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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0 02:18
후배들아, 기본은 갖추자
조회 수 2121 추천 수 0 댓글 0
어리다면 어린 20대 유학생으로 영국에 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은 6년차 헤드헌터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헤드헌터가 되고서 초반에는 대부분 구직자들이 적어도 내 또래거나 나보다 연령대가 높은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덧 이제는 나보다 어린 구직자들의 취업을 연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그렇게 후배들에게 취업
상담을 해주고, 또 실제로 그들을 채용 성사시키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이런 표현이 민망하지만,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 상당수가 ‘기본’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 기본이라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인간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하는 도리 내지는
예의,
책임감, 의사소통 방식과 같은 것들이다. 면접에 다녀오고 입사 계약서에 서명까지 하고서 갑자기 출퇴근 거리가 멀다고 입사하지
않겠다는 경우,
회사에서 말도 없이 ‘배가 아프다고’ 집에
가버린 경우, 어렵게 고객사와 구직자 간 채용 면접을 주선했더니 구직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며 이메일 한
통 보내와서 면접 취소를 통보하는 경우,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일이 힘들다며 회사에 그만둔다고 문자
한 통 보내고 잠수를 타는 경우... 정말 나열하자면 기가 막히는 사례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다 어디가
모자라거나 아니면 돌아이 같은 이상한 인간들이냐 하면, 그게 또 그렇지도 않다. 다들 명문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직접 만나보거나 얘기해보면 모두가 다 부잣집 출신의 멀쩡한 애들이다. 오죽하면 대기업 임원
면접까지 통과해서 나름 검증을 거친 애들도 의외의 본색을 드러내서 모두를 경악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니 나는 단지 그들이 마음을 바꾼 것에
대해서 지적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렇게 마음이 바뀌었다면
그것을 전달하고 양해를 구하는 최소한의 ‘도리’와 ‘예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아무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문자로 퇴사를 통보하고 잠수를 탄 친구는 하도 기가 막혀서 직접 통화를
시도했더니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도무지 모르고 있었다. 스마트폰 시대를 살면서 카톡은 쉴 새 없이 날려대지만, 정작 사람을 직접 마주하고 진심어린, 예의를 갖춘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점점 사라져가는
게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서 목격된다.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요즘 젊은 친구들은 역사 상 유례 없는 고학력과 화려한 스펙을
갖추고서도,
역시 역사 상 유례 없는 힘겨운 취업난에 직면하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헐값이 착취하는 기성 세대들을 향해 원망도 있을 것이고, 기성 세대들이 만든 이러한 세태에 대해 억울함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직은 기성 세대보다는 어린 후배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편이 되어주고 싶고, 그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도록 나름대로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후배들을 보면, 솔직히 그들이 고생을 좀 해봤으면, 그래서
정신을 좀 차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후배들이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것은 그들 부모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요즘 대부분 자녀가 한 명인 탓에 부모들이 왕자나 공주처럼 자녀들을 키우고, 특히 외국에서 조기 유학이나 학부 과정을 다녔을 정도면 대부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가정 출신이라서 부모들이 자녀들을 뭐든 아쉽지
않게 키운다. 외국인들은 자녀가 10대 중후반이 되면 스스로
용돈을 벌게 하고, 사회 경험을 갖게 하며, 최대한 독립심을 갖추도록
키우는데, 한국 부모들은 명문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것에만 몰두하느라 자녀가 20대 중반이 되도록 학비부터 용돈까지 지원해준다. 그렇게 자란 애들이 책임감을 익히고, 싫은 것도 참아낼 수 있는 인내심을 익히고, 사회 생활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법이나
인간적인 도리나 예의를 익히기는 당연히 어렵다. 그래서 회사에 입사해도 조금만 힘들거나 마음에 안 들면 쉽게 그만두고, 그만둘 때는 그 회사를 소개해준 헤드헌터나 그 회사 사람들은 앞으로 안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문자 한 통으로 퇴사 통보를 하고
잠수를 탈 수 있는 배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젊은 친구들이라고 다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부잣집 출신이어도 부모가 철저하게 도리와 예의를 가르치고, 스스로 땀흘려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어려서부터 가르친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또, 일찍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해온 친구들은 나보다 어려도 때로는 오히려 나보다 더 윗사람 같은 느낌을 줄 만큼 기본을 잘 갖춘 후배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후배들에게 무조건 회사에 복종하고 기성 세대에 순응하라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용감하게 맞서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기본은 갖추자는
것이다. 그렇게 기본을 갖추면 아무리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도 분명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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