부산으로 옮겨가는 물꼬를 트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히트박스는 올 하반기에 부산으로 회사를 이전하기로 확정했으며, 오죤필름은 구체적 일정을 정하진 않았지만 조만간 부산에서 본격적인 영화 제작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제작사뿐만 아니라 영화 배급사도 부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영화 <과속스캔들>,<7 급공무원>,<전우치>,<내 아내의 모든 것>등의 해외배급과 해외마케팅을 했던 ‘M-Line’(대표 손민경)도 곧 부산에 배급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손민경 대표 역시 부산 출신으로 영화 해외 비즈니스 분야의 베테랑 전문가인데, 이처럼 부산 지역에 배급사까지 들어선다는 것은 소수 제작사가 옮겨오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수도권 중심의 영화산업이 분화해서 부산에 산업적 토대가 구축되는 ‘추세’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제작사 등이 부산으로 옮기게 되면, 부산지역의 로케이션-영화촬영스튜디오-후반작업으로 연결된 체계화된 시스템과 더불어 기획과 제작까지 활성화 되면서 산업적 확장을 앞당기게 되어 영화제의 도시를 넘어 ‘영화산업도시’로 변모하는 부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