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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답답한 역사인식


정수장학회 문제를 놓고 여ㆍ야의 비방이 치열하다. 발단은 지난 21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이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게 아니라 새로 만들어졌다. 김지태씨가 헌납한 재산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외 독지가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들까지 많은 성금과 뜻을 더해 새롭게 만든 재단"이라고 했다.
게다가 재판 판결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 역시 여전했다. 강압적으로 헌납된 것은 아니라는 왜곡된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자신과 상관없이 현재 독립적으로 운영되니 80대 중반 고령의 자신의 비서 출신 최필립 이사장도 본인이 알아서 거취를 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이 정체를 맞은 와중에 모처럼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의 주 공격목표가 된 정수장학회 문제를 이번에 탁탁 털고 가는가 싶었으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민주당 관계자는“기자회견을 보고 실망했다”며“부일장학회 설립자 김지태 씨를 부정부패 축제자라는 등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비판과 논란은 계속됐다. 새누리당 관계자는“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박 후보가 내논 최필립 이사장의 퇴진과 재단 명칭 변경이 문제 해결의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박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은 더 이상 정수장학회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이라면서“이번 발언을 계기로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다시 언급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문제 자체는 우선 세 가지다. 첫째 대선후보로서 중대 사안을 해명하는 회견 전에 내용 파악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법원이 강압에 의한 헌납이었지만 시효가 지났다고 판결했던 사실을 전혀 반대 의미로 거듭 회견 중에 말하고, 종료 후 보좌진의 설명을 듣고서야 정정 발언을 했다. 두루두루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독선적 이미지만 강화되었다.
둘째, 이로써 박 후보의 맹점인 불통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한층 굳어졌다는 것이다.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고 가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당내 누구도 전달하지 못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불통 문제를 넘어 권력을 잡았을 때 얼마나 더 심해질지 우려스럽다.
마지막으로 과거 자신의 비서출신 이사장 한 사람 처신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무슨 국가 인사를 할 지 걱정인 것이다.
국민들은 박 후보가 말하는‘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 명쾌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박 후보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정수장학회 자금의 특정 지역 쏠림과 박 후보 캠프 내 장학회 수혜자 포진도 문제라고 말한다. 실제로 박 후보의 측근 중 상당수가 정수장학회로부터 학창 시절 도움을 받았다. 이들이 결국 박 후보의 냉철한 정치적 판단을 가로막은 셈이라는 지적이다.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와 부산일보, 경향신문 등 언론사의 지분과 토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언론사 재산의 사회 환원 방안과 함께 언론의 독립성을 어떻게 담보할지도 문제일 것이다.
최근 모 언론기관의 여론조사에서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박 후보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야당의 정치공세’라는 견해보다 많았다. 정수장학회 논란은 역사 바로잡기 차원이다.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을 더 이상 확대 재생산하지 않으려면 먼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앞으로도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이사장 처리도 본인과 이사진에게 맡길 게 아니라 사퇴하도록 영향력 행사를 해야 한다. 관계가 없어 못 한다는 말은 삼척동자도 믿지 않는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같은 날 지탄 대상이던 친노무현 3인방을 퇴진시킨 것과 아주 대조되지 않는가.

< 관련 기사: 5 면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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