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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현의 문화 예술기행 (2)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Edinburgh (1)


1_______.jpg

1900년대 세계에 유행했던 스코틀랜드의 고유 스타일, 메킨토시 양식, 스티븐 잡스는 여기서 메킨토시 컴의 이름을 차용했다.


영국에서 가장 다양한 성격의 얼굴을 지닌 도시를 꼽으라면 당연히 에딘버러다. 시인 노발리스의 말처럼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예술이다'라는 말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도 에딘버러다. 인구 550만의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딘버러에는 겨우 50여 만명이 사는 수도로 서울의 한 구보다도 규모가 작다. 

그러나 이 도시의 문화적 자산과 기능성은 전체 인구수가 스코틀랜드보다 두 배나 많고 에딘버러 보다는 12배나 많은 서울을 훨씬 능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온 것일까? 과거의 하드리안 벽을 경계로 형성된 스코틀랜드의 힘은 로마제국시대부터 시작된다. 로마제국도 이 독립심이 강한 붉은 얼굴의 사나이들을 정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침략을 피하고 경계하기 위해 영국을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긴 성벽을 구축했었다. 그리고 로마의 주둔군 사령들은 픽트(Picts)족의 후예인 스코티시에게 돈을 받치며 국경을 넘어오지 말 것을 빌었다. 지금도 하드리안 황제가 구축한 경계 너머에서 로마의 동전이 발굴되는 것은 당시 로마인들이 스코티시에게 바친 뇌물이 대부분이다. 

독립심이 강하고 자부심이 높은 스코틀랜드의 기상은 지금도 하이랜드 게임으로 남아있고, 웨일즈와 잉글랜드와 별도의 행정체계와 교육체계, 그리고 전혀 다른 화폐를 발행해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국정부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역사적 전통을 바탕으로 한다. 스코티시(Scottish)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인구수에도 불구하고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이같은 높은 기상.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아주 기가 센 민족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노동당의 젊은 기수로 나타나 토니 벤을 제압하고 영국정부를 장악했던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이 모두 스코티시다. 특히 토니 블레어는 에딘버러에서 태어난 정치인이다. 젊은 시절 007에서 제임스 본드로 출연해 세계적인 배우로 명성을 떨친 영화배우 숀 코넬리도 스코티시이고 한국의 축구팬들이 좋아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트의 기 센 독재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전형적인 스코틀랜드인이다. 


3_____________.jpg

에딘버러는 21세기 형의 문화 예술의 도시로, 시 전체를 문화콘텐츠로 채워넣고 있다.


그의 얼굴에 늘 고여있는 붉은 색은 바로 스코티시의 특징이다. 스코티시에 버금갈 정도로 기가 센 중부 잉글랜드인을 제압하고 1986년부터 오늘 날까지 4반세기를 장악할 수 있었던 힘도 그같은 기상에서 온 것임은 의심할 여지없다. 또 이러한 자존심은 문화에서도 나타났다. 20세기 초 세계의 디자인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매킨토시 스타일이 나타난 것도 스코틀랜드였다. 

오늘날 맥으로 알려진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컴퓨터의 디자인 혁명도 여기서 이름을 빌어온 것이다. 매킨토시 스타일을 탄생시켜 20세기 모더니즘 시대의 스코틀랜드를 새로운 양식으로 변모시킨 찰스 매킨토시는 파리에서 인상파가 나타날 즈음인 1868년 글라스고우에서 탄생했다. 이 양식은 아르 데코에 앞선 진보적 디자인으로 윌리암 모리스 스타일보다 세계에 더 넓게 퍼졌다. 

도대체 어떤 기를 가진 땅이기에 아직도 그렇게 강한 힘을 그 지역인들에게 주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마지막 남은 켈틱(Celtic)의 힘인지도 모른다. 서구의 고대 문명 중에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끝까지 독자적인 힘을 유지하고 개성과 고유성을 지켜왔다. 지금도 스코틀랜드는 웨일즈, 프랑스의 동부 브리타니아, 맨섬과 함께 6대 켈틱 국가로 분류되고 켈틱문화와 언어를 지키고 있다. 만약에 2014년 예정된 독립 국민투표에서 대영제국에서 벗어난다면 가장 강한 켈틱 국가로 2500여년 이상 존재해 온 켈틱인, 켈틱문화의 자존심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 될 것이다. 나의 문화예술 기행은 건물이나 유적지를 보러 가는 껍데기 기행이 아니다. 

