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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癸巳年)의 소망


885-사설 사진.JPG



계사년(癸巳年)이다. 60년만에 돌아오는 흑사의 해라며 설왕설래다. 
그러나 작년 임진년 흑룡의 해 만큼은 덜 들썩이는 듯 싶다. 아무래도 뱀에관한 이미지가 비호감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용과 뱀은 하늘과 땅차이다. 
용은 신비로우면서도 비상하며 하늘을 나는 기상을 연상케하는데 비해 뱀은 땅을 기어다니는 미천한 미물로 여겨진다. 생김새도 뱀은 그 특이한 외모로 징그럽거나 차가운 인상을 풍긴다. 뱀같은 사람하면 퍼득 교활하면서 냉혈한이 먼저 떠오른다.

뱀에 관한 옛사람들의 의식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싶다.

뱀이 등장하는 사자성어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대표적이다. 무슨일을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형편없이 마무리짓는 것을 일컫는다. 조직에서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업무 처리다.

뱀의 그림에 발을 덧붙여 그려 넣는다는 회사첨족(?蛇添足)도 부정적이다.괜히 안해도 될 일을 해서 그나마 쌓아 놓은 공을 망가뜨린다는 의미다. 역시 조직에서 보면 중한 문책을 당할 일이다.

배중사영(杯中蛇影)이란 사자성어도 있다.술잔에 뱀그림자가 있다는 글자 풀이지만 뜻은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공공연히 걱정과 근심에 사로잡히는 것을 일컫는다. 방 벽에 있는 뱀 그림이 술잔에 투영된 것을 보고 걱정에 사로잡혀서 병을 얻었다는 ‘약광전’에서 유래했다.

타초경사(打草驚蛇)란 사자성어 역시 유쾌하지 않다.풀밭을 두드려 뱀을 쫒아내다라는 뜻인데 공연히 긁어부스럼 만들때 응용된다. 배중사영이나 타초경사 역시 조직에서 보면 본전은 커녕 본전도 까먹는 행위에 해당한다.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긍정적인 뱀 관련 속어라면 ‘용꼬리보다는 뱀대가리가 낫다’는 정도가 있을 듯한데 이 역시 용에 비해 뱀을 아주 낮은 것으로 평가하는 일이어서 뱀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은 말인듯 싶다.

작년 웅비하고 거침없는 흑룡의 해를 맞아서도 우리경제는 최악의 터널로 빠졌다. 경제성장률이 추락하고 물가는 오르고 취업은 바닥을 헤맸다.IMF이후 최악의 한해였다고 아우성이었다. 흑룡의 해가 이랬을지였는데 흑사의 해는 어떨 것인가?

계사년 첫날, 우리는 소망한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민생을 보듬는 한해가 되길. 국민의 절반 가량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지금, 세계 경제마저 저성장의 고착화로 앞길을 가로막고 있지만 창의와 나눔으로 양극화를 뿌리치고 서민경제가 다시 일어서는 그런 한해가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간절히 소망한다. 올해가 국민통합과 신뢰회복의 원년이 되기를. 국민과 여야 모두 화합된 힘으로 국운을 개척하며 믿음을 주고 받는 한해이길 기원한다. 

법과 원칙이 존중되고, 소통으로 공존을 쌓아가며, 경제주체간·세대간 간극을 해소하면서 국민 모두가 '우리'임을 공감하는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려울수록 똘똘 뭉쳐 난관을 헤치는 강인한 에너지를 가진 '하나'임을 확인하는 그런 한해가 되길 간절히 염원한다.

다행히 뱀은 인간사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돈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뱀은 용과 함께 풍요와 다산을 의미하는 신성한 영물로 추앙받았고 뱀을 ‘업구렁이’라 해서 집에 서식하고 있으면 재물을 내려준다고 믿었다. 들어온 뱀을 죽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오히려 집에서 나갈까 걱정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들어온 뱀은 ‘지킴’ 또는 ‘지킴님’이라고 높여 부르고 ‘구렁이’라고 칭하는 것조차 금기시 했다고 전해진다.

요즘에도 뱀꿈은 길몽으로 여겨진다. 꿈에서 많은 뱀을 보면 일이 잘되고 뱀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고 풀이한다.

뱀이 치마속으로 들어오면 잉태하고 구렁이에 물리면 큰 인물이 될 아이를 낳는다고 여겨졌다. 

흑사의 해, 올해는 누구나 뱀꿈을 꾸는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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