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남북 관계는 많은 굴곡이 있었으며, 장기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당국간 회담은 중단된 상태이며 금강산관광 중단과 5.24 대북 제재 조치 단행, 남북 교역 감소와 북한의 대중 의존도 심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건 미해결 등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국민들도 경색 국면 해소를 위한 유연한 방향으로의 대북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해서는 통일전 동서독의 관계, 최근 중국과 대만 양안의 정경(政經)분리 및 관민(官民)분리 등에서 제시되고 실천되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 정경분리만이 그 해답이라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남북관계는 정경분리 의지를 적용했을 때,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정경분리는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가져옴으로써 북한의 시장화에 크게 기여해 결국 북한 체제의 변화를 유도하고,
남북한의 이질성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또한,정경분리는 북한 주민의 남한화에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하게 하고 남북한의 경제동질화로의 이행을 도와 결국은 경제공동체 형성에 이바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차기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다면 중국와 대만 양안처럼 정경분리 원칙을 실천을 확실하게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통일경제 2012.2 호에 게재된 전문가들의 차기 정부의 통일 경제 정책 분석중에 문 정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 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의 분석과 주장에서 이와같은 정경분리만이 남북경제 활성화의 해법이나 통일경제를 위한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중국과 대만, 정경분리이후 천문학적 발전
민진당의 첸수이벤 총통이 대만을 통치할 때만 해도 양안관계는 위태롭고 본토와의 교류, 협력도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금년 5월 집권 2기를 시작한 마잉주 총통 하의 양안관계는 크게 면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집권 1기부터‘비통일, 비독립, 무력불사용(不統, 不獨, 不武)’이라는 3불 정책을 양안관계의 기본지표로 삼고‘하나의 중국’원칙에 의한 흡수통일도 반대하지만, 대만주권론에 기초한 독립국가도 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오면서 마 총통은 양안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
본토와의 3통 (通郵, 通航, 通商) 정책의 추진을 통해 경제, 사회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2010년 6월에는 자유무역협정에 해당하는 해협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 양안 관계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왔다. 그 결과는 가히 충
격적이다.
이 협정 체결 이후 2009년 -2.0%였던 경제성장률이 2010년에는 10.8%로, 대중 상품수출도 2009년의 -18.9%에서 2010년에는 41.8%로 증가했다. 그리고 대중 수출 덕에 2010년부터는 무역적자를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난 4년 동안 대만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물경 466만명으로, 66억달러 상당의 관광 수입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통항협정 초기 주 20편에 지나지 않았던 양안 간 직항편도 550편 이상으로 증편되었고 근 100만명에 가까운 대만
인들이 새로운 직장과 사업 상 기회를 찾아 본토에 진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한, 정치적 판단에의해 경협중단에 엄청난 손실
대만보다 10년 앞서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던 우리 나라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양안관계에 비해 남북관계가 훨씬 앞섰다. 정상회담도 두 차례나 하고 이 기간 중 남북 교역도 1997년의 3억불에서 2007년 말에는 18억불로 증가했다.
특히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은 남북관계를 전환시킨 역사적 사업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해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가운데도 지속된 금강산 사업은 동해를‘평화의 바다’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남북한 신뢰구축의 초석을 다지게 했다. 2008년 중단 전까지 총 196만명의 남측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았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개성공단도 성공적이다. 2011년 12월 말 기준으로 우리기업 123개가 가동하고 있으며, 2005년 이후 2011년까지 누적 생산액이 15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또한 5만 명에 달하는 북한의 노동자들이 개성공단에 투입되고 있다. 그 뿐 만 아니라 이 기간 중에 남북 인적 교류도 크게 활성화 되었고, 연평균 2회 이상의 이산가족 재상봉 주선을 통해 거의 4천명 정도가 서로 헤어졌던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4년 반 동안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무엇보다 군사긴장 고조에 따른 평화의 위기가 남북관계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여인 피살 사건 이후 경색되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북한이 2009년 4월 5일 대포동 2호 실험발사, 그리고 5월 25일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2009년 11월 10일 발생한 대청해전에 이은
2010년 3월 천안함 피폭 그리고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민간인 살상은 남북관계를 거의 준전시 상태로 돌입케 했다.
이러한 사태전개는 남북 경협에 엄청난 타격을 가했다. 이명박 정부는 박왕자씨피격사건과 관련하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관광객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보장 등 이른바 3대 선결조건을 내세우고 이들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금강산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사업 중단에 따른 경제적 귀결은 참담했다.
2007년에 35만 명에 이르던 관광객 수가 2010년 이후에는 전무한 상태이고 관광중단에 따른 남측의 경제적 피해는 관광수입 감소, 지역경제 위축, 투자위축, 원부자재 판매차질, 관광수지 적자악화 등 7억 5,350만달러(약 8,486억원)에 이르
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의 경우, 총 5,995억원에 달하는 매출손실과 900여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전체 직원 1,084명 중 80%가일자리를 잃었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연계된 강원도 인근 주민의 고통은 이루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다.
천안함 사건의 여파는 더욱 심각하다. 천안함 진상조사 발표 직후 이명박 정부는 북한선박의 우리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 중단, 우리국민의 방북 불허,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그리고 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을 골자로 한
5.24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 조치에 의거 개성 공단을 제외한 모든 교류, 협력사업 동결이 동결되었고 일반 교역, 위탁 가공, 비 상업적 거래 등도 전면 중단되었다.