그 속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사는 삶의 흔적의 뿌리를 찾는 탐구여행이다. 필자는 4번 에딘버러를 방문했다. 사실 건물을 보러간 것도 아니고 유적지를 방문하러 간 것도 아니고 스코티시가 누구인가? 그들의 문화의 본질을 엿보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러나 갈때마다 3박 4일 이상을 체류하면서 시내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시내 곳곳을 헤집고 다녔지만 아직도 에딘버러는 신비로 남아있다. 


4_IMG_0615.jpg

바위 산 위에 우뚝 솟은 에딘버러 성을 중심으로 올드 타운과 뉴 타운으로 갈라져 있다. 


5_.jpg

올드 타운의 에딘버러.


그만큼 그 도시는 구석구석 많은 이야기를 품고 또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외양적 모습뿐만 아니라 건물과 거리 도시를 채우고 있는 문화적 콘텐츠에서 내뿜는 힘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에딘버러는 살아있는 도시이다. 낡은 건물과 고색이 창연한 어두운 골목길에도 사람 냄새가 그득하게 고여있는 도시다. 특히 이 도시는 인간의 여러 욕망들을 품고 그것을 도시의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에딘버러는 욕망으로 꿈틀거린다. 그러나 다른 도시와 전혀 다른 성격의 욕망을 분출하고 있다. 

예를들어 런던과 뉴욕은 19세기 합리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적 욕망이 분출되는 도시로 증권과 보험, 금융산업을 골조로 성장한 20세기적 도시라면 에딘버러는 21세기 형 도시의 모델로 문화를 콘텐츠로 하여 급성장한 도시다. 과거의 역사를 인프라로 하여 에딘버러는놀랍게도 포스트모더니즘적인 미래지향적 도시이고 인간들의 기본적 욕구들을 여러 갈래로 풀어낸 후, 그 욕망들이 모이게 해 다시 다른 욕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독하고 진한 스카치 위스키로 세계인들을 불러모으고 그것들을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유혹하고 다시 음악과 퍼포먼스, 연극, 영화제로 세계인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에딘버러 축제는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예술제 중의 하나다. 해마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여름이면 세계의 예술가들과 관광객이 몰려 든다. 도시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듯 바위산에 우뚝 솟아있는 에딘버러 성이 올드 타운과 뉴타운을 동시에 굽어보고 있는 장면은 이런 문화적인 배경을 극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게되면 신 구도시를 가로지른 철로를 타고 진입한다. 수백년 동안 석탄 연기로 찌든 철로에서 첫인상을 맞고 역사 밖으로 나가면 양쪽으로 버티고 있는 두 도시 한가운데 서서 에딘버러의 두 얼굴 앞에 대면하게 된다. 그러나 이 도시는 두 얼굴뿐만이 아니다. 마치 양파껍질을 까면 또 하나의 모습이 나오듯 여러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양파와 달리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다. 

사실 에딘버러는 런던과 달리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사는 국제 도시도 아니고 멀티컬쳐를 인정하는 곳도 아니다. 실제로 백인들이 95.9%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아시안은 모두 합쳐서 2.6% 정도뿐이다. 96%가 백인인 수도는 유럽에서도 결코 흔한 도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문화예술을 도시 성장의 도구로 이용해 낡은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다음주부터 그 문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보기로 하자.


(필자, 전하현은 미술사가로 8권의 저서(인상주의, 바르비종과 사실주의, 스물이 되기 전에 등)를 낸 미술사가로 런던에서 세계예술문화사와 20세기의 철학과 미학, 미술이론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내용문의나 원고에 대한 문의는 bookclub21@hotmail.com 혹은 0786 310 5014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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