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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진정한 사과를 원한다


896-사설 사진 1.JPG




사람의 일 중에 사과만큼 어려운 것도 없을 것이다. 사과란 남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굽히고 들어가는 일이다. 

자칫 자신의 권력위치가 상대방보다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또 자신이 사과한 사실로 인해 통제권을 잃거나 실패한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일종의 두려움도 존재한다. 
그러니 사과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사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렇다고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사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사과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과의 충분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사과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즉 진정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사과의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심리학자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 토머스는 저서 '사과의 다섯 가지 언어'에서 사과를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일들을 밝히고 있다. 

우선 '미안해' 다음에 '하지만', '다만' 같은 말을 덧붙이지 마라. 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명확히 하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곁들여라. 그리고 특히 사과는 상대에게 용서를 청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을 용서해줄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주말 새 정부의 잇따른 장·차관 낙마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기습 사과'를 놓고 여론이 시끌시끌하다. 

허태열 비서실장이 김행 대변인을 통해 대독한 17초짜리 사과문은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겠다"는 단 두 문장으로 이뤄졌다. 

비서실장 명의로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를 하였는  바,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즉각 허 실장의 사과문 발표를 비판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사과의 주체와 형식도 잘못됐고, 알맹이도 없는 하나마나한 사과”라며 쏘아붙였다. 

특히 야당 일각에서는 인사 부실 검증에 대해 인사라인의 문책 해임이 국민의 마음을 달래는데도, 비서실장 명의의 대국민사과를 대변인이 대독 발표한 것은 국민을 졸(卒)로 보는 나쁜 사과라 지적했다. 

정부 인사 내정자가 줄줄이 낙마한 인사 사고는 국민에게 큰 반향(反響)을 일으켜 이로 인해 박 대통령 지지도가 41%로 뚝 떨어졌다.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했는데 장관급인 인사위원장의 사과마저 대독했다는 점에서 여론이 만만하지가 않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국민사과를 한 날 오후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고위 당·정·청회의가 열렸는데, 새누리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새 정부의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할 분위기이자 청와대가 미리 대비했다는 말도 나온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관련하여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두 달 가까이 지체되면서 정부 출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 이에 인사 부실 검증마저 겹쳐 잔뜩 기대했던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잘못에 대한 명확한 반성도, 구체적 원인분석도, 문제해결책도 없는 사과에 "주체와 형식도 잘못됐고 알맹이도 없는 하나 마나 한 사과"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사과의 요체는 자신의 진정성을 보이고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여론에 떠밀려 억지로 마지못해 한다는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자, 이제 사과했으니 됐지" 한다면 그 사과에 감동받을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도대체 회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 점점 도가 높아지는 북한의 전쟁도발 위협으로 국민들의 근심 역시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마저 일고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왜 40%대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지 이제 청와대는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청와대는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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