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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EU FTA에 철저히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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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사들이 제일 많이 상주해 있는 도시는 어딜까. 뉴욕이 아니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이다. 

유럽연합(EU) 기구가 밀집해 있어 '유럽의 수도'라 불리는 브뤼셀에는 벨기에 주재, EU 주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등 3명의 미국 대사가 근무 중이다. 그런데 작년 12월, 모처럼 3명의 대사가 브뤼셀 주재 EU 회원국 대사,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 집행위원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브뤼셀의 중심가에 있는 '호텔 드 빌'에서 만났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의 재선이 확정되자 미국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축하 샴페인을 떠트리며 축하했다. 

2008년 변화를 기치로 내건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은 환호했고 큰 기대를 걸었다. 전임자 조지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오바마는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다자주의 외교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후 미국과 EU는 엇박자가 났다. 미국은 경제문제 해결에 몰두하면서 '아랍의 봄'등 국제 현안에 대해 EU의 적극적인 관여를 원했지만 EU는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중동 문제 등에서 EU는 여전히 미국과 큰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세계 최대의 개발원조 공여국인 EU와 27개 회원국은 지난달 이스라엘의 대응 공격으로 부서진 가자지구의 건물들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서안지구의 많은 건물도 EU의 지원으로 건설됐다. EU 회원국들은 또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경찰의 훈련도 도왔다. 많은 EU 회원국은 이스라엘의 중동정책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는 '두 국가 정책'을 지지해 왔다. 

따라서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프랑스나 영국, 독일조차도 비판적이다. 그러나 EU 27개국 간 유일하게 의견이 합치된 것이 바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다. 
"경제의 성장 엔진을 재점화해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겠다." 한국경제의 과제를 떠올리게 하는 이 말은 어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한 다짐이다. 그는 임기 2기 첫 국정연설에서 성장, 일자리, 중산층, 제조업을 앞세우며 경제회생을 국정 어젠다의 가장 앞자리에 올려 놓았다. 그만큼 미국은 현재 경제 회복을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태세다.

EU 27개국은 5억명의 인구를 거느린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이다. 미국과 EU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세계 총생산의 절반 정도이고 세계 무역의 3분의 1에 이른다. 이미 미국과 EU 간에는 공산품의 경우 관세가 많이 인하됐다.

 또 냉전 붕괴 후 1991년부터 양자는 연례적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해 오고 있다. 

고위급 공무원들의 회담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양측 기업인들도 '대서양 기업인 대화(Transatlantic Business Dialogue·TABD)'를 통해 지속적으로 만나 상호 관심사를 논의한다. 
미·EU FTA 체결 시 양자 간의 무역이 50% 정도 더 증가할 것이라고 EU 집행위원회는 추산했다. 현재 집행위원회와 미 무역대표부가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2001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도하개발어젠다(DDA)가 몇 년째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EU FTA가 체결된다면 교착 상태에 빠진 DDA 타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양자주의가 다자주의의 장애물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미국·EU와 맺은 FTA가 발효 중이다. 두 지역에 공장을 둔 우리 기업들에 미·EU 간 관세 철폐는 환영할 일이다. 금융위기 이후 고개를 들기 시작한 보호무역주의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다. 다만 평균 3%에 이르는 미·EU 간 관세율이 무관세로 바뀔 경우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타격이 예상된다. 이로운 건 활용하고 불리한 건 미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서양 경제권의 결합은 당장 한·중·일 자유무역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3국 간 FTA는 지난해 11월 가까스로 협상 개시만 선언했을 뿐 갈 길이 멀다. 한·일, 중·일 간 영토 분쟁은 순조로운 협상을 가로막는 또 다른 외부요인이다.

 3국 경제는 다 합쳐봤자 아직 미국에도 못 미친다. 동북아 경제권이 미·EU FTA에 맞서려면 눈을 크게 떠야겠다. 

<관련 기사 : 44 면 유럽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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