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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의 신영극장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영화관이 들어선다는 뉴스를 접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사촌형과 ‘인디아나 존스 3편’을, 중학교 시절 죽마고우 성훈이와 ‘쥬라기 공원’을 관람했던 곳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8,90년대 호황기를 누렸던 서울 시내 주요 영화관들 중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있는 극장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더 정확히는 지금까지 살아남은 극장이 거의 없다고 해야겠다.

 

비록 당시에는 우리 한국영화가 지금처럼 관객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시절이라 대부분의 영화가 헐리우드 영화 아니면 홍콩영화였지만, 어쨌든 수 많은 이들에게 셀 수 없는 추억을 남겨주었을 그 시절 영화관들이 그렇게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다는 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요즘은 모든 극장들이 여러 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 형태지만, 당시에는 종로의 서울극장 외에는 전부 한 개의 스크린만 보유한 단관 형태였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스크린 크기가 요즘 멀티플렉스 극장들에 비해 훨씬 컸고, 그래서 영화를 관람하기에는 오히려 요즘보다 더 나았던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 영화관들 중 화면 크기와 음향이 가장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 대한극장의 초대형 화면은 정말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대한극장에서 ‘구니스’, ‘후크’, ‘쥬라기 공원 2편’과 같은 헐리우드 영화들도 관람했지만, 뤽 베송 감독의 ‘그랑 블루’와 같은 프랑스 영화도 관람했다. 그 커다란 화면 가득한 푸른 바다의 멋진 풍경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그 당시 단관 개봉관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었던 듯 하다.

 

가령,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으로 알고 있는 100년 역사의 단성사는 ‘장군의 아들’, ‘서편제’ 같은 기념비적인 한국영화들을 상영했고, 서대문의 화양극장은 ‘영웅본색’을 필두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홍콩영화를 주로 상영했으며, 세운상가와 연결된 아세아 극장은 ‘서유기’ 시리즈를 상영해서 방학 때면 어린이 관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다니기 시작한 중학교 시절부터 영화를 보러 종로를 참 많이도 다녔다.

 

종로 2가에는 스크린 크기는 다소 작았지만 소신 있게 작품성 있는 영화들만 상영했던 코아아트홀이 있었고, 여기서 ‘중경삼림’, ‘타락천사’, ‘비포 선라이즈’, ‘메멘토’를 관람했는데, 특이하게도 코아아트홀에서 관람한 이 영화들은 모두 혼자서 관람했다.

 

종로 2가 낙원상가 옥상(?)에 있는 허리우드 극장에서는 ‘스타워즈 3편’, ‘클리프 행어’를 관람했는데, 어렸을 때는 낙원상가로 향하는 작은 골목길 대로변에 돼지머리를 내놓은 순대국집들의 모습이나 냄새가 싫어서 빨리 걸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내가 성인이 되어서 그런 음식들을 즐겨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종로 3가는 정말 최고의 극장가였다. 당시 유일한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상업성이 가장 높은 헐리우드 영화들을 여러 편씩 상영했던 서울극장에서는 하루에 연달아서 두 편의 영화를 본 적도 있다.

 

길 건너편에 서로 마주보고 있는 피카디리 극장과 단성사도 화제작들을 여럿 상영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나타났는데,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극장들이었다.

 

기존의 단관 극장들과는 달리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아무래도 보다 현대적이고 쾌적했으며,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만한 부대시설을 잘 갖추었고, 스크린 수가 많다보니 이용이 편리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스크린 수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스크린 크기가 작을 수 밖에 없었고, 각 극장들만의 고유의 개성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기 시작했고, 길게는 100년에서 수십 년 역사를 자랑했던 기존의 단관 영화관들은 하나 둘씩 적자에 허덕이다가 폐관되거나 아니면 울며 겨자먹기로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2003년도에 ‘니모를 찾아서’를 보러 거의 10년 만에 대한극장을 찾았는데, 지난 날 국내 최대 스크린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고 작은 스크린을 여러 개 갖춘 멀티플렉스로 변해있는 모습을 보고 어찌나 착잡하던지...

 

허리우드 극장은 이제 실버영화관이 되어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추억의 영화들을 상영하면서 나름대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내가 대학생이었던 시절만 해도 젊은 관객들이 구름같이 몰렸던 나름 인기 개봉관이었는데 이제는 노인 전용 극장이 되다니...

 

누가 아나, 혹시 10년 뒤에는 요즘 잘 나가는 멀티플랙스 프랜차이즈 극장들이 미래의 청소년들에게는 구닥다리 취급을 받아 쓸쓸히 퇴장하게 될 지...

 

한국을 다녀올 때면 그나마 아직 남아있는 추억의 장소들을 사진에 담아오곤 한다, 언제 없어지거나 변해버릴 지 모르기에.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지난 날 마치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듯 수 많은 꿈과 추억을 안겨준 그 시절 극장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서 데리고 다녔던 그 극장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유치한 영화를 조시면서까지 함께 봐주셨던 아버지께서 데리고 다녔던 그 극장들, 영화보다 옆에 앉은 그녀에게 더 집중했던 첫 사랑과 함께 다녔던 그 극장들, 반드시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다짐하며 혼자 미친듯이 영화를 보러 다녔던 그 극장들...

 

이제는 그저 추억 속에서만 다시 가볼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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