남북 교류협력의 축소, 망실은 명약관화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이후 남북경협 축소에 따른 남측의 경제적 기회 손실 비용은 82억 7천만 불 (약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경제 제재통해 북한 형태 수정 희망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대북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의 행태를 수정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다른 하나는 북한이 우리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시 고립과 내부 붕괴까지도 각오하라는 메시지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정부의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란‘급변 사태’가 있었음에도 내부 붕괴조짐이 가시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역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의 효력을 취소한다고 밝히고 자체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가 하면, 2011년 8월에는 금강산의 남측 재산권을 처분하고 관련 인원을 전원 추방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기 싸움 때문에 현대
아산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2011년 북한의 대외무역은 전년 대비 51% 늘어난 63억 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중국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 북한의 대외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52.6%에 불과했다.
그러나 5.24 조치 이후 그
비중이 2010년 83%, 2011년에는 90%로 증가했다. 물론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남북한 반출입액을 고려한다면(2011년 남북한 반출입액은 17.1억 달러), 중국의 비중은 약 70% 수준으로 떨어지고, 남한의 비중은 21.3%가 된다. 그렇다 하더라
도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게다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도 눈에 뜨게 증가하고 있다.
나진, 선봉과 황금평 지역 공동개발은 물론이고 각종 광물 자원에 대한 중국기업의 공세적 진출은 북한 경제가 중국에 예속되는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결국 금강산 사업 중단과 5.24 조치는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을 뿐 아니라 북측과 거래를 해온 남측 기업들을 도산 위기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차기정부, 현정권의 대북정책 실패 타산지석 삼아야
북한은 2007년 10월 대선을 두 달 남기고 남북 정상이 합의한 10.4 정상선언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처참히 무효화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레임덕 정부와의 대화나 협상에 관심이 없고 차기정부에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결국 내년 2월 새 정부가 출범해야 새 정부의 남북 관계 정책과 의지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의 윤곽이 잡힐 것 같다.
문 정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 현 정부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남북경협을 활성화하고 북과의 관계 개선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고 겅조하면서 " 그러기위해서는 포용정책의 핵심 운용원칙으로 작용했던 정경분리, 선경후정, 선이후난, 선민후관, 선공후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군사적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서해가“전쟁의 바다”가 되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 있을 때에도 동해에서는 남측의 관광객들이 금강산 방문을 계속하는“평화의 바다”가 조성되어야 남북한 간의 신뢰구축과 분쟁의 추가확산을 예방 할 수 있다.
둘째, 경제가 정치를 앞서야 한다는 것. 정치적 사안은 국내정치 변수는 물론 주변국들과의 역학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 상황 하에서 정치적 협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면 경제 분야의 교류협력은 그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사업은 즉각 재개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미 김정일 위원장 생존 시 현대아산의 현정은 회장을 통해 재발방지와 관광객 신변안전을 구두확약을 한 바 있기 때문에 남측 정부만 결심하
면 즉각 재개가 가능하리라 본다.
그리고 개성공단 기숙사 건립은 물론이고 2단계사업 착수에 대한 협의도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10.4 정상선언을 통해 합의한 바 있는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도 조기가동해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면 이산가족 재상봉에 바로 응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기때문에 쉬운 것부터 성공시켜 서로 신뢰를 쌓으면 군사적 신뢰구축이나 평화체제, 그리고 핵 문제까지도 비교적용이하게 타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처럼 다분히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인 당국자 회담만 고집하지 말고 민간 부분의 대북 접촉을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先民後官). 민간부분의 다양한 대북 교류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공헌할 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 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
그리고,그 동안‘퍼주기’란 미명 하에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먼저 베풀고 나중에 되받는(先供後得)’자세를 가져,기계적 상호주의의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 인도주의 지원 등을 전향적으로 재개해 북의 신뢰를 얻고 남북관계를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해야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차기 정부가 희망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구축해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담보해주는 유일한 길이다" 고 지적했다.
정경분리 장치없어 남북경제 관계 쉽게 단절돼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 최대의 모순은 북한을 벌하기 위해 교역이나 임가공, 투자협력은 모두 차단시켰음에도 개성공단을 그대로 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북한의 잘못에 대해 서슬 퍼렇던 정부가 개성공단 만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은 좋게 말하면 정경분리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파하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격했는데도 불구하고 개성공단만은 정경분리의 대상으로 둔 것은 대북 정책에 있어 정경분리가 정부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김 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남북관계가 절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모든 것을 틀어쥐고 정치적으로 경제 문제를 풀려는 발상 떄문이다.
정치적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경제 문제를 포함해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정치 분야에서 문제가 안 풀리면 경제 쪽에서 힘을 얻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가 경제가 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서로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 정경분리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북경제 관계는 쉽게 단절을 맞고 말았다.
북한은 물론, 남한에게도 경제적으로 큰 손해다. 한반도를 포함 동북아의 안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경분리를 거듭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정경분리를 통해 경제적 동질화를 위한 방향
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 정경분리를 추진하는 데는 남북한이 별다른 제도적 장치를 구축할 필요가 없이 민간에게 맡기면 된다. 남한이 정경분리를 한다고 해서 북한도 그럴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맞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이 하겠다는 정경분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손해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과 교류협력을 하려는 민간 기업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부족하다면 경제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시설을 포함해 기반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제 사업 추진은 민간 기업에 맡기면 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정경분리는 결국 어떤 남북관계를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차기정부의 지도자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치고 서독이 했던 對동독 정경분리의 결단과 용기를 배워, 민간이 하는 대북 사업에 대해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등 정경분리 원칙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