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7번방의 선물’이 연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 ‘순수한 딸바보 아빠의 무한한 사랑’이라는 찡한 눈물 코드가 주된 흥행 요인일 것이다.
새로울 것 없는 클리셰라는 혹평도 터져 나오지만, 35억 원의 저렴한 제작비로 120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보편적으로 통하는 눈물 코드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적 진리’라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다.
여기 동일한 ‘감정적 진리’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 한 권이 있다. ‘오두막’의 작가 윌리엄 폴 영의 신작 ‘갈림길’이다. 출간된 지 3주 남짓 되었는데 주요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가 상당히 높다. 이 책 역시 돈과 명예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사업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첫 아들을 잃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40대의 남자 주인공은 특별한 영혼의 여행을 떠나면서 서서히 따뜻한 아빠의 마음을 되찾는다. 헤어졌던 딸, 다운증후군 소년, 백혈병에 걸린 소녀를 만나고 잊었던 부성애를 찾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보편적 정서를 새롭게 각색한 ‘갈림길’
‘7번방의 선물’과 ‘갈림길’은 완전히 다른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능은 떨어져도 딸을 위해서라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내리사랑의 전형을 보여주는 아버지가 ‘7번방의 선물’의 주인공이다. 반면 ‘갈림길’의 주인공은 첫 아들을 잃은 것에 매몰되어 하나 남은 딸에게조차 등을 돌린 매정한 아버지다. 물론 그도 결국에는 잊고 있던 진한 부성애를 되찾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아버지의 캐릭터는 과히 중요치 않다. 살갑건 냉정하건 그 겉모습 속에 자리한 뜨거운 아버지의 마음이 중요하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불사하는 사랑, 그것이 ‘7번방의 선물’과 ‘갈림길’에서 얘기하는 공통적인 부성애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이야기는 보편적 눈물 코드인 부성애를 각각 다른 성격으로 각색하여 사람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선사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으로 시원하게 쏟을 눈물
아버지와의 관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련하고 애틋한 감성을 가진다. 사회적으로 침체되었을 때, 책임져야 하는 역할이 많은 아버지가 안쓰러운 것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사람들은 부성애를 떠올리는 이야기에 눈물을 쏟게 된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분위기인 요즘, 따뜻한 마음으로 실컷 울 수 있는 콘텐츠를 사람들은 원하고 있다. 지난 주 방한했던 ‘갈림길’의 작가 윌리엄 폴 영은 한국 독자들에게 “눈물을 흘리는 것이 힐링의 시작”이라는 말을 남겼다. 슬픔과 회한, 고통의 감정을 내보내는 것 자체가 큰 치유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7번방의 선물’과 소설 ‘갈림길’은 눈물을 통한 치유를 가능케 하는 이야기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두 이야기를 선택한 까닭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동일한 눈물 코드로 두 가지 감동을 선사하는 이들 작품의 인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