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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1 30일에 정식으로 개원한 주영한국문화원이 어느덧 5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런던 시내 중심지 중에서도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트라팔가 광장 인근에 자리한 주영한국문화원은 나에게 여러 면에서 정말 특별한 곳이다.

 

기자로서 나는 문화원을 통해 다양한 현장을 취재했고,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였다면 정말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 최고의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뮤지션으로서도 문화원에서 여러 번 연주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활동하는 가야금과 기타 듀오 KAYA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린 곳도 문화원이었고, 재영한인예술인협회 행사, Anglo Korean Society 행사 등 다양한 행사에서 연주를 했는데 그 장소들 역시 문화원이었다.

 

그러고 보니 단일 장소로서는 내가 영국에서 가장 많이 음악을 연주한 장소가 문화원일 정도다.

 

사실, 문화원이 개원했던 2008 1월은 우연히도 내가 기적적으로 런던에서 취업에 성공해서 한국에서 영국취업비자를 받아온, 그래서 나에게도 너무나 특별한 시점이었다.

 

문화원이 5년을 지나오는 동안 나 역시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 5년을 지내왔고, 문화원 개원 5주년에 맞춰서 나 역시 이제 영국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자격을 얻기에 이르렀으니, 묘한 시간의 일치다.

 

지난 1 30일 주영한국문화원 건너편에 위치한 Corinthia 호텔에서 개최된 개원 5주년 기념 만찬에서 문화원의 지난 5년간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이 상영되었는데, 그 영상 속에는 나 역시 기자로서 취재했던, 또 관객으로서 마음껏 즐겼던 수 많은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어느덧 추억이 되어버린 그 많은 순간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국제도시 런던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일은 정말 막중한 임무다. 위치 상으로는 그저 영국에 있는 문화원이지만, 런던이라는 국제도시의 특성 상 실제로는 수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주영한국문화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한국을 경험하게 된다.

 

아직도 수 많은 영국인, 유럽인들은 ‘Korea’라고 하면 북한을 떠올리거나 고작해야 김치’, ‘태권도정도 단어들이나 떠올리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런 외국인들이 한국의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접하면서 Korea를 새롭게, 또 제대로 만난다.

 

너무나 멋진 일이지만, 그 멋진 일을 현실에서 준비하고 실현시키는 이들로서는 단순히 멋진 일만은 아니다.

 

어느 영화배우가 시상식 소감으로 남긴 말처럼, 우리들은 그저 잘 차려진 잔칫상을 즐기듯 문화원이 제공하는 다양한 행사와 공연, 전시를 즐길 뿐이라, 정작 그 잔칫상을 차리는 이들의 노고를 알기도 어렵고, 알더라도 잊기가 쉽다.

 

내가 가까이서 목격한 바에 따르면 문화원 직원들은 정말 일을 많이 하신다. 특히, 런던한국영화제나 탬즈페스티벌 같은 큰 행사들을 앞두고는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낮과 밤 구분 없이 강행군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나 같은 기자들은 그저 가장 재미있는 시간에 찾아가서 카메라 셔터 몇 번 누르면서 마냥 즐기다 오면 될 일이지만, 문화원 직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문화원에서 열리는 행사들 역시 관람객들은 그저 즐기고, 먹고 마시다가 오면 될 일이지만, 문화원 직원들은 그렇게 마지막 와인잔이 비워지고 나서도, 마지막 관람객이 자리를 뜨고 나서도 뒷정리를 감당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 분들의 가장 큰 보람은 한 명이라도 더 한국 문화를 알게 되고, 한 명이라도 더 한국 문화를 즐기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 분들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희생하는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정식으로 월급 받으면서 일하는 직원들인데 뭐가 그리 대수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분들이 쏟는 노력과 열정은 단지 월급 받는 직원의 마인드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그것이다. , 그분들의 투철한 사명감 없이는, 철저한 프로의식 없이는 오늘날 주영한국문화원의 성과는 결코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탬즈강변에서 풍성한 한국문화잔치를 누리고, 런던 중심지에서 한국영화잔치를 마음껏 누리게 된 우리들로서는 최소한 그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격려 인사 정도는 아낌없이 건네드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원이 마련한 다양한 행사나 프로그램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특히 외국인들에게 적극 알리고 홍보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아무리 멋진 잔칫상을 차려놓아도 잔치가 열리는 지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다른 잔칫상도 아니고 대한민국을 맛보는 잔칫상이니 최대한 많은 이들이, 최대한 맛있게 맛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느덧 5주년을 맞이한 주영한국문화원이 또 앞으로 다가올 5년 동안 얼마나 멋지고 풍성한 잔칫상을 차려주실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미 차려졌던 잔칫상들이 너무 훌륭했던 까닭에 문화원으로서는 매번 더 나은 잔칫상을 차려야 한다는 부담이 만만치 않을 터, 하지만 어떤 잔칫상이 차려지더라도 우리는 맛나게 즐길 각오가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주영한국문화원의 앞으로의 5년이 더욱 멋지고 풍성한 잔치가 될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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