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로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진행돼온 유럽의 취업 이주 물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19일자 보도를 인용한 한국경제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폴란드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는 인력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 재정위기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소속 국가들의 성장률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가운데 EU 회원국이면서 유로화는 쓰지 않는 폴란드는 연 2%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제 상황이 좋은 것은 1989년 이후 처음이다. 남유럽의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폴란드로 이주하는 이유다.
특히 휴렛팩커드, IBM,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기업들의 아웃소싱 부문에서 폴란드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재정위기 이후 유럽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콜센터 등을 폴란드로 대거 이전한 데 따른 결과다. 이탈리아어 및 스페인어에 능통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폴란드 아웃소싱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10만명 중 10% 정도가 외국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유럽연합(EU)의 젊은 고학력 인력이 갈수록 독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의 이민법 완화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독일의 주간지 포커스 온라인을 인용한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민사회통합재단(SVR)는 최근 베를린에서 열린 전문가위원회 연례평가에서 "이민법 완화로 독일의 세 가지 측면에서 이득을 얻고 있다"며 "이주자들이 젊고 고학력이며 이주 규모가 늘어났다"고 밝혔다.평가 결과 지난해 상반기 독일로 넘어온 이주자 3분의2 이상이 유럽 출신이다. 특히 2004년 이후 폴란드와 체코에서 온 25∼44세 이주자 중 20.7%는 고등교육을 받았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출신도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이 5명 중의 1명(20.9%) 꼴이었다. 같은 연령대의 독일인들 중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은 18.1%에 불과하다.이는 독일의 이민법 완화가 고급인력 유치에 큰 효과가 없고 동유럽의 비숙련 노동자들의 유입만 증가시켰다는 일각의 비판을 반박하는 수치다. 크리스트네 랑엔펠트 재단 이사장은 "유로존의 부채 위기에도 EU의 자유 이주권보장이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면서 "독일의 고급 인력은 떠나고 저급 인력만 들어오는 경향은 없다"고 말했다.독일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CDU) 사회통합위원회의 마리아 뵈머 의원은 "인구학적으로 볼 때 EU의 자유 이주 제도로 가장 혜택을 보는 국가는 독일"이라면서 "이주자들이 독일에서 머물고 싶어하도록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정부는 연간 4만4000유로(6500만원 상당)의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외국인에게 비자를 내주는 '블루카드 제도'를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 제도 도입에 따라 외국인들은 독일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직업을 찾을 수 있는 18개월의 시간이 보장된다.