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이 너도나도 K팝을 따라 부르면서 한국어 그리고 한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글은 유치원생이 익히는 ‘가나다’를 넘어 한글넥타이나 티셔츠로, 혹은 도자기 무늬로 거듭나는 고급 콘텐츠로 부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한글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집중하고 새로운 미래가치로서의 한글을 확산시키는 거점 기관으로 한글박물관(사진)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 내에서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글박물관은 단순한 전시관의 개념을 넘어 한글을 테마로 한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한글의 생활화와 세계화를 위한 기반 시설이자, 시민들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 전시와 체험, 전문가들의 연구와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이 이곳에서 전개될 수 있도록 박물관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한글박물관은 한자 문명시대에서 우리만의 문화와 정체성을 가지는 한글 문명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한글은 그 과학성과 철학적 상상력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한글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리자는 분위기가 저변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글박물관은 외형적으로는 전통 건축을 소재로 한국적인 조형미를 살리고 과거 역사의 흔적 위에 새로운 역사의 켜가 쌓여가는 형태로 구현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박물관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꾸며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전시공간은 상설전시실과 교육체험실, 그리고 한글 관련 자료를 검색하는 한글누리 등 세 곳으로 나뉜다. 이 중 상설전시실은 ‘한글을 만들다’, ‘한글을 꽃 피우다’, ‘한글을 생각하다’ 등 세 공간으로 나누어 관련 자료를 전시할 예정이다. 특히 ‘한글을 만들다’ 공간에서는 한글이 없던 시대부터 훈민정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훈민정음 등을 전시해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도 제공할 계획이다.
‘한글을 꽃 피우다’ 공간은 교육, 인쇄문화 등으로 이어지는 국어생활 전반에 대한 테마를 보여주고 ‘한글을 생각하다’에서는 한글의 정보화, 한글 디자인 등 한글의 미래와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박물관을 체험형으로 운영하기 위해 기본자료를 수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한글 관련기록들을 한글박물관으로 일원화할 계획이다. 한글 창제 이후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문자자료 및 세계 문자자료 등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재외동포와 학부모 등을 위한 온라인교육을 실시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교육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열린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한글 세계화를 위해 해외에 나가 있는 세종학당, 한국교육원, 한글학교 등의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병행함으로써 전문가 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한글박물관은 콘텐츠 산업의 길잡이 역할도 맡는다. 한글 관련 파생 문화상품과 관련 디지털산업을 연계함으로써 세계시장에 한글을 하나의 상품으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한글정보화 산업은 문자 폰트 시장의 규모가 이미 3백억 원을 넘어서고 있고 모바일과 앱 등에서 1천억 원대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관점에서 한글박물관의 건립은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산업진흥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유로저널 안하영 기자
eurojournal16@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