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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든 오랜 시간 탁월한 성과를 이룬 대가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런 대가들
중 대가들을 가리켜 ‘전설’ 혹은 영어표현을 빌려와서 ‘레전드’라고 부르곤 한다.
전설은 그야말로 전설로만 남아야 하건만, 전설이 된 분들 역시 평범한 인간이기에 나이를 먹고, 우리는 그들의 말년을 원하든 원치 않든 목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분들은 전설이라는 그 명성에 걸맞게 멋진 말년을 보내면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전설로서의 품위를 지키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과거의
명성이 무색하리만치 안 좋은 일에 휘말리거나 심지어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한 때는 천하를 호령하던 전설같은 분의 초라한 혹은 추한 말년을 보는 것은 그 전설을 좋아하고 흠모했던 우리들로서는
너무나 슬프고 씁쓸한 일이다.
지난 날 한국 영화계에서 최고의 미남 청춘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 배우는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에서 전설이었다.
하지만, 그 분은 영화계를 떠나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수감 생활을 했고,
이후 책을 출간하면서 자신의 불륜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등 그야말로 추한 모습을 보였다.
충격을 넘어서 배신감까지 느낀 대중들은 그에에 손가락질을 했지만, 본인은 별로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 듯, 본인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 도무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 때는 수 많은 영화에 출연하여 관객들의 찬사를 받던 은막의 스타였던 그는 이제 사람들의 뇌리에서 더 이상 전설로
남아있지 못할 것 같다.
사실, 엄밀히 말해 그 배우는 내 시대에 활약했던 스타는 아니었기에 나의 전설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추한 말년도 나에게는 그다지 큰 충격이나 배신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 시대의 스타였던 두 명의 전설들이 최근 초라하게 몰락하거나 안 좋은 일에 휘말린 것을
보면서 정말 씁쓸하고 마음이 아팠다.
한 명은 한국 코미디계의 전설로, 중년이 되어서는 영화인이 된 분이다.
8,90년대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그를 보며 배꼽을 잡았고, 특히 그는 어린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나처럼 지금 30대를 보내는 이들은 누구나 그의 코미디를
보며 마음껏 웃고 행복했던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중년이 되어서는 영화인이 되어 무모하리만치 과감한 도전을 시도함으로써 제 2의 인생을 펼쳐나갔다.
찬반양론이 끊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많은 이들이 그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며 그를 응원했고, 나 역시 그를 응원하며 그의 영화가 잘 되길 바라는 한 명이었다. 나도 그랬지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사랑했던 코미디의 전설이 더욱 멋진 말년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으며, 최근에는 파산선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순수하게 열심히 했는데 정말 안타깝게 일이 꼬였다고 보기에는
도박장 출입을 비롯 그에 대해 안 좋은 소문들이 터져나왔다.
그의 코미디를 보고 자랐던, 이제는 어른이 된 그의 수 많은 어린이팬들은 그렇게 전설의 초라한 몰락을 보며 인생이란
게, 운명이란 게 참 잔인하다는 진리를 씁쓸하게 되뇌어볼 뿐이다.
한편, 지난 시절 한국 농구계를 호령했던 선수 출신의 감독은 비록 아직 정확한 혐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승부 조작 혐의를 받아 검찰에 출두했다.
그 역시 한국 농구계의 전설로, 나 또한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선수 시절 늘
성실하고 묵묵한, 그러나 출중한 기량을 선보이면서 팬들에게 멋진 모습으로만 기억된 전설이었다.
그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고 자란 내 또래 농구팬들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그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을 것이다.
다행히 아직 정확한 혐의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으니, 부디 그의 무혐의가 확정되어 다시 우리들의 전설로 남아주길 바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제임스 딘이나 이소룡처럼 젊은 나이에 갑자기 요절한 전설들은 한 편으로는 다행(?)일 수도 있겠다.
혹시 아나, 그들이 장수했더라면 말년에 어떤 초라한 모습을 보였을 지도.
그들은 오직 좋은 모습만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났기에 전설 중의 전설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 때는 천하에 부러울 게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잘 나갔던 전설들, 그들을 그렇게 초라한
말년으로 이끈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돈 욕심일 수도 있고, 자기 관리의 실패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야말로 야속한
운명의 장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든, 말년이 아름답지 못하면 제 아무리 젊은 시절 화려했을 지라도 결국 그 인생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더 나아가 비록 전설의 발톱에도 못 미치는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들 역시 어쩌면 젊은 시절보다 말년에 더욱 겸손하고, 더욱 조심하면서,
비록 평범할지언정 아름답고 멋진 삶의 마무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나의 젊은 날을 기억하는 누군가에게 나의 초라한 혹은 추한 말년을 보여주는 것은 상상 만으로도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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