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그냥 가십거리 정도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심각한 회의감을 들게하는 그런 정도의 일이다. 8개 중앙부처가 입주해 있는 서울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60대 정신질환자가 인화물질을 갖고 침입, 일부 사무실 서류와 집기등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범인 김 모씨는 방화후 투신자살했다. 조사결과 김씨는 공무원증을 위조, 14일 대낮인 오후 1시쯤 청사정문을 통과하는데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금속탐지기가 설치된 보안검색대와 카드를 찍어야 열리는 보안게이트도 무용지물이었다. 방호원은 김씨의 위조공무원증을 보고 그냥 들여보냈다.
그리고 김씨는 교육과학부가 자리하고 있는 18층까지 유유히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일부사무실 서류와 집기들을 모아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른 다음 그는 투신자살했다. 본인이 죽어 어떻게 위조했는지 추궁할 수 없으나 가짜 출입증이 나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또 다른 가짜가 있을 수 있고, 위조가 가능하다는 것은 정부중앙청사 관리에 치명적 허점인 것이다.
만일 김씨가 북한이 보낸 간첩이나 테러범이었다면 어땠을까.
정부의 주요 정책자료는 깡그리 복사돼 유출됐을 것이고 아니면 건물이 이미 폭파돼 대 혼란을 겪고 있을 것이다.
1차 출입증 또는 신분증검사, 2차 금속탐지기, 3차 IC칩카드 스피드 보안게이트등 3중의 보안망이 전혀 자동되지 않은 탓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일 밤 강원도 고성의 최전방 22사단 지역의 3중철책도 북한인민군의 한 귀순병에 의해 불과 수십분만에 쉽게 뚫렸다.
2차 중간철책을 넘는데는 단 52초, 3차 마지막 철책은 1분1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1차 철책은 귀순병이 기억하지 못해 장소가 어디인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귀순병이 우리군의 GOP입구에 와서 문을 ‘똑똑’ 노크하고 귀순의사를 표시할 때까지도 몰랐다고 했다. 귀순경로조차 9일만에 현장검증을 하고서야 겨우 파악했다. 특히 올들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3명에 이르고 있다. 또 22사단 지역은 지난 2003년이후 민간인 7명과 북한군 1명이 귀순한 귀순자 다발지역이다.
언제 또 귀순자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국가안보의 핵심조직인 군관(軍官)의 보안망이 이래서야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살수 있겠는가. 정권말기를 맞아 군관등 공조직이 총체적으로 느슨해진 탓으로 볼수 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일하는척 시늉만 내고 정치권의 눈치만 살피는 복지부동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 정부가 임기말 들어 레임덕 현상인 것은 있을 수 있겠으나 국가관리 차원의 보안이 엉망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강이 해이해진 탓이다. 군은 군기가 빠지고 관은 관기가 서지 않아 나라가 온통 나사빠진 기계마냥 흔들흔들해 보인다.
또 이번 정부청사방화사건이 일요일이었고 귀순병에 의해 군 철책이 뚫린것도 추석연휴와 개천철 중간에 끼인 징검다리 일이었다. 국가보안망에 구멍이 뚫린 것은 여러가지 시설이 고장나 작동되지 않은 탓이 크다. 그러나 이보다는 휴일근무로 인한 정신적 해이가 더 큰 원인이라고 본다.
북한의 6·25남침도 일요일의 방심을 틈탄 것이었다. 당국은 국가안보와 보안에 휴일이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기 바란다.
대통령선거로 그러지 않아도 요동치는 판이다. 안보엔 여야가 따로 없다.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해야 된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번 두 사건을 교훈삼아 국가안보 강화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