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지만 신임 대통령이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펼치기 위해서는 측근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무서운 적은 언제나 내부에 있어 경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내부의 적이자 반드시 극복해야할 이른바 '박근혜 5 적'으로는 친이계의 좌장 이재오 의원, 이념이 다른 민주당계의 상도동과 동교동계, 경제 민주화의 아버지 김종인 위원장, 남종필 의원 등 당내 쇄신파들, 친박계중 소외된 세력 등을 꼽고 있다.
2007년 대선기간 동안 이 대통령을 적극 도왔던 박 당선인도 권력분배 문제로 지난 5년간 이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내부의 적이었다. 대선에서 승리한 친이계는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친박계를 완전 배제하는 이른바 '친박 공천 대학살'을 주도해 권력에서 밀려난 친박계가 지난 5 년간 한을 갈며 기다려왔다.
박 당선인은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비정상적일 정도로 세력을 크게 불려 권력을 나누어야할 세력이 많아져 갈등과 대립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벌써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친박계와는 전혀 거리가 먼 민주당계인 한광옥 전 DJ 비서실장, 부위원장에 김경재 전의원이 차지함으로써, 점령군 친박계의 전리품 두 자리가 날라간 것이다.
박 당선인의 첫 번째 적은 이재오, 정몽준,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 등 당내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맞붙었던 상대들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로 향후 국정운영에 도움을 얼마나 줄 지 아니면 내부의 적으로 박 당선인처럼 대통령 박근혜의 내부의 적으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지 알 수 없다. 특히 이재오 의원의 경우 룰 갈등으로 경선에 불참한 후 대선기간 내내 박 당선인에 대한 독설을 쏟아내며, 마지막까지 박 당선인의 애를 태우다 대선을 2주 가량 남겨둔 지난 2일에야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아직까지도 대권에 뜻을 품고 있다면 박당선인이 이 대통령에 해왔던 것처럼 박 당선인과 대립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에게 협력할 경우에는 정권의 2인자 또는 하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지지만 박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엔 라이벌이 된다. 대중의 관심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적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위시한 동교동계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상도동계다. 우선 한 위원장의 경우 전라도 공략을 위한 박 당선자의 가장 중요한 포석이었으나 호남지역 지지율은 채 10%에도 미치지 못해 이들에게 중책을 맡길 경우 당내 반발이 예상된다. 게다가 동교동계와 새누리당의 이념적 색채는 달라 공통의 적이 사라진 지금 이들은 새누리당 내에서 융합보다는 불협화음을 만드는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도 박 당선인으로서는 부담이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 박 당선인을 '칠푼이'로 지칭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한 몇몇 상도동계 인사들은 대선 막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세 번째 적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 외부영입인사다. 박 당선인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사람을 곁에 두는 첫 번째 기준으로 '충성심'을 꼽게 됐다. 때문에 평소 인선과정에서 '직언파' 보다는 '충성파'를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박 당선인에 대한 직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은 처음부터 박 당선인과는 상극이라 할 수 있었다. 우선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상징적인 인물로 대선과정에서 순환출자 등 재벌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이견으로 여러 차례 박 당선인과 대립하며 불협화음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고 해서 박 당선인이 일방적으로 김 위원장과 거리두기에 나설 경우 대선과정에서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외쳤던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어 계륵이다. 안 위원장의 경우도 박 당선인이 한광옥 부위원장을 영입하려 하자 과거 부정부패 전력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안 위원장과 박 당선인 간의 도덕적 기준에 대한 인식차이를 확연히 보여준 사건이다. 박 당선인은 취임 후 대대적인 인선에 돌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안 위원장은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들이대며 박 당선인과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네 번째 적은 남경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당내 쇄신파로 친박 2선 퇴진을 요구하면서 박 당선인과 갈등을 빚었었다. 선거과정에서도 박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돕기보단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는데 그치는 소극적 활동을 펼쳤다. 앞으로 정국주도권을 잡게 될 친박계 의원들 입장에선 이들은 눈엣가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우향우 논란이 벌어지자 박 당선인에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또 당내 입지가 좁아진 만큼 박 당선인과 더욱 더 대립각을 세우며 저항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적은 바로 친위부대인 '친박계'중에서 소외된 세력이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박 당선인의 친박세력은 그동안 무리한 충성 경쟁과 일부 핵심 인사들의 '전횡'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환관 권력' '인(人)의 장막'이라는 비판도 늘 박 당선인을 따라 다녔다. 특히,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대탕평책을 외쳐와, 권력의 분배가 실질적으로 고루 분배된다면 지금까지 소외된 일부 친박계는 설 땅을 잃게 되어 불만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역대 대통령 중 단 한명도 권력형 비리에서 자유로웠던 사람이 없었듯이 지난 15년이상을 권력과 멀리 떨어져 있어 권력과 재물에 배고파왔던 친박계의 향후 행보가 이 대통령이 측근 비리로 수 차례 국민들 앞에서 허리를 굽혀 사과했듯이 박 당선인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