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과 통제, 권위와 복종에 기반을 둔 ‘남성 리더 전성시대’는 갔다. 바야흐로 소통과 상생을 중시하는 ‘여성 리더 시대’다. ‘금녀(禁女)의 영역’이라는 표현도 옛말이 됐다. 이미 여성들은 육•해•공을 망라해 자신의 영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강인함, 그리고 책임감으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세 여성의 분투기가 여기 있다.
‘여성은 안 된다’는 말은 남성들의 편견에 불과하다고 외치는 당찬 여성들이 있다. 첫 해경 함장 고유미(34) 경정, 이혜정(44) 여객기 기장, 올해 육사 수석졸업생 양주희(22) 소위 등 3인의 여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쟁의 위험도, 거친 파도도, 번개와 난기류도 남성들만 뚫고 나아갈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바다•하늘•땅 어디에도 여자가 넘지 못할 벽은 없다는 충만한 도전의지가 이들의 공통점이다.
나아가 이들은 여성이 리더로서 남성보다 더 큰 강점이 있다고 여긴다. 따뜻한 인간애로 감싸줄 줄 아는 포근함과 업무 전반을 꼼꼼하게 챙기는 섬세함이 그것이다. 한번 맡은 임무는 끝까지 완수해 내는 책임감과 강인함도 남성들 못지않다고 이들은 자부한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편견에 얽매이면 안 된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다면 어떤 분야든 과감히 도전하라”고 한 목소리로 조언한다.
고유미 함장 해양경찰 창설 60년 만에 첫 여성 함장 올라
독도를 경비하는 제민13호(1513함) 함장인 고유미 경정. 그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분야에 당당히 도전해 입지를 구축한 여성리더 중 한 명이다. 고 경정은 해양경찰 창설 60년 만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함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도 첫 경비함 근무 시절인 2003년에는 ‘여성은 안 된다’는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당시만 해도 바다 사나이들 사이에서는 “여자가 무슨 배를 타느냐” “여자가 배를 타면 재수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때였다.
이혜정 기장 승무원 출신으로 용기 내 기장 꿈 이뤄
이스타항공 이혜정 기장도 여성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비행기 조종사라는 직업을 개척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의 여성 기장이자 국내 민간항공 최초의 여성 위촉심사관이 됐다. 위촉심사관이란 항공기 운항 승무원의 자격 부여와 자격 유지를 위한 운항자격 심사업무를 수행하는 직책이다.
이 기장은 객실에서 승객을 맞이하던 승무원 출신이다. 한 국내 항공사에 근무하던 1996년 조종훈련생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응시했다. 이 기장은 “당시 절친한 동료 승무원이 조종사가 되기를 희망했는데 그 친구에게 자극을 받아 도전하게 됐다. ‘여자는 안 된다’는 내용이 없어 용기를 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응시생 50여 명 중 유일하게 합격한 그는 미 텍사스에서 조종훈련을 받은 후 본격적으로 조종사의 길을 내딛게 됐다.
양주희 육군 소위 예비합격자로 들어간 육사에서 최우수 졸업
군인으로서 미래가 기대되는 또 한 명의 차세대 여성 리더가 올해 탄생했다. 3월 8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장교합동임관식에서 소위 계급장을 단 양주희 육군 소위가 주인공이다.
양 소위는 올해 205명의 육사 69기 졸업생 중 가장 성적이 우수해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쉽게 말하면 수석졸업생이다. 그런 그도 4년 전 입학 당시에는 몇 명의 합격자가 다른 학교를 선택하기를 마음을 졸이며 기도하던 예비합격자였다. 하지만 졸업식에서는 1등이라는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