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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Fireside Chat) 10.
 
--- 이사자주 아니 하시더라도---
 
"학교 다녀 왔습니다" 라는 소리와 함께 내가 앉아 있는서재의 문을 들어선 일곱살짜리 아들녀석이 "어-어-머-어니----- 차-암 속상해서 죽겠어요. 잉-잉." 울먹이며 하는 모양새가 우습기도 하고 내심으로 걱정도 스치면서 "성혁아 왜그러니? 오늘 선생님께 야단이라도 맞았니? 하고 물으니 아이는 그냥 고개만 좌우로 흔들며 "아-아니요, 어머니, 저 앞 큰 길에서 현석이를 만났는데요, 나를 자꾸 약을 올리잖아요. 속이 상해 죽겠어요" "현석이는 너의 친구이고 또 무척 착한 아이인데 뭐라고 약을 올렸길래  우리 성혁이가 이렇게 속이 상했을까? 어디 엄마한테 말해주지 않겠니?"  아니예요, 현석이는 별로 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자기네는 내일 토요일에 이사를 간대요 벌써 자기네는 일곱번이나 이사를 가는데  너희는 한번도 이사 못갔지? 하면서 막 약을 올리잖아요. 엄마! 우리는 왜 이사 안가요, 우리도 이사가요,녜?" 

현석이는 이웃에 살던 나의 오랜 친구의 아들녀석이었는데 그당시 그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웠던 때라서 6개월 또는 1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집주인들이 집세를 올려 달라고 하면 다시 싼곳을 찾아서 이사를 하곤했다.

 철없는 어린 아이 둘이서 이사가는 것이 자랑스럽고 또 한놈은 그것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30년도 훨씬 지난 그때 그날도 아마 3월초 이맘때 쯤이었던 것 같다. 

여하튼 이제 3,4월이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서 이사하기에 알맞은 시기이다. 무조건 봄이라고 볼일 없이 이사는 아니하겠지만 오늘 여기!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할 수 밖에 없는 나리들이 있으니 그것이 문제이다. 

그들이 누구인고 하니---. 나라의 살림살이를 맡은 판서급 나리들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이삿짐을 싸야하는 정승판서댁의 마님들께서 얼마나 분주하실까? 

그런데다 비하면 야인신세 비록 초라할 때도 있지만 벼슬없음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나님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떠하든지간에,---  5년 주기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을 쪼개고 붙이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정부의 틀을 바꾸는 전면적 조직개편은 이번이 9번째 쯤인 것같다.

`1988년 이후 5년 임기 대통령들은 어김없이 전임자가 바꾸어 놓은 정부조직을 바꾸곤 했다.

미국 같은 경우, 1988년 이후 정부조직을 그대로 유지(2001년 9.11테러 대응책으로 국토안보부를 추가 설치한 것외에--)하고 있는 것이나 이웃나라 일본이 2001년 50년만에 중앙정부 조직을 대폭 개편한 이후 정권교체와는 상관없이 12년동안 유지하고 있는 것과 오늘 우리나라의 정계현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서울대학의 어느 행정학 교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명칭을 바꾸고 조직을 개편하는 일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면서 "정부조직개편의 효과가 나올 때 쯤이면 또 정권이 바뀔텐데 그 때 또 바꿀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라고 한다. 

또한 5년마다 새로 집을 지으면 새 집에서 내부수리만 하다가 시간이 다가고, 실제 업무처리를 위한 표준운영 절차 등 행정 소프트 웨어가 효율적으로 되기 힘들 것이다. 
 
워낙 정부조직이 자주 바뀌는 바람에 어느결엔가 바뀌는 문화(?)에 길들여져서 우리나라는 으례히 5년마다 정부조직이 바뀌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개편을 위한 개편도 있다. 예를 들자면 "행정안전부"를 조직은 그대로 두면서 명칭의 단어 순서만 바꾸어서 "안전행정부"로 한단다.   

이건 뭐 그야말로 말장난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말장난에 따르는 비용도 적지 않다. 

관계부처의 현판 뿐 아니라 정부가 사용하는 서류 혹은 서식 등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따라 온다.

 뿐만 아니라 "국토해양부"가 "국토교통부"로 바뀌면서 그 부서에 관계되는 나리들 역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해야 되지 않을까? 더불어 전국의 도로 표시판에 적힌 이름도 바꿔야 하는데 그 경비도 만만치 않다.
 
2007년 9월 행정자치부가 전국의 166개 동사무소 명칭을 50여년 만에 주민쎈터로 바꾸면서 
100억원 상당의 예산낭비를 한 적이 있다. 

왜 자꾸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어야 하는지 나같은 범생은 도무지 모르겠다.

이러한 경우, 경제학에서 말하는 "메뉴비용"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할 만하다. 식당에서 음식값을 올리면 메뉴판을 바꾸는데 드는 비용(메뉴비용) 때문에 경비절감 차원에서 가격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왜? ------  아마도 어느 개인의 주머니 돈으로 경비지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경비처리를 하기 때문에 자칫 소흘하게 생각하고 처리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필자도 말장난에는 제법 소질이 있는데 우리정부의 조직개편 및 명칭변경에는 감히 능력이 딸린다.

 상공부가 상공자원부로 바뀌더니 다음은 통산산업부,다시 산업자원부 다시 지식경제부로 근간에 바뀐 명칭을 이제 새정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란 명칭을 쓰기로 했단다. 우리는 이름 바꾸는데는 역시 천재적임이 확실하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고 어머니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사실 따지자면 어느 대통령인들 국민이 잘 못되기를 바라는 정책을 구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어린시절로 되돌아 가보면 모두 다 빈곤했던 그 시절에 어느 한 개인의 고생은 그 속에서 보람을 찾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믿고 평생을 달려가노라면 실제로 보상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는 다르다. 

국가가 외형적으로 경제적 모양새는 커졌지만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져서 보통사람들의 삶은 더 팍팍 해졌다. 

노령연금으로 살아오던 60대 부부는"그 동안 무엇을 위하여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제난으로 철없는 어린자식을 안고 건물에서 뛰어 내리고 병든 노부모가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세상을 떠나고 조금 일찍 실직한 가장은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실추되어 집에도 못들어가 노숙자가 된다. 

우리 사회의 고유한 가족이라는 울타리마저 사라져 가고 있다. 국가경제는 성장하는데 개인의 생활은 희망이 없단다.
 
최근 5년여 동안 4가정중 한 가정은 최저 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절대빈곤을 경험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등이고 자살율은 세계 1위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삶이 훼손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최근에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절박한 현상들은 일일이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이다. 노력을 해 봤자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이렇게 개인의 삶에 멍울이 들어가면 사회도 점점 깊은 병이 들어간다. 한국판 빅톨 위고가 다시 펜을 들어 21세기 레미제라블을 써 내려가야 될 시기에 봉착한 것 같다.
 
대통령님 이하 새 정부의 지도자님들께 바라옵건대, 
너무 크나큰 경제부흥도 , 넘치는 거대한 행복의 꿈도, 거창한 문화융성도 아닌 더도 말고 덜도 마옵시고 그저 온 가족이 하루 세끼 거르지 않고, 가족이 화목하고 신뢰하며, 콩반쪽이라도 서로 나누며, 정승판서 나리들 이사 자주 아니하시더라도 그저 그렇게 예전처럼 온 국민이 소박한 작은 꿈과 행복감 가지고 가족이 오손도손 이웃이 도란도란 살 수만 있게 해 주시옵기를 간절히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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