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해상 무력시위에서 공중 대치전으로까지 증폭되는 등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 전투기가 일본과 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의 P-3C 잠수함 초계기와 미 공군 C-130 수송기를 상대로 긴급 출동한 데 이어 미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 인근에 전투기를 전진 배치하는 등 군사적 충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10일 동중국해 상공에 전투기를 출격시켜 일본이 설정한 중·일 영공 중간선 부근을 비행 중이었던 미 해군 잠수함 초계기와 미 공군 수송기를 한동안 뒤쫓으면서 일본 측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JADIZ) 안으로 까지 진입, 일본 전투기가 대응 차원에서 긴급 발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일본이 센카쿠 일대 3개 섬을 국유화한 이후 군용기 윈(運)-8을 부근에 보내 정보를 수집해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집권 후에는 정찰비행과 전투기 발진 등 대응단계를 높이고 있다. 특히 9일 일본 정부가 중국 군용기 등의 센카쿠 접근에 대한 대책으로 경고 사격 등 대응조치 강화를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후 중국은 더욱 강경노선을 펴고 있다.
10일 중국 전투기가 미군기의 뒤를 쫓고 일부 전투기는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 항공자위대 소속 전투기가 긴급 발진한 것도 강경대응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반응을 엿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와같은 중국측의 반응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대응수위도 높아져, 미군이 (센카쿠열도에 인접한)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嘉手納) 공군 기지에 F-22 스텔스 전투기 9대를 4개월간 잠정 배치를 결정했고, 앞으로 3대를 추가해 모두 12대를 운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방위성도 오키나와현 나하(那覇) 기지에 배치된 F-15 전투기를 센카쿠 열도에 더 가까운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宮古島)시 시모지시마(下地島) 공항에 상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하 기지는 센카쿠 열도에서 약 420㎞ 떨어져 있어 F-15기가 이동하려면 15∼20분 걸린다. 지난달 중국기가 센카쿠 상공에 진입했을 때 나하 기지에서 F-15 전투기 8대가 긴급 발진했지만, 중국 항공기가 센카쿠 상공을 벗어난 뒤에야 도착한 일도 있었다.
미국과 일본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에 전투기를 전진 배치하는 등 갈등 수위가 높아지면서 자칫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비무장 선박의 대치와 달리 전투기 등 정규 항공 전력 간 대결은 순간적 판단 실수에 따라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일본 방위성이 14일 중국 항공기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진입 시 무선 경고에 따르지 않을 경우 신호탄 사격으로 대응하기로 밝힘으로써,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보복 조치가 예상된다.
중국 해방군보는 중국군이 올해 군사훈련과 관련, 전군에 내린 지시에서 센카쿠에서의 충돌을 상정해 전쟁에 대비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일 양국과 중국간 동중국해 공방이 중일 양국에서 미중일 3국 문제로 확산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은 중국의 위협과 군사력 확장을 막기 위해 일본과 아시아 지역에 미 공군의 수직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를 배치할 계획이어서 긴장감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도 동남아시아 국가와 연계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정책으로 아베 총리가 16~19일 나흘간 첫 해외 순방지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개국을 방문해 중국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아시아 외교의 기본 방침인 '아베 독트린'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는 일본 방송 NHK에 출연해 "동남아시아 방문시 일본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계의 의의나 의미를 아시아와 세계에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독트린은 동남아 국가뿐 아니라 인도나 호주 등이 중국과는 가치관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아시아 경제권을 끌어들여 일본의 경제재생을 돕기 위해 전략적인 경제외교를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담을 예정이다.
한편, 중국은 여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남중국해 섬 130곳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제도)를 자국 영토로 명기한 새 지도를 제작해 2월에 배포할 예정이어서 영토 분쟁과 관련한 주변국과의 논란이 예상된다.
이 지도에는 둥사(프라타스제도)·난사(스프래틀리제도)·시사(파라셀제도)·중사(매클스필드 뱅크) 군도 내 도서와 융싱다오, 황옌다오(스카보러섬) 등 130곳을 자국 영토로 표시했다. 이는 이전 지도와 달리 구체적으로 중국령을 밝혀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은 또 새 지도의 왼쪽 아래에 일본과의 분쟁지인 댜오위다오와 부속 도서를 중국과 대만에 속하는 영토로 명기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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